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중대재해법 유죄인정 너무 쉬워, 면밀히 따져야"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 사건에서 안전보건 확보의무 이행수준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기업인들에게 형사책임을 묻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이하 대한상의)는 6일 서울 중구 상의회관에서 법무법인 세종과 공동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사례와 기업의 대응방안' 온라인 세미나를 개최했다.

김동욱 법무법인 세종 파트너변호사는 중처법 판결과 주요 기소사례를 분석해 검찰·법원이 중처법에 대해 너무 쉽게 유죄를 인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자료에 따르면 검찰은 중처법 사건의 91%(32건 중 29건)에 대해 기소처분을 내렸고, 법원은 12개 선고에서 모두 형사책임을 물었다.

김 변호사는 "검찰·법원이 안전보건확보의무 이행 여부에 대한 판단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하고 있다. 안전보건확보의무를 어느 정도 이행한 사업장에 대해서도 이행을 하지 않았다고 판단한 사례들이 있다"고 말했다. 안전·보건 확보 의무와 중대재해 사이의 인과관계에 대한 심리도 엄격하게 이뤄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김 변호사는 "사고나면 무조건 처벌해야 한다는 무과실·결과책임적인 사고방식이 중대재해처벌법 사건을 지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업주의 중처법 대응 방안에 대한 설명도 있었다. 최대한의 안전보건확보의무와 △발견위험에 대한 개선(위험성 평가) △안전보건관리책임자에 대한 일정 정도 예산 부여 △종사자들이 제시한 의견에 대한 타당성 평가 및 후속조치 △비상상황에 대한 정기적 훈련의 중요성 등을 강조했다.

50인 이하 사업자의 중처법 대응 어려움도 논의됐다.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처법 유예기간은 내년 1월 27일 종료된다. 유예기간이 종료되면 중처법 적용 대상 기업은 기존 4만3000곳에서 75만6000곳으로 17배 늘어나게 된다.

김 변호사는 "유예를 하는 것이 불필요한 범죄자 양산을 방지하는 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중처법 유예에만 기대기 보다는 50인 미만 사업도 최소한의 대비는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유일호 대한상의 고용노동정책팀장은 "예방중심의 법 적용이 사실상 어렵게 돼 결국 처벌중심의 적용이 불가피하게 될 것이므로 추가 적용유예를 통해 중소기업들이 안전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재윤 기자 mt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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