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단체 "오히려 철새에 악영향" 반대
2016년 을숙도에 설치된 길고양이 급식소에 밥을 먹으러 온 고양이 모습. 공존연구소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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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이 철새 도래지인 부산 사하구 을숙도에 설치된 길고양이 급식소 철거 명령을 내리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동물단체는 철새와의 공존을 취지로 설치된 급식소를 같은 이유로 철거하라는 것에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문화재청은 앞서 올해 3월 천연기념물 뿔쇠오리를 보호한다는 이유로 마라도 고양이 45마리를 일괄 반출시켜 비판받은 바 있다.
6일 문화재청과 부산시 등에 따르면 문화재청은 10월 13일 을숙도에 설치된 급식소를 모두 철거하고 90일 이내에 원상복구하라는 공문을 관리기관인 부산시, 사하구청, 낙동강관리본부에 보냈다. 을숙도는 천연기념물 제179호 '낙동강 하류 철새 도래지'에 포함된 섬으로, 섬 전체가 문화재보호구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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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의 행정명령에 따라 부산시는 을숙도 내 26개 급식소 가운데 시 예산으로 설치했던 12개를 철거했다. 사하구는 급식소 관리주체인 부산시에 해당 내용을 통보하고 급식소 철거 사실을 문화재청에 전달, 문화재청의 후속조치 요구에 따라 조치한다는 입장이다. 현재는 부산 동물단체인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 측이 설치한 급식소만이 남아있다.
2016년 철새와의 공존 위해 설치된 급식소
한때 200마리까지 늘었던 을숙도 고양이 개체 수는 지속적인 중성화로 현재 70여 마리로 추정된다.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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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숙도에 길고양이 급식소가 설치된 건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과 부산시는 당시 100마리가 넘는 고양이가 을숙도 일대 철새 알을 먹고, 철새를 공격한다는 지적에 따라 이를 막기 위해 급식소를 설치했다.
당시 단체는 문화재청에 급식소 설치를 위한 현상변경 허가를 신청했으나 문화재청 심의에서 반려됐다. 그럼에도 급식소는 지금까지 운영돼왔다. 김애라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 대표는 "지자체, 지역 수의사들과 손잡고 급식소를 설치하고, 중성화수술에 돌입한 이후 반려 통보를 받았다"며 "지금까지 고양이 개체 수를 줄이는 노력을 해왔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이어 "급식소가 철거되면 고양이가 오히려 철새나 알 등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현재 을숙도에는 중성화수술(TNR)을 통해 고양이 70여 마리가 사는 것으로 파악된다.
을숙도에서 구조된 뒤 현재는 입양가족을 만나 살고 있는 고양이의 모습.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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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이 급식소가 설치된 지 7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갑작스레 문제 삼는 이유는 따로 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이번에 원상복구 행정명령을 내린 것은 조류, 환경단체의 민원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아직 철거기한으로 정한 90일이 지나지 않았다"며 "관리기관으로부터 최종 내용을 전달받은 이후 후속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철새와 고양이 조사 없는 주먹구구식 방식으로 해결 안 돼
동물단체와 수의사들은 철새 보호를 위해 급식소 철거만이 답이 아니라고 말한다. 이영락 부산시수의사회장은 "한 지역의 고양이가 사라지면 다른 지역 고양이가 유입되는 진공효과가 발생한다”며 "급식소를 철거한다고 해서 철새 도래지에 고양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문화재청의 이 같은 조치는 길고양이 습성에 대한 이해 없이 단순한 절차적 대응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급식소 철거를 논의하기에 앞서 정작 중요한 철새와 고양이에 대한 조사나 연구가 빠져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철새 보호를 위한 조치라면 그에 따른 근거가 있어야 한다"며 "마라도 고양이 반출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듯 민원 해결만을 위한 이 같은 결정은 사태 해결이 아닌 사회적 갈등만 조장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박정윤 올리브동물병원장도 "고양이의 밥그릇을 치우는 것은 주먹구구식 해결에 불과하다"며 "객관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장기적 안목으로 대안을 찾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은경 동물복지 전문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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