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노총에 넘어간 민노총-사측 비공개 합의서
5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3부(부장검사 임삼빈)는 최근 한국노총 피비파트너즈 노동조합(피비파트너즈노조) 전모 위원장이 사측과 공모해 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파리바게트 지회(화섬노조)를 공격하려 한 정황이 담긴 녹음파일을 확보했다. 전 위원장 휴대전화에서 확보한 녹음파일에는 전 위원장이 지난해 11월 1일 “민노총과 합의한 합의서를 가져오라”고 지시하자 사측 윤모 상무가 “빨리 가져가겠다”고 답한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
서울중앙지검. 동아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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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바게뜨 제빵기사 채용과 양성을 담당하는 피비파트너즈는 당시 민노총 소속인 화섬노조와 비공개 합의서를 체결한 상황이었다. ‘2021년 화섬노조 탈퇴를 종용한 임원들을 징계한다’ ‘화섬노조는 투쟁을 중단한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한국노총 산하 피비파트너즈노조는 윤 상무가 건넨 합의서를 바탕으로 법원에 “협상권이 없는 화섬노조의 합의는 무효”라며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올 2월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시위 중단의 조건이었던 임원 징계는 이뤄지지 않았다.
검찰은 사측과 피비파트너즈노조가 공모해 화섬노조 투쟁을 중단시키면서도 임원 징계 등 사측에 불리한 합의 내용을 무력화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피비파트너즈노조는 화섬노조 소속 조합원을 흡수해 교섭대표노조가 되기 위해 사측과 공모했다고 검찰은 의심하고 있다.
○ ‘윗선 개입 의혹’ 관련 증거 은폐 정황도
검찰은 사측과 피비파트너즈노조가 화섬노조 소속 조합원 명단을 수시로 주고받고, 수사 개시 직후 윗선 개입 의혹 관련 증거를 은폐하려 한 정황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측인 전모 피비파트너즈 노무팀장은 최근 검찰 조사 직후 전 위원장에 전화해 “검찰이 민노총 명단 어디까지 보고하냐 물어봐 정모 전무한테까지만 보고했다고 진술했다”라며 “내가 준 민노총 명단 잘 관리해야 된다”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화섬노조는 매달 노조비 공제를 위해 사측에 노조원 명단을 제출하는데, 사측이 이를 전 위원장에게 넘긴 정황이 담긴 녹음파일도 검찰이 확보했다고 한다.
SPC 사옥.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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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피비파트너즈가 민노총 노조 탈퇴를 종용하는 과정에 관여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전 위원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피비파트너즈의 노조 탈퇴 종용 의혹에 SPC그룹 차원의 지시와 개입이 있었는지 여부도 계속 수사할 방침이다. SPC그룹 관계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별다른 입장이 없다”고만 했다. 전 위원장에게는 해명을 요청했지만 답이 오지 않았다.
구민기 기자 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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