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 유니버스 우승자가 테러리스트?…미인대회 감독 반역죄로 기소한 나라

미스 니카라과, 과거 반정부시위 참가 이력

경찰 "반정부 성향 미녀 우승하도록 조작"

니카라과 경찰이 미스 니카라과 대회 감독을 반역 및 증오 선동 혐의로 기소했다. 반정부시위 참가 이력이 있는 셰이니스 팔라시오스가 미스 니카라과 대회에서 우승하도록 결과를 조작했다는 것이다. 셰이니스 팔라시오스는 미스 니카라과로 선발된 데 이어 최근 미스 유니버스 대회에서 미스 니카라과 최초로 우승 왕관을 썼다.

2일(현지시간)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니카라과 경찰은 미스 니카라과 대회 감독인 카렌 셀레베르티를 반역죄와 증오선동죄로 기소했다. 니카라과 경찰은 성명을 통해 "셀레베르티와 그의 가족은 정부 전복을 위해 결백한 미인대회를 정치적 함정으로 바꿔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현재 엘살바도르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셀레베르티는 니카라과 입국이 금지됐으며, 팔라시오스의 입국 가능 여부도 불투명하다. 또 현지 언론은 셀레베르티의 남편과 아들이 최근 반역 혐의로 구속됐다고 보도했다.

미스 유니버스 우승자인 미스 니카라과 셰이니스 팔라시오스[이미지출처=셰이니스 팔라시오스 인스타그램 캡처]

지난달 18일 셰이니스 팔라시오스의 미스 유니버스 대회 우승 소식이 전해진 직후 니카라과는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팔라시오스는 중앙아메리카 최초의 미스 유니버스인데다 저소득층 가정 출신으로 많은 이들에게 희망의 상징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23세인 팔라시오스는 TV 호스트 겸 모델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최근 정부에서 몰수해 국가 소유로 돌려놓은 예수회 설립 센트로아메리카나 대학을 졸업했다.

20년 넘는 장기 집권으로 독재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니카라과 다니엘 오르테가 대통령도 정부 성명을 통해 팔라시오스의 미스 유니버스 우승을 축하했다. 그러나 바로 다음 날 상황은 180도 바뀌었다. 2018년 팔라시오스가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 참가했던 사진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에 오르테가 대통령의 아내인 로사리오 무리요 부통령은 미스 유니버스 우승을 축하한다는 구실로 '조작된 도발'을 계획하고 있는 쿠데타 음모자들을 방송에서 공개 비난했다. 그는 팔라시오스는 물론 그의 우승을 축하하는 야권 인사들에 대해 '테러리스트'이자 '악의 세력'으로 지칭하면서 맹렬히 비판했다.

지난달 18일 엘살바도르에서 열린 제72회 미스유니버스 대회에서 우승한 셰이니스 팔라시오스[사진출처=AFP 연합뉴스]

앞서 니카라과에서는 미스 유니버스 우승 축하 벽화까지 검열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지난달 22일 '빈크 아트'와 '토치 미스티코'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벽화 작가 케빈 라구나 게바라와 오스카 다닐로 파리야 블란돈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미스 유니버스 1위를 기념하기 위한 벽화 작업을 당국으로부터 금지당했다는 취지의 게시물을 올렸다. 당시 이들은 수도 마나과에서 북쪽으로 150㎞ 떨어진 에스텔리의 한 사유지에서 그림을 그리던 중이었으나 곧 활동을 제지당했다. 그리다 만 벽화에는 다시 하얀색 페인트가 덧칠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게바라 등은 SNS에 "사유지 주인으로부터 허락받았고, 벽화를 끝까지 완성하고 싶었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다"며 "일부 사람들이 정치적 메시지로 받아들인 것 같다"고 적었다. 이 게시물은 현재는 비공개됐다.

오르테가 대통령은 2018년 대규모 반정부 시위 이후 정부에 비판적인 인사와 단체 등을 억압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그는 자신에게 반대하는 언론사를 폐쇄하거나 방송 송출을 막아버리는가 하면 수천 개의 비정부기구(NGO)를 없애고 가톨릭 주교까지 투옥하면서 정권을 지키고 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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