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 이야기'·'엠마' 등 그려…"'신부 이야기'는 18권으로 완결할 듯"
만화가 모리 가오루 |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디지털 도구보다는 종이, 펜 같은 문구류를 좋아해요. 특히 펜을 종이에 그을 때 사각거리는 느낌, 종이의 재질 같은 것이 참 좋거든요."
'신부 이야기', '엠마', '셜리' 등을 그린 일본의 인기 만화가 모리 가오루(森薰·46)는 2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아날로그 방식으로 그림을 그리는 이유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모리 가오루는 태블릿 등 디지털 툴을 전혀 쓰지 않고 종이와 펜이라는 전통적인 도구로만 만화를 그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웹툰이 주류가 된 한국뿐만 아니라 이제는 일본에서도 만화 작업에 디지털 툴을 사용하는 경우가 크게 늘었지만 그는 수작업을 고수한다.
어시스턴트(조수)를 두지 않고 손으로 인물부터 배경까지 하나하나 그리는 데다가, 집요할 정도로 고증과 세부 묘사에 공을 들인다. 이 때문에 작업에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소요된다.
모리 작가는 "(격월간지) 1회분 원고가 24페이지 정도 되는데, 밑그림 그리는 데 1∼2주일, 본격적으로 선화 작업을 하는데 3주일, 상세 묘사까지 다 마치면 4∼5주는 걸린다"고 했다.
"오전 9시쯤 일어난 뒤 11∼12시부터 작업을 해요. 한 번에 8시간 정도 그림을 그리고 길어지면 12시간도 그립니다. 평소에도 밖에 나가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아요. 작업에 집중하기 위해 커피를 잠깐 내려 마시거나 밥을 먹는 시간을 빼고는 계속 일합니다."
배석한 편집자 오바 와타루 씨는 "작가님 집에 엄청나게 큰 냉장고가 있는데 먹을 것을 잔뜩 넣어두고 두문불출 작업만 한다"고 전했다.
일본 만화가 모리 가오루(森薰)의 '신부이야기' 속 캐릭터들 |
천상 만화가 같지만, 데뷔는 우연이 거듭 겹친 덕에 할 수 있었다.
모리 작가는 "만화가라면 진지하게 회사에 원고를 투고해서 되는 경우를 생각하지만, 저는 우연히 데뷔하게 된 경우"라며 "개인 홈페이지에 네 컷 만화를 올렸는데 2000년께 편집자 오바 씨가 '마침 작가가 도망가서 대체자를 찾고 있다. 홈페이지를 보고 연락드렸다'고 했다"고 돌아봤다.
편집자의 눈은 정확했다.
모리 작가는 2002년 19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한 만화 '엠마'로 데뷔하며 주목받기 시작했고, 2012년 '신부 이야기'로 만화계의 칸 영화제라고 불리는 앙굴렘 국제만화페스티벌에서 수상했다. 2014년에는 일본만화대상에서 상을 받기도 했다.
만화가가 아니었다면 무엇이 되었을 것 같냐는 질문에는 "고등학교 때 건축을 배웠고, 저도 건물이나 역사적 유물을 워낙 좋아하기 때문에 건축가가 됐을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답했다.
현재 연재 중인 '신부 이야기'는 19세기 중앙아시아를 배경으로 한다.
오늘날 투르크메니스탄,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이 위치한 곳으로, 이 지역에 살던 여러 민족의 관혼상제, 의복, 식문화 등을 하나하나 공들여 묘사한 작품이다.
왜 이렇게 문화 기록에 가까울 정도로 세밀하고 사실적으로 묘사를 하는지 묻자 그는 "중앙아시아라는 지역을 가능한 한 정확하게 묘사하고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다"고 답했다.
'신부 이야기'에서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로는 당당하고 따뜻한 아미르를 꼽았고, 자신을 가장 닮은 캐릭터는 파리야라고 했다.
이 시리즈는 18권을 끝으로 이야기를 마무리 지을 예정이다.
그는 "물론 늘 2권 정도 더해야지 하면 3∼4권이 되니까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며 "1차 세계대전의 상황이 들어가기는 했지만, 기본적으로 만화는 오락이기 때문에 비극적인 내용까지 묘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만화 '신부 이야기' |
한국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국제도서전에 초청돼 대원씨아이 후원으로 특별 전시도 열었다.
그는 "평소 한국 독자들로부터 팬레터를 많이 받고 있어서 '언젠가는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며 "냉면과 양념치킨을 좋아해서 한국에서도 먹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머지않은 시점에 다시 한국을 찾을 가능성도 열어뒀다.
"조만간 스미스와 탈라스가 스코틀랜드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내용을 그리게 되거든요. 그 즈음해서 다시 한국에 올 수도 있지 않을까요?"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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