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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7 (토)

한달째 이어지는 폴란드 화물차 운전자들 시위에 우크라 군사 물자 지원 차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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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지난 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폴란드 국경검문소로 향하는 도로에 우크라이나 트럭들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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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화물차 운전자들의 유럽연합(EU) 시장 접근 규제 복원을 요구하는 폴란드 화물차 운전자들의 시위가 한 달 가까이 이어지면서 우크라이나 군사 물자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6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무인기(드론), 전자 기기, 야간 투시경, 픽업 트럭 등 우크라이나군이 필요로 하는 군사물자를 실은 우크라이나 민간단체의 화물차들이 폴란드-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지 못하고 발이 묶여 있다. 지난달 6일 시작된 폴란드 화물차 운전자들의 국경검문소 점거 시위가 한 달째 이어지면서다.

폴란드 화물차 운전자들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사라진 우크라이나 화물차 운전자들의 EU 시장 접근 규제를 복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EU는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에 대한 인도주의적·군사적 지원 및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 통로 마련을 위해 EU 회원국이 아닌 우크라이나 화물차 운전자들에게 EU 시장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을 허용했다.

우크라이나 화물차 운전자들은 EU 시장에 대한 접근권을 보장받으면서도 화물 적재량 상한 등 EU 규제는 적용받지 않아 가격 경쟁력이 높아졌고, 경쟁에서 밀린 폴란드 화물차 운전자들은 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도이체벨레(dw)에 따르면 시장 접근 허용 전 60%였던 우크라이나 운송업자들의 폴란드-우크라이나 국경 무역 점유율은 90%로 늘어난 반면 폴란드 운송업자들의 점유율은 40%에서 10%로 위축됐다.

폴란드 화물차 운전자들은 지난달 6일부터 국경검문소 세 곳의 통행을 가로막고 EU에 규제 복원을 요구하는 시위를 시작했다. 지난달 26일부터는 국경검문소 한 곳을 더 추가로 통제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 1일부터는 폴란드와 사정이 비슷한 슬로바키아 화물차 운전자들도 시위에 합세했다.

시위대는 우크라이나 화물차를 한 시간에 1~3대 꼴로 통과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우크라이나 화물차 운전자는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로 들어가는 데 최소 8일이 걸리고 운이 나쁘면 2주가 걸린다”고 말했다. 가디언은 메디카 국경검문소에서는 화물차들의 줄이 약 70㎞에 걸쳐 있으며 화물차 2500대가 9시간 동안 0.5㎞를 움직이고 있다고 전했다.

시위대는 상업용 화물차의 통행은 통제하지만 인도주의적·군사적 물자를 실은 차량의 통과는 허용한다고 밝혀왔다. 로이터는 그러나 우크라이나군이 필요로 하는 많은 물자들이 민간단체의 상업용 화물차를 통해 운송되고 있어 국경을 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에 비해 군사비 규모가 훨씬 적은 우크라이나는 드론, 차량, 방탄복 같은 군사 물자의 공급을 자선단체와 비정부기구 등 민간단체 네트워크에 의존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최대 군사지원 자선단체인 컴백얼라이브는 지난해 2월부터 올해 10월까지 90억 흐리우냐(약 3200억원)을 모았다.

컴백얼라이브의 타라스 시무트 대표는 야간 투시경과 픽업 트럭 수십대, 드론 수백기가 몇 주째 국경에 갇혀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일반 승용차를 통해 군사 물자를 들여와야 한다는 의견도 있으나 비용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폴란드-우크라이나 국경을 오가는 화물차 운송 비용은 기존의 1700~2300달러에서 폴란드 시위대 파업 시작 후 5000달러로 급등했다.

우크라이나와 폴란드, EU는 두 차례 협상을 벌였으나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군사 물자 공급 차질 사태는 최근 미국과 유럽에서 우크라이나 지원이 뒷전으로 밀리는 가운데 벌어지고 있다. 이날 미국 상원에서는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안을 포함한 1105억 달러(약 145조원) 규모 지원안이 부결됐다. 유럽에서도 오는 14~15일 EU 정상회의를 앞두고 회원국들이 우크라이나에 500억유로(약 71조원)를 추가 지원하는 내용이 포함된 추가경정 예산안에 합의하지 못하고 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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