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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28 (수)

'바다 시장' 대명사 속초수산시장..오징어 대체할 명물은 뭘까[길 위에 장이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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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회) 속초관광수산시장
60년간 세번의 도약 끝에 최고 전통시장 자리매김
신선 회부터 신상 먹거리까지 관광객 입맛 잡았다


파이낸셜뉴스

속초관광수산시장은 시설 현대화 사업과 상인들의 노력으로 전국 최고의 전통시장으로 발돋움했다. 사진=김기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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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속초=김기섭 기자】 "바다요. 바다가 보고 싶어요. 쪽빛 속초 바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영화감독이 죽기 전 마지막으로 가장 하고 싶은 게 뭐냐는 질문에 서슴없이 내뱉은 말이다. 동해와 서해, 남해를 따라 자생한 수많은 도시들 가운데 속초가 동경(憧憬)의 도시로 가장 먼저 꼽은 이유는 무엇일까?
속초는 강원특별자치도 18개 시군 중에서도 결이 다른 도시 중에 한 곳이다. 대부분의 도시들은 수백년간 쌓인 흔적들을 쉽게 볼 수 있지만 속초는 도시가 새로 형성되면서 사뭇 다른 분위기가 연출된다. 장엄한 설악산을 한 눈에 담을 수 있으면서도 뒤돌아서면 금세 동해 쪽빛 바다에 발을 담글 수 있는 도시다. 그래서인지 속초는 서울 중심의 산업화 시대 국내에서 몇 안되는 이국적이면서 동경하는 여행지로 각인된 듯 싶다.

관광 도시답게 속초에는 관광객들을 맞이하는 유명한 전통시장이 있다. 속초관광수산시장이다. 시장 이름에 '관광'이란 말이 들어갈 정도로 관광 콘텐츠에 특화돼 있다.

바닷가 도시 답게 수산물이 주를 이루지면 요즘은 핫한 먹거리 아이템도 없는게 없을 정도로 많다. 그러니 어르신들부터 MZ세대까지 모두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시장으로, 그야말로 매일 '북새통'을 이루는 곳이다.

속초관광수산시장은 처음부터 전국구 시장으로 이름을 알리지는 못했다. 2000년대 까지만 해도 고사 위기까지 처했던 속초관광수산시장이 지금처럼 번성할 수 있었던 이유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교체했기 때문. 수백억원을 들여 시설 개보수에 나섰고 현대식 주차장을 갖췄으며 다양한 먹거리와 젊은 세대 상인들이 뛰어들면서 연간 5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는 전통시장으로 발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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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관광수산시장 전신인 속초중앙시장의 옛 모습. 속초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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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중앙시장에서 속초관광수산시장으로 환골탈태
속초관광수산시장은 다른 도시의 전통시장과는 달리 6·25 전쟁이 끝난 후 형성된 시장으로 역사가 깊지는 않다. 그리고 속초시 형성과도 궤를 같이한다.

6·25 전쟁이 끝난 후 한반도 허리가 잘렸고 강원도 고성군 현내면 명호리에 휴전선이 그어지면서 북쪽에서 전쟁을 피해 내려왔던 피란민들이 더 이상 올라가지 못하고 속초에 보따리를 풀었다. 이후 실향민들이 대거 정착하면서 인구가 갑자기 늘었고 1963년 양양군 속초읍이 속초시로 독립했다.

전쟁이 끝난 직후인 1955년 속초의 인구는 2만8000명에 머물렀으나 실향민들이 계속 몰리면서 1963년 속초시 승격 당시 인구가 5만여명으로 크게 늘었다. 하지만 속초시 면적은 105㎢로 작은데다 왼쪽으로는 설악산을 끼고 산악지형이 많아 바닷가를 중심으로 인구가 밀집될 수 밖에 없었고 시장도 자연스럽게 생겼다.

당시 속초시의 주 산업은 수산업이었는데 명태와 오징어 어획고가 전국에서 1~2위를 다툴 정도로 융성했고 풍어기 생선시장인 파시의 영동지역 중심지였다. 그리고 어판장이 있던 중앙동에 큰 상권이 만들어지면서 속초관광수산시장의 전신인 속초중앙시장이 형성됐고 전국적인 수산물과 건어물 시장으로 자리를 잡았다.

속초중앙시장이 속초관광수산시장으로 거듭나는데는 세번의 도약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우선 처음으로 전국적으로 이름을 알린 건 1976년쯤이다. 이전에도 명태와 오징어 등이 많이 잡히면서 호황을 누렸지만 이 때 설악산 관광이 활기를 띠면서 10여곳에 머물던 점포가 60여개로 늘어났다. 이후 '속초'하면 '오징어'가 떠오를 정도로 오징어를 대표하는 전통시장으로 성장했다.

두번째 도약은 1988년 오래된 재래시장이었던 중앙시장을 현재의 상가건물로 신축하면서다. 상가 신축 건물 1층과 2층에는 모두 505개의 점포가 들어섰으며 이후 주변을 포함해 점포 수만 1500개에 달하는 대형 전통시장으로 명성을 쌓았다.

하지만 이후 다른 재래시장처럼 점차 쇠퇴해가던 속초중앙시장은 2006년 이름을 속초관광수산시장으로 바꾸고 시장 활성화, 현대화 사업을 진행하면서 전국에서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유명한 전통시장으로 성장했다. 2010년까지 진행된 현대화 사업의 가장 큰 핵심은 밀려드는 관광객을 수용할 수 있는 9420㎡ 규모의 대형 주차장을 조성하는 것이었다. 덕분에 지금도 주말이면 관광객이 몰려들지만 주차 걱정을 크게 하지 않아도 된다.

속초시는 관광객들이 만족할 수 있도록 관광수산시장만의 색을 입히고 콘텐츠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전국에서는 처음으로 시청 조직에 과 단위 전담조직을 신설, 공무원 5명을 전통시장에 배치했고 상인들을 대상으로 의식 전환과 경영 마인드 교육을 실시했다. 상인들도 자발적으로 활성화 사업에 참여했으며 아바이순대, 닭강정, 씨앗호떡 등 관광객들을 위한 다양하고 새로운 음식을 개발해 내놓자 관광객들이 폭발적으로 늘기 시작했다.

2009년 서울양양고속도로 개통도 속초관광수산시장의 르네상스 시대를 여는데 한 몫했으며 2011년에는 '여행하기 좋은 전통시장 10선'에 선정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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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관광수산시장에서 겨울이 제철인 홍게를 손질해 팔고 있다. 사진=김기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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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관광수산시장 상가 지하에 위치한 회센터. 이곳에는 40여개의 횟집과 건어물, 젓갈집들이 들어서 있다. 사진=김기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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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재미가 쏠쏠한 속초관광수산시장
속초관광수산시장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먹거리다. 여느 전통시장도 없는게 없을 정도로 다양한 상품을 팔지만 속초관광수산시장은 먹거리로 시작해서 먹거리로 끝난다고 할 정도로 특화돼 있다.

이곳을 여행하려면 우선 골목별 업소 정보를 꿰고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골목이 하도 많아 길을 잃기 십상인데다 정작 맛있는 먹거리를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골목은 크게 시장상가 지하 1층과 지상 1층, 지상 2층, 수산물 젓갈골목, 닭전골목, 청과골목, 고추골목, 순대골목, 빛의 거리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시장 상가 1층은 수산물 시장과 횟집으로 특화돼 있고 시장 상가 지상 2층은 의류와 일부 식당들이 들어서 있다. 시장 상가 1층은 정육부터 기름, 포목, 건어물, 의류, 분식 등 40여개 점포가 다닥다닥 붙어있다.

닭전골목에는 닭집들이 20여곳 들어서 있는데 이곳에서 그 유명한 만석닭강정, 중앙닭강정, 인삼닭강정, 북청닭강정 등이 탄생했다. 속초관광수산시장 주차장에 내려 시장으로 들어가다 보면 손에 닭강정 한 박스씩 들고 나오지 않는 관광객들 볼 수 없을 정도고 닭강정 집은 항상 줄을 길게 서는 것이 일상화가 되다시피 했다.

속초 닭강정이 유명해 진 이유는 닭강정은 식어도 파삭파삭해 오래 보관이 가능하고 닭비린내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속초 여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도 파삭파삭한 맛을 유지하는 것이 요리 비결인 듯 싶다.

순대 골목도 여행 순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유명한 골목이다. 여는 전통시장도 순대 골목이 있지만 이곳의 순대골목은 속초 특산물인 오징어 순대와 아바이순대 때문에 더 유명하다.

오징어 순대는 예전부터 오징어잡이 배에서 바로잡은 싱싱한 오징어에 여러가지 밥과 반찬을 넣어 먹던 것에서 유래한 전통식품이다. 요즘은 찹쌀과 신선한 야채로 속을 채운다. 아바이 순대는 함경도 지방의 향토 음식으로 돼지 대창 속에 돼지 선지와 찹쌀, 배추 우거지, 숙주, 배춧잎 등을 버무려 속을 채운 후에 찜통에 쪄서 만든 순대를 말한다. 6·25 전쟁 후 속초에 정착한 실향민들이 그 전통을 이어오면서 속초 대표 특산물로 자리를 잡았다.

중앙상가 지하 수산물회센터도 둘러보면 감탄이 나올 정도로 크고 다양한 생선을 팔고 있다. 이곳에서 일반회와 물회, 매운탕을 맛볼 수 있는데 요즘은 겨울 대방어가 입맛을 사로잡는다. 또한 곰치국으로 알려진 물곰탕이 별미다. 술마신 다음날 물곰탕 한 그릇이면 거뜬하게 해장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그리고 다양한 종류의 젓갈도 판매가 되는데 밥 한그릇을 뚝딱 해치울 수 있는 가자미식해, 명태회무침이 단연 인기다. 군것질거리로는 새우튀김, 수수부꾸미, 메밀전, 메밀총떡, 장떡, 감자옹심이, 호떡, 튀김, 전, 떡 등이 있다. 요즘 핫한 메뉴는 강원도 막걸리빵이다. 이 빵을 사기 위해 주중인데도 10m 이상 줄을 서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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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관광수산시장 1층에 위치한 명물 '사형제 문어강정'을 운영하는 맏형 함달호씨(가운데)와 둘째, 셋째 동생들. 사진=김기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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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뜨는 신상 먹거리 중 하나는 사형제 문어강정이다. 친 형제가 아니라 노총각으로 맺어진 4명의 형제가 운영하는데 방송을 탈 정도로 유명인이 됐다.

사형제 중 맏형이자 30년동안 속초관광수산시장에서 의류·건어물 점포를 운영했던 함달호씨는 "속초관광수산시장은 10여년 전 현대화, 활성화 사업을 하면서 달라지기 시작했다"며 "지하 회센터 시설이 개선되고 닭강정 같은 시장을 대표하는 핵점포들이 늘어나면서 전국에서 관광객들이 몰려들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닭강정에서 힌트를 얻어 개발한 문어강정은 고성군 대진과 거진에서 잡힌 살아있는 국산 대문어를 재료로 쓰는 훌륭한 먹거리"라며 "아직 동생들과 문어강정 가게를 오픈한지 5개월 정도 뿐이 안 됐지만 속초관광수산시장을 대표하는 먹거리로 성장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겨울철 제철 별미 양미리·도루묵·홍게
속초는 오징어로 유명해졌지만 여름 한철 장사인데다 오징어 어획량이 줄어 쉽게 맛볼 수 없다. 하지만 겨울에는 양미리와 도루묵, 홍게가 속초를 대표한 수산물로 자리잡고 있다.

양미리는 까나리와 모습이 비슷하지만 다른 생선이다. 11월부터 잡히기 시작하는 양미리는 어획량이 많아 가격이 저렴한 것이 특징이다. 겨울이라 연탄불이 구은 양미리는 고소해 술안주로 제격이고 말린 양미리는 밥 반찬으로 더 없이 좋다.

도루묵은 조선시대 선조 임금이 피난길에 맛있게 먹었던 생산을 '은어'라고 명명했다가 그 이후 먹어보니 그 맛이 예전과 같지 않다 해 도로 '묵'이라 명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져오는 생선이다. 비린내가 없고 찌개로 끓이면 담백하고 시원해 술이 절로 생각날 정도다.

속초에서는 지난 3일까지 속초관광수산시장에서 직선거리로 500m 떨어진 동명항 양미리 어판장에서 제14회 양미리·도루묵 축제가 열렸는데 주말이면 인산인해를 이룰 정도로 많은 관광객이 찾았다. 양미리와 도루묵은 겨우내 잡혀 쉽게 맛볼 수 있지만 도루묵 알은 1월로 접어들면 조금 질겨지기 시작하니 수놈을 먹는 것이 더 맛있다.

홍게는 동해안에서만 분포하는데 겨울이 제철이다. 동명항에서는 독도 인근에서 잡은 홍게가 수십 박스씩 배에서 내려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대게에 비해 값이 싸 지갑 걱정하지 않고 먹을 수 있는 별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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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의 겨울철 별미인 양미리 구이. 사진=김기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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