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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24 (토)

고대부터 현대까지 동서양 혼재한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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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피카소의 '곡예사 가족'을 모티브로 그린 '황금기(Scene Doree)' 갤러리바톤


파이프를 문 광대가 꽃을 들고서 사다리를 오르는 여인을 응시한다. 아버지와 발레복을 입은 소녀가 두 사람을 지켜본다. 8시 34분을 가리키는 시계는 이 '드라마'의 시간을 알려준다. 네 사람에게는 무슨 사연이 숨어 있을까. '황금기(Scene Doree)'는 파블로 피카소의 '곡예사 가족'(1905)에서 모티브를 따온 그림이다.

에르메스가 '찜'한 작가가 한국에 왔다. 내년 파리 에르메스 매장에 작품을 걸게 되는 이 작가는 화폭에 온갖 이야기를 숨겨 놓는다. 영국계와 일본계 혼혈 작가인 크리스찬 히다카(46)의 사진처럼 사실적인 회화 속에는 이슬람 사원과 불교의 심벌과 동양의 산수화까지 모두 들어 있다.

갤러리바톤에서 12월 23일까지 열리는 아시아 첫 개인전 '황금기(Scene Doree)'를 앞두고 작가는 한국에 도착해 열흘간 매일 10시간 이상 벽화를 그렸다. 오일 템페라로 전시장 전체를 칠하고 그림을 거니 연극 무대처럼 보인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나는 화가(Painter)다. 내 역할은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다. 그림은 내가 말하고 싶은 심벌과 기억 속 이미지들이 총집합한 곳"이라면서 "관객에게 3차원적 경험을 보여주고자 벽화를 그렸고, 시각적 놀이를 하고 싶었다. 그림은 환영이고 가짜인 걸 알지만 이 공간 속에선 속기 쉽다"고 말했다. 수수께기가 잔뜩 숨어 있지만 조화롭다. 작가는 "동서양이 혼재한 유라시아를 주제로 여러 작품을 그렸다. 인물들의 인종을 잘 구분하기 힘들 것이다. 한 작품에 고대부터 르네상스 시대, 현재까지 여러 시간이 혼재돼 있다"고 말했다.

전시장 한편에는 근래에 집중적으로 그린 산수화도 걸렸다. 작가는 "10년 전 중국 여행에서 얻은 영감을 바탕으로 현대 세계 공간의 개념을 고대 중국 방식으로 표현했다. 구상화와 산수화도 모두 내면의 표현이지만, 산수화는 내면의 이미지를 좀 더 편안하게, 마치 휴가를 떠난 것처럼 그렸다"고 말했다. 그는 "혼혈아로서의 두 다른 문화의 간극을 좁혀주는 방법으로 예술을 택했다"고 말했다.

회화의 혁신을 주장하는 작가는 "현대미술이 엉망이 된 건 모두 피카소의 큐비즘 때문"이라는 흥미로운 주장을 했다. 큐비즘 출현 전후에 견줄 만한 화면의 구조에 대한 혁신적인 진보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작가는 "현대 미술의 틀에서 벗어나 제가 생각하는 정체성과 가치를 창조하는 것에 의미를 두고 작업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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