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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7 (토)

글로벌 석유회사들, 5년 내 메탄 배출량 80% 감축 약속…“그린워싱”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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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미국 왓포드시티 인근 유정에서 불길이 타오르는 모습.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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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석유회사들이 2030년까지 유정 및 시추 과정에서 발생하는 메탄 배출량을 80% 이상 줄이기로 합의했다. ‘예상치 못한 성과’라는 평도 있지만, ‘그린워싱’(위장 환경주의)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도 향후 15년간 메탄 배출을 80% 감축하는 내용의 규제안을 내놨다.

제28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의장국인 아랍에미리트(UAE)는 2일(현지시간) 전 세계 50개 석유 및 가스 회사들이 ‘석유와 가스 탈탄소화 헌장’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50개 에너지기업 ‘석유와 가스 탈탄소화 헌장’ 서명


서명에는 세계 최대 석유회사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람코를 비롯해 아랍에미리트(UAE)의 아부다비 국영석유공사(ADNOC), 미국의 엑슨모빌, 중국의 페트로차이나, 브라질의 페트로브라스 등이 참여했다. 이들 기업은 전 세계 화석 에너지 생산량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2050년까지 석유와 가스 생산 과정에서 총 온실가스 배출량을 0으로 줄이는 ‘넷제로(탄소 중립)’를 달성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위해 5년 내로 석유나 가스 시추 과정에서 발생하는 메탄을 소각하지 않고 별도 채집해 처리함으로써 메탄 배출량을 80% 줄이기로 했다.

또 헌장에는 이들 기업이 재생에너지와 저탄소연료 및 배출 저감 기술을 포함한 미래 에너지 시스템에 투자하고, 온실가스 배출 측정 모니터링 및 온실가스 배출 감소에 대한 성과와 진행 상황에 대해 독립적 검증을 강화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급격한 지구 온난화를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될 야심 찬 계획”이라며 “COP28의 가장 중요한 결과물 중 하나가 될 예상치 못한 약속”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합의는 글로벌 석유업계가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으로 지목되며, 팬데믹 이후 막대한 이윤을 남기고 있는 석유기업들의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진 가운데 나온 것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 23일 펴낸 보고서에서 전 세계가 더 심각한 기후변화를 피하기 위해 현재 연간 8000억달러(약 1040조원)에 달하는 석유·가스 분야 투자를 절반으로 줄이고, 석유 등 화석연료 연소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량을 60% 감축해야한다고 주장했다.

IEA는 총 메탄가스 배출의 60%가 석유·가스 회사들에서 나오고 있지만 이들 업체가 전 세계 친환경 에너지 기술 투자에서 부담하는 비용은 1% 수준(180억달러(약 23조4000억원)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석유업계가 지난해 5조 달러의 매출을 올리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데 비하면 미미한 수치라는 것이다.

유전이나 가스전 시추 과정에서 발생하는 메탄의 온실 효과는 이산화탄소의 수십 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메탄은 석유 및 가스 시추 작업에서 발생하는 무취, 무색의 부산물로 일단 배출되고 나면 이산화탄소보다 86배 더 강력한 온실효과를 부르는 ‘슈퍼 오염물질’로 꼽힌다.

환경보호기금은 2030년까지 메탄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이면 지구 온난화 속도를 25% 이상 늦출 수 있으며, 2100년까지 지구 기온 상승을 0.5도 억제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기후 전문가들은 주요 에너지기업들이 공동으로 탈탄소 공약에 서명한 것은 의미가 있지만, 법적 구속력이 없어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세계자원연구소의 멜라니 로빈슨은 “헌장은 법적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기후 위기 타개를 위한 수준의 온실가스 저감을 강제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기후변화의 주요 원인인 화석연료 문제를 제대로 다루지 않은 해결책은 그린워싱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나왔다. 미국 비영리단체 국제환경법센터의 캐럴 머펫 소장은 “탄소 기반 석유와 가스를 탈탄소화하는 유일한 방법은 석유·가스 생산을 중단하는 것”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그린워싱이라고 꼬집었다. 태평양의 섬나라 마셜제도의 티나 스테게 기후특사도 “그런 약속으로 화석연료 생산을 확대하는 국가들을 친환경적인 것처럼 믿게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미 환경보호청, “15년 내 메탄가스 배출 80% 감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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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리건 미국 환경보호국 청장이 2023년 12월 2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린 COP28 유엔 기후정상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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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미국도 이날 자체적으로 새로운 메탄 규제안을 발표했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마이클 리건 청장이 이날 두바이에서 석유와 가스 산업의 메탄 배출량을 향후 15년 동안 80%까지 줄이는 내용의 환경 규제안을 발표했다고 밝혔다. 석유와 천연가스는 미국의 메탄 배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석유와 천연가스 시추 과정에서 유출되는 다량의 메탄을 모니터링하고, 배출을 최대한 줄이도록 하는 것이 이번 규제의 골자로, 수천개의 미국 내 석유 및 가스 시설에 적용될 예정이다. EPA는 이를 통해 석유와 천연가스 산업을 중심으로 2024년부터 2038년까지 약 5800만t의 메탄 배출량을 감축할 것으로 추정했다.

EPA 관계자는 “이번 조치를 통해 메탄가스 배출을 줄이는 것 외에도 2038년까지 휘발성 유기 화합물 600만t과 벤젠, 톨루엔 등 건강에 해로운 독성 오염물질의 배출도 줄일 것”이라고 기대했다.

노정연 기자 dana_f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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