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군 최초 군사정찰위성 1호기가 2일 새벽 3시19분(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소재 반덴버그 우주군기지에서 발사하고 있다. 군사정찰위성 1호기 발사 성공으로 우리 군은 독자적인 우주감시정찰 능력을 확보하였으며, 한국형 3축체계의 한 축인 킬체인 역량을 더욱 강화하게 되었다. SpaceX 제공,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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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군의 정찰위성 1호기가 우주 공간에 안착하면서 독자 정찰위성 시대가 열렸다. 정찰위성 1호기는 6년 전 시작된 이른바 '425 사업'이 배출한 첫 번째 위성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성능을 자랑한다. '공격 징후가 임박하면 먼저 북한을 제압한다'는 킬 체인(Kill Chain)의 눈 역할을 맡을 핵심 자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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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작전능력 크게 향상
군 정찰위성 1호기는 2일 새벽 3시 19분(현지시간 1일 오전 10시 19분) 미국 캘리포니아주 소재 밴덴버그 공군기지에서 발사됐다. 발사 14분 뒤인 3시 33분에 발사체에서 정상적으로 분리됐다. 발사 78분만인 오전 4시 37분쯤 해외 지상국과 첫 교신에 성공, 정상 운용이 확인됐다.
앞으로 위성체를 최종 임무 궤도로 조정하고 영상의 초점을 맞추는 검보정 작업과 영상 품질 평가 작업 등을 거쳐 본격적인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국방부 관계자는 "짧으면 4개월, 길면 6개월 간 운용시험평가를 거쳐 내년 상반기 내 전력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반덴버그 우주군기지에 우리 군 최초의 군사정찰위성 1호기를 탑재한 '팰컨9' 로켓이 기립해 있다. 발사체 상단에 영문 'KOREA'(한국)와 태극 문양이 새겨진 이 로켓은 우리시간 2일 오전 3시19분 발사됐다. SpaceX 제공,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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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의 해상도는 약 30㎝로 신문지 한장보다 작은 크기 물체를 하나의 점으로 포착해낼 수 있다. 정찰위성을 구분하는 척도인 서브미터(해상도 1m)급 위성 중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우리 정찰위성의 성능을 세계 5위 이내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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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우주 경쟁 본격화
남북 간에도 '우주 전력(Space Power)'의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위성으로 취득하는 영상 및 신호정보는 기존 지상 기반의 정보수집에서 보이는 물리적 제약을 초월하기 때문이다. 상대의 군사 동향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1일 22시 42분쯤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정찰위성 '만리경 1호'를 신형위성운반로켓 '천리마 1형'에 탑재해 발사하는 장면을 지켜보는 모습. 노동신문,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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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이 지난달 21일 군사정찰위성 발사 성공을 발표하면서 "앞으로 빠른 기간 안에 수개의 정찰위성을 추가 발사해 남조선지역과 공화국 무력의 작전상 관심 지역에 대한 정찰능력을 계속 확보해나갈 것"이라고 한 것도 이런 배경이다.
한국도 '425 사업'으로 불리는 군 독자 정찰위성 사업을 통해 이번에 쏜 EO·IR 위성을 시작으로 2025년까지 고성능 영상 레이더(SAR) 탑재 위성 4기를 추가로 우주 궤도에 띄울 방침이다. 425는 'SA'와 'EO'의 한국어 발음을 아라비아 숫자로 표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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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 체인' 역량 강화"
한국군 군 최초 군사정찰위성 1호기가 지난 2일 새벽 3시19분(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소재 반덴버그 우주군기지에서 발사되는 모습. SpaceX 제공,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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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정찰위성의 탐지능력은 3축 체계 중에서 유사시 북한을 선제 타격하는 개념인 킬 체인과도 연관돼 있다. 북한의 위협을 조기에 탐지해 제거하는 킬 체인 가동이 가능하게 하는 핵심 감시·정찰자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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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격한 기술격차에도 위협?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5월 16일 군사정찰위성 발사 준비를 하고 있는 비상설위성발사준비위원회 사업을 현지지도하는 모습. 이날 현지지도에는 김정은의 딸 주애도 함께 동행했다. 노동신문,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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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적 효용성에 의심이 가지만, 북한 공언대로 여러 기의 위성을 운용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익명을 원한 국책연구기관 연구위원은 "한·미에 비해 감시·정찰 자산을 갖추지 못한 북한 입장에선 만리경-1호의 군사적 효용성은 상대적으로 클 수 있다"며 "한반도에 전개하는 미국 전략자산의 동향 파악이나 핵운용을 위한 지휘·통신체계로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측의 기술 지원으로 단기간에 한국과의 기술 격차를 좁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국방부와 방사청이 정찰위성과 상호보완적으로 운용해 감시정찰 자산의 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는 초소형위성체계 사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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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전쟁은 시점상 문제"
북한은 한국의 첫 정찰위성 발사 이후 한·미를 향해 말 폭탄을 쏟아냈다. 국방성 대변인은 지난 2일 자신들의 정찰위성을 불능화시킬 수 있다고 밝힌 미국에 대해 "선전포고로 간주하겠다"며 반발했다. 앞서 미 우주군사령부 관계자는 "다양한 가역적 및 비가역적 방법을 사용해 적의 우주 및 반우주 역량과 활동을 거부하며(deny) 모든 영역에서 적군의 효율성과 치명성을 감소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 평양종합관제소의 모습. 노동신문은 3일 관제소 산하 정찰위성운용실이 독립적인 군사정보조직으로 지난 2일부터 임무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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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군 관계자는 "위성을 격추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면서도 "우주 공간에 다수의 잔해물이 발생해 다른 위성이나 국제우주정거장(ISS) 등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어 신중하게 접근할 수밖에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외무성 대변인도 같은 날 담화를 통해 위성 개발에 관여한 개인과 조직 등을 제재한 한·미·일과 호주에 맞대응을 선포했다. 추가 도발을 위한 명분 쌓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조선중앙통신은 3일 군사논평원 명의의 기사에서 한국의 9·19 남북군사합의 일부 조항 효력 정지를 두고 "조선반도(한반도)에서 물리적 격돌과 전쟁은 가능성 여부가 아닌 시점상의 문제"라며 "우리를 반대하는 괴뢰패당의 그 어떤 적대행위도 괴뢰군의 참담한 괴멸과 ‘대한민국’의 완전소멸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노동신문은 이날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 평양종합관제소의 정찰위성운용실이 지난 2일부터 임무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정찰위성운용실은 독립적인 군사정보조직으로 자기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며 "임무수행을 통해 획득한 정보는 당 중앙군사위원회 해당 상설집행부서에 보고되며, 지시에 따라 국가의 전쟁억제력으로 간주되는 중요 부대와 인민군 정찰총국에 제공되게 된다"고 전했다.
정영교·이근평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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