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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24 (토)

입점하면 '월 매출 10억 원' 보장…"더현대서울 지하 2층 성공의 시작은 SNS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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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석 현대백화점 상품본부 영패션 수석부장
개점 2년 9개월 만에 '최단 기간 연 매출 1조 원' 달성
'대박의 비밀병기' 지하 2층 성공 비결은
한국일보

지난달 1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더현대서울 지하 2층에서 시민들이 '푸바오 팝업스토어'에 입장하기 위해 사전예약 대기줄을 서고 있다. 이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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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월 더현대서울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 들어선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업계에서는 의아하다는 반응이 많았다. 백화점은 주말에 주중의 세 배 가까운 매출을 올리기 때문에 토·일요일 장사가 중요한데 국내 대표 오피스 상권인 여의도는 주말이면 유동 인구가 눈에 띄게 줄어든다.

그러나 예상을 깨고 더현대서울은 개점 2년 9개월 만에 연 매출 1조 원을 달성했다. 3일 현대백화점은 2일까지 더현대 서울이 얻은 매출이 1조 41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2021년 2월 26일 오픈 이후 33개월 만에 '연매출 1조원 점포'가 됐다. 이 기록은 국내 백화점 중 최단 기간에 달성한 것으로 신세계백화점 대구점의 기존 기록을 2년 2개월이나 앞당겼다. 특히 백화점들이 모시기 경쟁하는 명품 삼대장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 없이 이룬 성과라 더 눈길이 간다.

더현대서울의 비밀 병기는 지하 2층의 패션관 '크리에이티브 그라운드'.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를 위한 공간인데 30대 이상은 잘 모를 만한 새 브랜드로 채우면서 '힙'(hip)한 문화를 찾는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 공간의 기획과 운영을 맡고 있는 이희석 현대백화점 상품본부 영패션 수석부장은 "우리가 모르는 브랜드로 매장을 채우라"는 경영진의 특명을 받고 팀원들과 새 브랜드 발굴에 뛰어들었다. 1일 서울 강남구 현대백화점 본사에서 만난 이 수석부장은 "온라인 쇼핑의 등장으로 백화점 영패션이 역(逆) 성장하고 MZ세대의 발길이 뜸해지는 현실에 위기감을 느꼈다"며 "특단의 카드가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신진 브랜드 마뗑킴·시에, 어떻게 발굴했나

한국일보

더현대서울에 입점한 새 브랜드 '마뗑킴'의 매장 전경. 해당 매장은 월 매출 10억 원이 넘는다. 하고엘앤에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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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더현대서울 지하 2층에서 열린 '푸바오 팝업스토어'에서 시민들이 입장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이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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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공을 가져온 브랜드 발굴은 뜻밖에도 인터넷 검색부터 시작했다. 패션 커뮤니티나 패션 온라인 플랫폼의 판매 랭킹을 살피며 MZ세대가 관심 갖는 브랜드를 조사했다. 특히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의 팔로우 수가 최소 10만 이상이거나 팔로우 수 대비 '좋아요' 수와 댓글이 많은 곳을 눈여겨봤다. 피드에 올린 제품 이미지와 홍보글이 얼마나 감성적이고 세련됐는지도 브랜드 선정의 기준이 됐다. 그는 "중요한 건 브랜드의 DNA"라며 "싸다는 것을 강조하는 생산자 마인드가 아니라 고객의 마음을 울리는 감성과 사업의 철학이 느껴지는 브랜드를 찾고자 했다"고 강조했다.

영입 대상 브랜드는 다이렉트 메시지(DM)나 연락처를 수소문해 섭외했다. 지금은 누구나 입점하고 싶어 하는 꿈의 공간이지만 오픈 전에는 업체를 설득하는 게 녹록지 않았다. 괜히 백화점에 들어갔다 '올드' 한 이미지만 생길까봐 걱정하는 브랜드를 섭외하느라 길게는 2년이 걸렸다. "새 브랜드에게 백화점은 그 만큼 꼰대스러운 장소였다"는 게 이 수석의 표현이다.

이렇게 채운 50개 넘는 브랜드들은 1년이 채 안 돼 좋은 판매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더현대서울이 발굴한 브랜드 마뗑킴, 시에 등은 한 달에 10억 원 가까운 매출을 올렸다. 이 수석은 "마뗑킴의 객단가(1인당 평균 구매액)가 15만9,000원밖에 안 되는데 월 매출 12억 원이면 2분에 한 벌이 팔린 셈"이라고 강조했다. 보통 다른 백화점에서 한 점포당 월 매출 1억 원이면 잘됐다고들 하는데 더현대 지하 2층에선 "1억 원이면 꼴찌"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란다.

"팝업스토어 아이돌 컴백 창구로도 활용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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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석 현대백화점 상품본부 영패션 수석부장이 지난달 10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현대백화점 본사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윤서영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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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현대서울의 젊고 멋진 분위기를 살려주는 또 다른 명소는 다채로운 팝업스토어(임시매장)다. 개점 후 1년 6개월 동안 3,508개 브랜드에서 500회 넘게 팝업스토어를 열어 1,000억 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유튜브 채널 '빵빵이의 일상'(12억8,000만 원), 애니메이션 '슬램덩크'(10억 원) 등 대부분 팝업스토어가 매출 10억 원을 넘겼다. 지난달 9~22일 연 '푸바오 팝업스토어'도 진행 기간 동안 2만여 명이 현장을 찾아 매출 10억 원을 돌파했다.

팝업스토어를 아이돌 가수의 홍보 창구로 활용해보자는 구상도 세웠다. 이 수석은 "운영해보니 아이돌 가수가 등장하는 팝업스토어의 매출이 대체로 높은 편"이라며 "아이돌 가수가 컴백할 때 진행하는 쇼케이스나 앨범 홍보를 팝업스토어에서 진행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빨라지는 백화점 '1조클럽' 가입…"역쇼루밍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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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백화점그룹이 운영하는 '더현대서울' 전경. 현대백화점그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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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백화점들이 연 매출 1조 원을 달성하는 시기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①1979년 개점한 롯데백화점 본점이 20년 만에 1조 원을 돌파한 뒤 ②2000년 문을 연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이 10년 만에 1조 원을 벌었다. 이후 ③2015년 첫 손님을 받은 현대백화점 판교점이 5년 4개월 만에, ④더현대서울이 2년 9개월 만에 '1조 클럽'에 가입했다.

1조 원 달성의 시기가 앞당겨지는 이유로 이 수석은 '역쇼루밍1'을 들었다. 고객이 온라인에 인증샷을 올리고 각종 정보를 주고받는 과정이 오프라인 매장에 오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키면서 오프라인 쇼핑의 가치를 높인다는 것이다. 이 수석은 "크리에이티브 그라운드도 결국 온라인 시장과 SNS의 발달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라며 "역쇼루밍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계속 고민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1 역쇼루밍
온라인을 통해 정보를 얻은 후 오프라인에서 최종 구매하는 것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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