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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7 (토)

이슈 유럽연합과 나토

우크라이나, EU 재정 지원마저 끊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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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국 국내 정치 상황 변화 속

500억유로 추경예산 합의 불발

미국의 지원예산 배정도 중단

전쟁 교착상태… 내부 균열도

공화당이 장악한 미국 하원에서 지원 예산 배정이 중단되어 어려움에 처한 우크라이나가 유럽연합(EU) 재정 지원마저 끊길 처지에 놓였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EU 고위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3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14일부터 벨기에 브뤼셀에서 이틀간 열릴 예정인 EU 정상회담을 앞두고 회원국들이 우크라이나를 위한 500억유로(약 71조원)가 포함된 추가경정예산안에 합의하지 못했다.

세계일보

드니프로강 둑에서 작전 중인 우크라이나군.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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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의 한 고위 관리는 “합의가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매체에 전했다.

이는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내외부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어서다.

우선 우크라이나에 F-16 전투기를 가장 먼저 지원하겠다고 할 정도로 적극적이었던 네덜란드가 최근 총선에서 극우 정당이 최다 의석수를 확보한 영향으로 지원 반대로 돌아설 가능성이 점쳐진다. 역시 우크라이나의 유럽 최대 우방 중 하나인 독일은 지난달 올해와 내년 예산에 대한 헌법재판소 위헌 결정에 따라 자국민 연료비 지원액까지 삭감한 처지라 우크라이나 지원은 언감생심이다.

앞서 슬로바키아는 지난 10월 총선에서 친러시아 성향 정부가 득세하며 지원 반대를 공식 선언했다. 헝가리도 친러 성향 오르반 빅토르 총리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반대하는 중이다.

설상가상으로 미국의 600억달러(78조원) 규모 지원 패키지도 하원 문턱을 못 넘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사이의 전쟁으로 미국 등 주요국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점점 더 관심 밖으로 밀려 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우크라이나가 야심 차게 시도했던 대러 반격 작전이 사실상 실패한 것도 지원에 대한 회의론을 키우는 중이다. 미국 NBC방송은 우크라이나가 지난 6월 반격을 시작한 이후 고도로 요새화한 러시아 방어선을 상대로 아주 작은 이득을 얻었을 뿐 전쟁이 교착 상태에 빠져 있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전황은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이 전날 독일 방송과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상황과 관련해 “우리는 나쁜 소식에 대비해야 한다”고 발언한 이유로 거론된다.

우크라이나 내부에서도 균열이 감지된다. 수도 키이우의 블라디미르 클리치코 시장은 이날 스위스 매체 등과의 인터뷰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국민 지지를 잃고 있다며 “실각할 것”이라고 공개 비판했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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