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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29 (목)

부패한 이모 시신 옆 굶주린 장애인 조카… 20일 이상 고립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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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사는 이모, 지적 장애인 조카 돌봐
장애인 활동지원사 다친 뒤 외부와 단절
복지센터 보고 누락… 지자체 전혀 몰라
한국일보

전남 순천경찰서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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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순천시 한 빌라에서 70대 노인이 숨지고 50대 중증 장애인 조카는 쓰러진 채 발견됐다. 알고 보니 이 가정은 20일 이상 외부와 완전히 단절된 상태였다. 그러나 지자체는 위기 징후 포착에 실패했고, 비극은 또 반복됐다.

7일 순천시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2시 58분쯤 순천시 행동의 한 빌라에서 A(78)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며칠간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장애인 활동지원사 신고로 경찰과 소방당국이 집 현관문을 강제로 부수고 들어갔을 때 시신은 상당히 부패한 상태였다. 외부 침입이나 타살 등 범죄 혐의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A씨는 고혈압과 당뇨 등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A씨와 함께 살던 조카 B(50)씨는 움직이지도 못하는 건강 쇠약 상태여서 병원으로 옮겨졌다. 그는 지적장애 1급이라 혼자 거동하거나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씨 사망으로 보살핌을 받지 못한 B씨가 물과 음식물을 제대로 섭취하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생명에 지장은 없어 지금은 노숙인 시설에서 보호받고 있다.

B씨 친부모는 모두 숨져 홀로 사는 이모 A씨가 기초생활수급 대상자인 조카를 보살펴왔다. 보통 B씨와 같은 취약계층은 사회복지사들이 돌봄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런데 이 지역의 경우 300가구의 취약계층을 담당하는 복지사가 단 2명으로 턱없이 부족했다. 이에 지자체 위탁을 받은 민간 노인복지센터 소속의 활동지원사가 B씨를 전담했다.

지난달 19일 활동지원사가 다리를 다치며 문제가 생겼다. 복지센터는 대체 인력을 파견하겠다고 하자 A씨가 거절했다고 한다. 복지센터 관계자는 “2년 전에도 활동지원사가 물건을 훔쳐 간다며 지원 중단을 요구했고, 이번에도 강하게 거부해 어쩔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복지센터는 지원 중단을 지자체에 보고도 안 했다. 이런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던 순천시는 지난달 27일 B씨 집으로 지원 물품인 쌀을 보냈는데 인기척이 없자 현관문 앞에 놓고 왔다고 한다. A씨 시신 상태를 봤을 때 쌀 배달 당시 이미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은 된다. 그러나 이 가정이 20일 넘게 고립된 점에 비춰볼 때 사회 안전망에 구멍이 뚫렸단 비판은 피하기 힘들다. 정상양 광주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낙인 효과 탓에 취약계층들이 복지 혜택을 종종 거부하는데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참극이 발생하고 나서야 순천시는 뒤늦게 재발 방지를 위해 복지센터 등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A씨의 정확한 사망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다. 아울러 지난달 말 문 앞에 놓고 왔다던 쌀이 시신 발견 당시엔 집 안에 있었던 것으로 나타나 이를 누가 들였는지도 확인하고 있다.


순천= 김진영 기자 wlsdud451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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