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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28 (수)

외유성 출장에 옷·신발도 나랏돈으로… 혈세 '내 돈처럼' 쓴 공직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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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익위, 지자체 등 14개 기관

시설부대비 부당 집행 적발

공직자 ‘모럴해저드’ 점입가경

피복비로 고가 스포츠의류 사입고

수십만원 스마트 워치 사적 구매

상품권 8억 지급 ‘꼼수 임금인상’

사기 진작 명분 해외출장도 적발

공익침해 신고 포상 2억→5억 상향

#1. A공사 소속 직원 16명은 지난해 11월 네덜란드·독일·벨기에로 8박9일 해외 출장을 떠나 시설부대비 1억1000만원을 사용했다. 해당 출장은 국가기관에서 위탁받은 사업을 추진하면서 공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이 직원 격려 차원의 해외 출장 명목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2. B시의 한 주무관은 지난해 10월 공사감독용 의복을 구매한다는 명목으로 스포츠 의류 브랜드 매장에서 8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공금으로 산 뒤 자신이 원하는 상품으로 다시 교환했다. 그는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9차례에 걸쳐 31개 품목, 496만원 상당의 레저·스포츠 의류와 신발을 시설부대비로 사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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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들과 공공기관 직원 등 공직자들의 ‘도덕적 해이’가 무더기로 적발됐다.

고가의 스포츠 의류나 스마트워치, 외유성 국외 출장비 등에 12억원 이상이 유용됐고, 기관 차원에서 직원 사기 진작을 명목으로 8억5000만원 상당의 ‘상품권 잔치’를 벌이기도 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5일 발표한 ‘시설부대비 집행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0년 1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14개 공공기관에서 부적절하게 집행된 시설부대비는 약 12억2000만원에 달했다.

시설부대비는 공공기관이 직접 사업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경비 외에 추가로 지급되는 부대 비용으로, 안전용품 구입비·출장 여비·현장 체재비 등이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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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윤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이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지자체, 교육청, 공공기관 시설부대비 실태조사 결과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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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유성 해외출장·허위명세서… 수십억 ‘펑펑’

조사 결과 9개 광역·기초 지방자치단체(울산시, 세종시, 경상북도, 울산 동구, 강원 강릉시, 경북 상주시, 전북 남원시, 전남 구례군, 충북 영동군)에서 총 6억4076만원 상당의 시설부대비가 사적물품 등을 구입하는 용도로 부당 집행됐다.

시설부대비로 지급하는 피복비는 공사감독으로 지정된 공무원에 한해 필요한 경우 안전모나 안전화 등의 안전용품을 구매해야 하지만, 이를 일반 스포츠 의류나 신발을 사는 데 사용하고 공사감독 공무원이 아닌 상급 공무원에게도 지급한 것이다.

또 3개 교육자치단체(충북·강원·부산 교육청)를 포함한 8개 기관이 출장 내역 허위 등록 등의 방법으로 약 2억8679만원의 여비를 부당하게 수령했다. 이들은 출장을 가지 않거나 조기 복귀하고도 출장 시간을 모두 채운 것처럼 속이거나 렌터카 등을 이용하고도 자차를 이용한 것처럼 출장내역서를 허위 등록하는 수법을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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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2개 공직유관단체(농어촌공사·철도공단)는 총 2억8158만원 상당을 외유성 국외 출장 경비로 부당 집행했다. 시설부대비에서 집행되는 여비는 국외 출장 여비로 집행할 수 없는데도 공사감독 업무와 관련 없는 직원들이 해외 시찰 명목으로 유럽·호주 등을 방문하는 데 사용된 것이다.

이 외에도 허위 거래명세서를 첨부해 고가의 손목시계, 외장하드 등 사적 물품을 구매하거나 증빙서류 첨부 없이 중식비·다과비 등으로 2개 기관이 약 949만원을 부당하게 집행했다. C시의 주무관 등 5명이 지난해 12월 관내 대형문구점에서 사무용품 등을 사는 것처럼 허위 거래명세서를 쓰고 개당 30만원 상당의 ‘갤럭시 워치3’ 5대를 구매해 사적으로 사용한 것이 대표적이다.

권익위는 이러한 사실을 해당 기관에 통보해 환수 조치 등을 요구하고, 관련 제도 개선을 추진하기로 했다. 정승윤 권익위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은 “시설부대비는 국민이 낸 세금인 만큼 사적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며 “앞으로도 예산의 부당 집행을 차단하기 위해 적극 노력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또 권익위는 한국도로공사가 최근 4년 동안 시설부대비 450억원, 보상비 약 149억원 등을 소속 직원의 인건비로 불법 전용했다는 의혹 등의 신고 내용을 사실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앞서 권익위는 도로공사가 국가재정 사업비 예산을 전용해 소속 직원들의 인건비로 지급하느라 사업비를 부족하게 하고, 법령을 위반해 조작한 교통사고 통계를 경영평가와 실적평가 자료로 제출했다는 의혹에 대한 신고를 받았다. 이에 권익위는 수사가 필요한 내용은 대검찰청에, 관리·감독 사항은 기획재정부에 이첩하기로 했다.

근로복지공단이 전 직원에게 총 8억5000만원어치 상품권을 지급하며 꼼수 급여 인상을 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날 감사원이 발표한 근로복지공단 정기감사 결과에 따르면 공단은 2020년 12월 전 직원 8555명에게 1인당 10만원씩 총 8억5550만원 상당의 온누리상품권을 지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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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근로복지공단 노조는 임금 협상 과정에서 직원 사기 진작을 이유로 상품권 지급을 요구했고, 공단은 노조의 요구를 수용했다. 임금 협상분에 더해 상품권을 지급하면서 사실상 임금을 인상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이는 공공기관 예산 집행 지침을 위반한 조치로, 지침에 따르면 공공기관은 직원에게 상품권을 일괄 지급하는 등의 방식으로 급여를 우회 인상해선 안 된다.

한편 공익 침해 행위에 대한 신고 시 받을 수 있는 포상금이 현행 2억원에서 최대 5억원으로 상향된다. 정 부위원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제5회 공익신고의 날 기념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러한 내용의 시행령이 오는 12일 국무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권익위는 공익신고 포상금 상향과 동시에 공익신고 보상금 지급 비율도 확대할 예정이다. 현재 부정수급 환수액의 최대 20% 이내에서 주어지는 보상금을 최대 30%로 확대하는 내용도 이번 시행령에 담겼다. 권익위에 따르면 내부 공익신고자는 공익신고로 인해 공공기관에 직접적인 수입이 회복되거나 비용이 절감되면 권익위에 보상금을 신청할 수 있으며, 보상금 상한은 최대 30억원이다.

유지혜 기자 kee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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