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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24 (토)

[르포]식각 기술로 CES 혁신상…“일본에 종속된 시장 바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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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 가공 전문기업 ‘볼트크리에이션’

건식 식각 기술로 OLED 핵심 부품 FMM 개발

세계 두 번째 500ppi FMM 양산…“국산화 앞장”

‘브이 글라스’ CES 혁신상…“내년 매출 본격화”

[오산(경기)=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가로 7㎝, 세로 15㎝의 마스크 안에 400만개의 구멍이 뚫려 있습니다. 한 번 만져보세요.”

최상준 볼트크리에이션 대표는 지난달 30일 경기도 오산공장에서 자사 핵심 기술이 담긴 ‘파인 메탈 마스크’(FMM)를 가리키며 이같이 말했다. 디스플레이 핵심 부품인 FMM은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작고 촘촘한 구멍이 있는 얇은 금속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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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준 볼트크리에이션 대표가 지난달 30일 경기 오산공장에서 미세 현미경으로 관찰한 파인 메탈 마스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벤처기업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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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마스크 겉면을 만져보니 구멍이 뚫려 있다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매끈한 촉감이 느껴졌다. 미세 현미경으로 관찰하자 균일한 모양과 크기로 촘촘하게 나열된 구멍의 모습이 드러났다. 이 구멍을 가공하는 ‘식각(에칭)’ 기술이 이 회사의 경쟁력이다.

FMM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판에 증착해 스마트폰의 빛과 색을 내는 데 사용한다. 적색·청색·녹색(RGB) 픽셀을 기판에 새길 때 FMM이 ‘모양 자’ 역할을 함으로써 미세 구멍 사이로 각 픽셀들이 섞이지 않고 제자리에 증착할 수 있다. FMM의 구멍 크기가 OLED 화면의 해상도를 좌우하는 셈이다.

볼트크리에이션은 국내 최초, 세계에서 두 번째로 500ppi(인치당픽셀수) 모바일용 FMM을 양산하는 데 성공했다. 식각 공정 과정에서 화학물질이 아닌 이온 빔을 사용해 부산물이 발생하지 않고 저온 식각으로 열 발생에 의한 재질 변화가 없는 게 특징이다. 기존 습식, 레이저, 전주도금 공정과 달리 30㎛(마이크로미터) 이하의 고해상도 구현도 가능하다.

최 대표는 “스마트폰 OLED 해상도가 2015년부터 500ppi 수준에 멈춰있는 이유는 습식 식각 방식의 일본산 FFM을 사용하기 때문”이라며 “습식 식각은 40㎛ 이하 미세 가공이 불가능한 반면 건식 식각은 고해상도를 구현할 수 있어 ppi를 한층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OLED 분야 전 세계 1위지만 핵심부품인 FMM은 전량 일본에서 수입해 일본 시장에 종속된 상황”이라며 “자체 개발 기술을 통해 국산화, 세계 일류화에 나설 것”이라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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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 2024 혁신상을 수상한 볼트크리에이션의 브이 글라스. (사진=김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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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트크리에이션은 FMM뿐 아니라 건식 식각 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제품을 개발·생산하고 있다. 올해 출시한 렌즈 커버 ‘브이 글라스(V-glass)’는 내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전자·정보기술(IT) 전시회인 ‘CES 2024’에서 혁신상을 수상했다. 지난 2015년 설립된 볼트크리에이션이 CES 혁신상을 수상한 건 이번이 세 번째다.

브이 글라스는 식각을 통해 렌즈 표면 성질을 바꿔 물방울이 맺히지 않도록 한 제품이다. 악천후에도 시인성 확보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카메라 및 모빌리티 업계에서 수요가 높다. 실제 이날 공장에서 일반 유리와 브이 글라스를 나란히 놓고 물을 뿌리는 시험을 한 결과, 브이 글라스를 설치한 카메라 화면이 뚜렷하게 촬영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최 대표는 “브이 글라스는 내년부터 자동차 사이드 미러나 후방 카메라에 적용돼 매출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FMM은 이미 국내 시장 규모만 1조원이 넘기 때문에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직 매출은 미미하지만 총 250억원 규모의 누적 투자를 유치하며 1500억원의 기업가치를 평가받았다”며 “내년에는 상반기에 매출 50억원을 달성하고 기업공개(IPO)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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