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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25 (일)

“둠, 둠, 둠, 둠… 기어가는데 지뢰 4개 폭발, 왼팔다리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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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영 국제부장 참전용사 인터뷰

최전방 투입됐다 팔·다리 잃은 레브티어크씨

“우린 가미카제와 다름 없었다”

“우리가 탱크와 함께 진군하자마자 러시아 전투기가 폭격을 퍼부었습니다. 전투기도, 장거리 미사일도 없이 대반격에 나선 우리는 ‘가미카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 자폭 전투기)’와 다를 바 없었습니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지난달 말 만난 올렉산드르 레브티어크(32)씨는 러시아 점령지를 되찾으려는 우크라이나군의 ‘대반격 작전’이 시작된 지난여름 최전방 자포리자주(州) 로보티네로 파병됐다. 삼성SDI 헝가리법인에서 일하던 그는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10대1의 경쟁률을 뚫고 최정예 공격 부대에 자원입대했다. “저는 우크라이나가 독립(옛 소련 붕괴)한 1991년 태어났습니다. 다시 러시아 같은 나라로 돌아간 순 없죠. 그래서 입대했습니다.”

최전선 투입 한 달 후 그는 전장에서 왼팔과 왼다리를 잃었다. 러시아의 주력 방어선인 남동부 ‘수로비킨 라인’은 곳곳이 지뢰밭이었다. 세르게이 수로비킨 전 러시아 항공우주군 최고사령관의 이름을 딴 수로비킨 라인은 수로비킨이 우크라이나 대반격을 대비해 구축한 방어 시스템이다. “지뢰를 밟아 다리가 먼저 날아갔고 기어서 퇴각하던 중 왼팔 아래서 지뢰가 또 폭발했습니다. 결국 지뢰 네 개가 터졌습니다. 둠, 둠, 둠, 둠…! 살아 돌아온 것만도 기적이죠.”

조선일보

삼성SDI 헝가리법인에서 일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자원 입대해 지난 여름 '대반격'에 참전했던 올렉산드르 레브티어크씨가 재활 훈련을 통해 건강을 회복한 모습. 그는 "어떤 식으로든 우크라이나의 승리를 위해 더 이바지하고 싶다"고 말했다. /올렉산드르 레브티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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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우크라이나 전면전 발발 후 두 번째 겨울이 시작된 가운데 지난여름 서방의 지원 아래 개시된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을 두고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가가 많다. 러시아가 영토를 추가로 점령하진 못했고 우크라이나군이 일부 영토를 탈환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전세를 뒤집을 정도의 성과는 없었다는 것이다.

여름 대반격을 평가해달라고 하자 레브티어크씨는 “속임수(tricks)였다”며 “무기가 제대로 준비되지 못한 상태에서 대반격이 시작됐다”고 했다. “미국은 F-16 전투기와 장거리 미사일 에이테킴스(ATACMS)를 지원한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너무 오래 끌었고 대반격 때 이 무기들을 쓸 수가 없었습니다.” 미 정부는 조종사 훈련에 1년이 걸리는 F-16 전투기 투입을 지난 8월에야 승인했다. 사거리 300㎞인 지대지(地對地) 미사일인 에이테킴스 지원은 10월에야 확정됐다.

조선일보

그래픽=백형선


레브티어크씨가 소속된 여단은 영토를 조금이나마 되찾는 데 성공했다. 500m 정도 진격했다. 그 과정에 그의 팔다리를 포함해 “다리 여덟 개, 팔 두 개가 희생됐다”고 한다. 후방으로 이송된 그는 나흘에 걸친 수술 끝에 목숨을 건졌다. 레브티어크씨는 “내가 다칠 때까지 전사자는 없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우리 연대 6000명 중에 80%가 다치거나 목숨을 잃었다고 들었다”고 했다.(우크라이나는 전사자 수를 공식 발표하지 않는다.) “전우(戰友) 스무 명이 일렬로 늘어서서 저를 옮겼습니다. 그 스무 명 중 지금 살아 있는 전우가 몇인 줄 아십니까? 넷뿐입니다.”

지난 2일 키이우에서 만난 안드리 자호로드니억 전 우크라이나 국방장관(2019~2020년)은 “우크라이나 대반격은 역사상 가장 투명한 대반격이었다. 러시아군은 우리가 무엇을 어디서 준비하는지 속속들이 들여다보았다”고 했다. 대반격은 기습적이어야 하는데 우크라이나 대반격은 몇 달 전부터 전략과 일정이 대거 공개됐다는 것이다. “국내 정치 때문이었겠죠.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한 서방 국가들은 어떤 무기를 얼마나 보냈는지를 상세히 발표했습니다. 위성사진 등 방대한 자료를 활용한 이른바 ‘오픈 소스(open source·디지털 무료 정보) 전략가’ 수백명은 매일같이 분석 자료를 쏟아냈고요. 러시아 입장에선 컴퓨터만 켜면 됐습니다.”

우크라이나가 전열 재정비를 이유로 봄부터 대반격 직전까지 공격을 멈춘 것도 러시아에 ‘지뢰밭’과 대전차 구조물 등 방어 전선을 구축할 시간을 지나치게 많이 벌어준 패착이었다고 자호로드니억 전 장관은 말했다. 그는 “대반격 직전 몇 개월에 걸쳐 러시아가 전투용 드론(무인기)을 개발하고 생산 시설을 구축할 시간을 벌었다”고 했다.

재활 훈련에 전념해온 레브티어크씨는 지난달 25일, 전선에서 돌아오고서 처음으로 고향인 체르니히브주 니진으로 돌아갔다. 그동안 부상 사실을 알리지 않았던 할머니에게 다친 모습을 처음으로 보여주는 자리였다. “전화로 소식을 들으면 너무 놀라 쓰러지실까 걱정돼서요. 그동안 영상 통화를 할 때도 멀쩡한 오른팔만 보이도록 신경 썼죠.” 할머니는 놀라서 펑펑 울긴 했지만 그의 밝은 태도를 보고 곧 진정했다고 한다. 팔다리를 앗아간 전쟁에 참여한 결정을 후회하지 않느냐고 묻자 그는 “전혀”라면서 몸이 더 회복되면 전쟁에 어떤 식으로든 이바지하고 싶다고 했다.(그는 아직 우크라이나군 소속이다.) “우리의 꿈은 누이들과 어머니들과 할머니들과 미래의 아이들을 위해 자유민주주의의 세상을 지켜주는 것입니다. 그 꿈이 이뤄질 때까지 싸울 겁니다. 그리고 전쟁이 끝나면? 그때는 다시 삼성에서 일하고 싶은데 가능할까요, 하하.”

◇우크라이나 대반격

작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면전이 발발한 후 러시아에 빼앗긴 영토를 되찾으려는 우크라이나의 대대적인 대(對)러시아 공격. 우크라이나는 공식적으로 대반격 개시를 선언한 적이 없지만 러시아와 미국 등 주요국 당국자들은 지난 6월 5일쯤 대반격이 개시됐다고 밝혔다. 일부 영토를 되찾았지만 지난해 헤르손·하르키우 등 주요 거점을 수복한 것에 비해 성과가 미미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선일보

우크라이나 키이우 중심부에 있는 김신영 국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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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이우=김신영 국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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