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EU 간 정상회의, 헝가리의 우크라 지원 딴죽에 일정 축소…EU 측 "中 전화선 도·감청 우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샤를 미셸 EU 상임의장. /로이터=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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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7일 베이징에서 샤를 미셸 EU(유럽연합)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을 만났다. 중-EU 간 무역문제나 우크라이나-러시아 간 전쟁, 기후변화 대응 협력 등 다양한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EU 집안문제로 일정이 축소, 논의가 크게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은 이날 미셸 의장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을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으로 초청했다. 지난 2019년 EU 현 집행부가 출범한 이후 정식으로 상임의장과 집행위원장이 동석한 가운데 진행된 중-EU 간 정상회담은 이번이 처음이다.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도 동석했다.
중국 측에서는 회담을 앞두고 EU와 중국 간 소통 메커니즘이 이번 회담을 통해 전면 회복될거라는 전망이 나왔다. 중국 전기차나 철강 등 주력 수출품목에 대한 EU의 수출규제 움직임이 감지되는 상황에서 중국 내부에서 이번 회담에 거는 기대가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관영언론을 통해 "중국과 EU는 경쟁자가 아니고 양국의 공동 이익은 차이점보다 훨씬 크다"며 "그간 지속적으로 강조해 온 이 입장은 유럽 내 중국에 대한 오해와 편견에 대한 대응이자 중국과 EU 간 관계 발전에 대한 중국의 진심을 반영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러모로 의미가 깊은 중-EU 정상회담이지만 일정이 예정 대비 축소, 시작부터 다소 빛이 바랬다. 당초 회담은 7~8일에 걸쳐 1박2일 간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EU 내부에 사건이 터졌다. 헝가리가 EU 내 우크라이나 관련 모든 안건에 대해 제동을 걸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미셸 상임의장이 부랴부랴 귀국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우크라이나의 EU 가입을 반대하고 있는 헝가리는 최근 총리 명의 서한을 EU에 보내 우크라이나 가입 안건을 제외하라고 재차 주장했다. 헝가리는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한 500억유로(약 71조원) 규모 예산 배정에도 반대하고 있다.
미셸 의장은 당초 중국과 정상회담을 기존 일정대로 소화하려 했으나 EU 각국 정상들과 제대로 소통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조기 귀국을 결정했다. EU 당국자는 현지언론에 "중국에서는 도·감청 위험 없이 EU 각국 정상들과 통화할 수 있는 안전한 전화선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보기에 따라서는 중국을 믿지 못하겠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이에 따라 가뜩이나 특별한 가시적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웠던 중-EU 간 정상회담은 양국 간 최고위급 대화채널 가동 정도의 성과만을 남긴 채 종료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우크라이나 전쟁이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간 전쟁 등 현안에 대해서도 이견만 확인할 것으로 해석된다.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cheer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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