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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이슈 난민과 국제사회

쫓겨났는데 또 이주명령…가자 난민들 “어디로 가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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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군 북부 이어 남부 지상전 확대

구역 나눠 지도 배포…대피명령지 늘어나

임시 대피소 포화…"더는 갈 곳 없어" 울상

"이스라엘 공습에 이미 가자 인구 80% 피난"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간 휴전 협상 결렬로 또 다른 피난처를 찾아 가자지구 주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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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남부 칸 유니스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전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주거용 건물이 공습된 후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짐을 옮기고 있다. (사진=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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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이스라엘군이 휴전 협상이 결렬된 지 이틀 만에 가자 주민에게 이주 대피령을 내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소셜미디어 페이스북과 엑스(X·옛 트위터)에 “가자 주민 여러분, 대피 지시에 따를 것이 여러분의 안전과 생명, 가족의 생명을 지키는 가장 안전한 방법”이라고 밝혔다. 이는 가자 남부를 겨냥한 지상 작전의 전초 단계다. 앞서 이스라엘군은 지난 10월 말 지상전을 통해 가자 북부를 접수하기 전에도 비슷한 명령을 내렸다.

이날 이스라엘군 대변인인 다니엘 하가리 소장은 가자의 하마스 주요 전선에서 지상 작전을 계속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후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이 이스라엘 남부지역 사단을 방문한 자리에서 이스라엘군이 가자 남부에서 작전 실행을 공식화했다.

NYT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이 가자 주민에게 발표한 대피명령 지역은 지난 2일 19개에서 이날 34개로 늘었는데 모두 가자 남부 칸 유니스 남동쪽에 밀집한 곳이었다. 이스라엘군은 가자를 약 2400개 구역으로 나눈 지도에 각 지역을 표시하고 주민에게 대피령 발표에 주의를 기울여달라고 권고했다.

한 가자 주민은 초기엔 집과 대피소가 대피구역에 포함되지 않아 그대로 머물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떠나라는 내용이 담긴 음성 메시지를 받았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유엔(UN)은 계속되는 정전과 불규칙한 통신으로 인해 가자 주민이 온라인 지도를 볼 수 있는지, 연락을 받을 수 있는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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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현지시간)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분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가자지구 남부 칸 유니스의 나세르 병원에서 인근에서 피란민들이 대기하고 있다.(사진=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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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대피 명령을 받은 가자 주민은 이미 한 번 이상 가자 북부를 떠났던 이들이라고 NYT는 전했다. 이동해 온 남부에서도 폭격의 위협이 이어지고 피란민으로 과밀화된 터라 다시 어디로 가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자 북부에서 남부 칸 유니스로 이동한 아부와엘 나스랄라(80)는 로이터통신에 “이미 모든 것을 잃었기 때문에 그대로 머물러 있을 것”이라며 “집도 사라지고 아들들도 죽었는데 두려워할 것이 아무 것도 남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아내, 여섯명의 자녀와 함께 칸 유니스의 한 학교로 피신한 야멘도 “가족을 어디로 데려가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유엔은 가자 인구의 80%에 달하는 최대 180만명이 이스라엘의 공습에 피난을 떠나야 했던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유세프 함마쉬 유엔 노르웨이 난민위원회 담당관은 “칸 유니스 지역에 있는 주민이 아파트에서 쏟아져 나와 나무 아래 임시 대피소를 지을 수 있는 모든 것을 찾아 헤매고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군이 가자 주민에 배포한 대피 지도에는 이미 피란민으로 넘쳐나는 대피소나 자체적으로 인도주의 구역으로 설정한 가자 남부 해안 소도시인 알마와시로 안내하는 큰 주황색 화살표가 표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군이 지명한 안전지대에서 충분한 보급품이나 피난처를 제공하는지는 불분명하다고 NYT는 지적했다. 일부 피란민에 따르면 추위를 피할 수 있는 대피소도 없으며, 노점상이 파는 채소 몇 가지 외에는 판매하는 음식도 없고, 화장실조차 없는 상황이다. 심지어 인도주의적 지원을 제공하는 국제구호 단체의 손길 역시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군이 구상한 안전지대 알마와시 구역 설정은 유엔 등 국제기구에서는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유엔은 “어떤 안전지대도 일방적으로 선포되거나 군대의 존재에 의해 강제되는 경우 진정으로 안전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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