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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27 (화)

아내·어머니에게 신장 받는 남편·아들?…장기기증 실태, 性 불평등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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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인도의 한 대학병원 병실의 모습 [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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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성별이 장기 기증 실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전문가들은 성별이 생사까지 가르고 있다며, 고질적인 성 불평등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뉴델리 국립 장기·조직이식기구의 자료를 토대로 발표된 한 보고서를 인용해 지난 1995년부터 2021년에 이뤄진 장기기증의 수혜자 80%가 남성이었고, 기증자의 80%는 그들의 아내와 어머니 등 여성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더불어 이 보고서는 13개 아시아 태평양 국가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아시아의 전체 장기 기증자 중 약 60%가 여성이었다고 밝혔다.

반대로 여성들이 남성에게 장기를 이식 받을 비율은 매우 낮은 것으로 조사됐는데, 실제 방글라데시에서는 살아있는 기증자의 신장을 이식받은 여성의 비율은 전체의 18%에 불과했다.

타임스오브인디아는 최근 한 사설에서 “어머니와 아내로부터 남편과 아들들이 압도적으로, 일방적으로 장기를 기증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남성들이 여성들보다 장기이식을 불균형적으로 많이 받아야하는 의학적 이유는 없다고 꼬집었다. 장기조직이식기구 이사인 아닐 쿠마르 박사는 “장기 이식이 필요한 질환의 유병률은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비슷한 비율로 나타난다”면서 “만약 인식이 필요한 여성들이 치료를 받지 않는다면, 그것은 분명히 문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복수의 외신들은 아시아권 국가에 남아있는 가부장적 문화와 이로인해 고착화된 성불평등적 사고가 장기기증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SCMP는 “남성들은 대부분 ‘돈을 벌어오고, 생계를 책임지는 사람’으로 간주된다”면서 “때문에 그들의 건강은 곧 가족의 ‘재정 상태’와 직결되는 최우선 문제로 여겨지는 경향이 짙다”고 전했다.

여성의 장기 기증 비율이 높은 것은 비단 아시아권에서만 나타나고 있는 현상은 아니다. 지난해 유럽장기이식위원회가 60여개국에 대한 자료를 조사한 결과 이식된 장기의 61.1%가 여성들로부터 기증된 것으로 나타났다.

심장내과 전문의인 사제이 주츠키 박사는 “남성이 가족 소득의 원천이라는 인식이 여성들에게 장기 ‘기증자’가 돼야하는 사회적, 경제적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밝혔고, 지난해 이식저널의 한 기고문은 “실제로 남성의 장기 이식이 필요할 때 여성들은 기증을 해야한다는 과도한 압력을 받는 경우가 많고, 반대로 남성들은 기증 과정에서의 수입 손실을 우려해 가족들이 기증을 말리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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