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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25 (일)

"생사 없다 하나 생사 없는 곳이 없구나"…1만명 운집한 자승스님 마지막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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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지난달 29일 입적한 자승 스님의 영결식이 3일 오전 10시쯤 서울 조계사에서 봉행됐다. /사진=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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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소신공양으로 입적한 자승 전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이 3일 한 줌의 재로 돌아갔다. 조계종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자승스님의 영결식을 종단장으로 엄수한 뒤 스님의 소속 본사인 경기 화성시 용주사로 법구를 옮겨 다비식을 거행했다. 다비식은 승려의 시신을 화장하는 불교식 장례 절차를 말한다.

영결식이 열린 조계사에는 영하 4도에 머문 매서운 추위에도 조계종 인사와 종교인, 신자 등 약 1만명이 몰렸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국회 불자모임 정각회 회장인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 김희중 천주교 대주교 등 주요 인사들도 참석했다. 영정 사진과 국화꽃이 놓인 분향소에는 자승 스님의 열반송으로 알려진 '생사가 없다 하나 생사 없는 곳이 없구나. 더 이상 구할 것이 없으니 인연 또한 사라지는구나'라는 문구가 적혔다.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거행된 영결식은 명종5타(5번 타종)를 시작으로 개식, 삼귀의례, 영결법요, 헌향헌다, 행장소개, 추도입정, 생전법문, 영결사, 법어, 추도사, 조사 등 순으로 진행됐다.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은 영결사를 통해 "빨리 가고 늦게 가는 차이만 있을 뿐 누구나 때가 되면 가는 것이 자연의 이치"라며 "터럭 한 올조차 없는 번뇌 사라진 땅에서 크기를 헤아릴 수 없는 배를 마음껏 타고서 달빛을 싣고 바람 부는대로 다니다가 때로는 구름 위에 눕고 때로는 물 위에서 쉬소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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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대독한 조사에서 "자승스님이 중생의 이익과 행복을 위해 부처님의 메시지를 전달한 건 우리 사회의 큰 등불이 될 것"이라며 "권력의 씨를 뿌리지 않는 스님의 메시지를 이어받아 자유와 연대로 어려운 이웃을 살피겠다"고 밝혔다.

종교는 다르지만 애도의 마음은 하나였다. 영결식에 참석한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 전 공동대표 천주교 김희중 대주교는 "여러 해 동안 지척에서 만나 고견을 나눴는데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사회통합과 종교간 화합, 고통받는 이웃에게 다가가기를 강조한 분의 모든 헌신이 헛되지 않도록 종교 지도자들이 헌신하겠다"고 말했다.

고령의 신도들은 두꺼운 패딩에 모자, 장갑을 준비하고 한 손에는 지팡이를 든 채 조계사를 찾았다. 아침 일찍 제주도에서 비행기를 타고 상경한 김문자씨(86)는 "처음에 소식을 듣고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이었다"며 "우리를 이끌어준 스승님께서 멀리 떠나시는데 배웅해야 할 것 같아서 왔다"고 말했다. 인선옥씨(66)는 "자승스님은 불교 신도들을 하나로 뭉치고 화합하게끔 했다"고 추모했다.

영결식에서 자승스님이 생전 "비움이란 갈등과 경쟁, 부정과 부패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삶의 행위가 우리 모두를 불행하게 한다는 걸 알려주고 혁명적인 사고로 전환시켜 주는 것"이라며 "내가 변하면 세상이 바뀔 수 있다는 믿음으로 나와 내 이웃을 부처님처럼 소중히 여겨달라"고 설법하는 영상이 나오자 일부 신도들은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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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입적한 자승 스님의 영결식이 3일 오전 10시쯤 서울 조계사에서 봉행됐다. /사진=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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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결식을 마친 자승스님의 법구는 재적 본사인 경기 화성시 소재 용주사로 옮겨져 오후 1시50분부터 다비식이 봉행됐다. 오후 1시48분쯤 자승스님의 법구를 모신 영구차량이 용주사 경내에 들어서자 미리 모여있던 5000여명의 신도들은 일제히 합장했다.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훔치는 이들도 있었다.

다비식에는 조계종 원로 익산도후 대종사, 명예원로의원 수봉세민 대종사, 호계원장 보광스님 등 불교계 인사와 김동연 경기도지사, 홍기현 경기남부경찰청장, 조선호 경기도소방재난본부장 등 주요 정·관계 인사가 참석했다.

영장 사진을 앞세운 운구행렬이 자승스님의 법구를 모시고 경내를 한 바퀴를 돌며 노제를 지내는 내내 신도들은 "나무아미타불"을 되뇌었다.

오후 2시34분쯤 연화대 위로 법구가 옮진 뒤 "거화"라는 외침과 함께 연화대에 불이 붙고 자승스님이 법구가 까맣게 타들어가는 모습이 보이자 신도들은 연신 "나무아미타불"을 읊조렸다. 일부 신도가 한숨을 내쉬며 흐느끼자 여기저기에서 "울지 마세요", "우시면 못가요" 등의 위로가 나왔다.

경기도 화성시에서 왔다는 60대 가평현씨는 "열반에 드시면 평화를 얻는 것이기 때문에 축원하는 마음도 들고 슬프기도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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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입적한 자승 스님의 영결식이 3일 오전 10시쯤 서울 조계사에서 봉행됐다. /사진=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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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비는 다음날 오전 9시까지 이어진다. 이후 타고 남은 유해를 수습하는 절차를 걸쳐 용주사 천불전에 안치될 예정이다. 자승스님을 추모하기 위한 초재(5일)와 막재(2024년 1월16일)는 용주사에서, 2재부터 6재까지는 서울 봉은사 등에서 봉행된다.

자승스님은 지난달 29일 경기 안성시 죽산면에 위치한 칠장사에서 입적했다. 이날 오후 6시50분쯤 칠장사 내 요사채에서 발생한 화재 진압 과정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자승스님의 유서에는 종단의 미래를 잘 부탁한다는 내용과 칠장사를 2025년까지 복원하라는 내용 등이 담겼다.

자승스님은 1954년 강원도 춘천에서 출생해 1972년 해인사 지관스님을 은사로 사미계를 받고 2009년 10월부터 2017년 10월까지 8년에 걸쳐 조계종의 33·34대 총무원장을 지냈다. 정부는 자승스님에게 한국 불교 안정 등에 기여한 공로로 국민훈장 가운데 가장 높은 등급인 무궁화장을 추서했다.

김지은 기자 running7@mt.co.kr 화성(경기)=민수정 기자 crysta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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