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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24 (토)

이슈 검찰과 법무부

“찍지도 않은 내 지장이”…‘동의서 위조’ 종암동 가로주택 업체 검찰 송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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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모르는 필체와 지장이 내 동의서로 둔갑”

업체 측 “그분들이 다 제출한 서류” 혐의 부인

성북구청, 직무유기 항의에…“확인 중에 신청자 자진 취하”

동아일보

DB사진. 내용과 직접관련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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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북구 종암동에서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추진해 온 용역업체 대표와 관계자가 주민들의 동의서를 위조해 사업승인을 받으려 한 혐의로 고발돼 검찰에 넘겨졌다.

종암경찰서는 최근 공문서위조, 사문서위조, 사문서위조동행사 혐의로 고발된 종암동 모 가로주택정비용역업체 대표 A 씨를 빈집및소규모주택정비에관한특례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일부 기소의견 송치했다고 밝혔다.

A 씨는 성북구 종암동의 한 주택 밀집 구역에서 가로주택정비사업에 동의하지 않은 주민들의 지장 날인을 위조한 문서로 구청의 인가를 받으려 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올해 초 “동의하지 않았는데 동의한 것으로 돼 있다”는 주민들의 신고를 받고 수사를 진행해 왔다. 소규모주택정비법에 따르면 ‘토지등 소유자의 서면동의서를 위조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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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북구 종암동 모 지역 주민들의 이름으로 구청에 접수된 가로주택정비사업 동의서들. 당사자들은 동의서에 지장 날인을 한적 없고 처음 보는 필체라며 종암경찰서에 신고했다. (주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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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역에서는 해당 용역업체가 가로주택정비 법적 인가 요건인 주민 동의 80%와 대지면적 3분의 2 동의서를 징구하는 작업을 벌여왔는데, 동의하지 않은 주민들이 올해 1월 4일 구청을 찾았다가 자신도 모르는 동의서가 접수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고발인은 “구청에 접수된 13건의 동의서 필체는 당사자들의 것이 아니었으며, 지장은 찍은 적도 없다. 심지어 지금은 쓰지도 않는 수십 년 전의 신분증이 첨부된 것도 있었다”고 했다. 한 피해 주민은 “피의자들과 일면식도 없고, 연락한 적도 없고, 존재도 모르는 사람”이라고 했다.

성북구청에 사업승인 신청서류(주민 동의서)가 접수된 건 지난해 12월 29일이다. 동의하지 않은 주민들은 이 사실을 올해 1월 3일에 알게 됐고, 다음날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구청을 찾아갔다. 그런데 한발 앞서 업체 대표와 예비조합장이 구청으로 달려와 있었고, 인가 신청은 하루 전 취하돼 있었다.

소장에서 고발인은 “A 씨 등은 서류를 위조한 사실이 들통나자 성북구청에 사업승인신청 취소를 하고 제출한 동의서를 1월 4일 돌려받아서 증거물을 은닉하려는 시도를 하였으나 실패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피해 주민들은 ‘증거’를 회수해가지 못하게 막은 뒤 ‘공문서위조, 사문서위조, 사문서위조동행사’ 혐의로 A 씨를 경찰에 고소·고발했다. 이 업체는 다른 지역에서도 같은 혐의로 고발당했다고 또다른 제보자는 전했다.

당초 고발 직후 A 씨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서류를 위조한 사실이 없으며, 사업을 훼방하려는 자들의 모략”이라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했다. A 씨는 “그분들이 다 동의 한 서류를 제출한 것이다. 서류의 글씨나 지장 등은 다른 가족이 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신분증도 우리가 어디서 나서 쓰겠냐”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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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북구 종암동 모 지역 주민들의 이름으로 구청에 접수된 가로주택정비사업 동의서들. 당사자들은 동의서에 지장 날인을 한적 없고 처음 보는 필체라며 종암경찰서에 신고했다. (주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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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경찰 조사 결과 고발된 13건의 ‘동의서’ 중 6건의 지문과 필체는 주민 당사자가 아닌 제3의 인물(여성)이 개입해 작성한 것으로 파악됐다. 고발인은 이 여성이 업체 관계자일 것으로 추정했다. 나머지 7건은 증거 불충분으로 불송치됐다.

종암경찰서 관계자는 “6건은 증거가 있다고 판단돼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며 “처음엔 (피의자) 본인들이 혐의를 인정하지 않아서 필적감정, 인장감정 등을 진행했고, 그 결과 일부는 인정했지만 일부는 인정을 안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발인은 “13건 모두 당사자는 동의한 적이 없다는데, 그중 6건만 송치되고 나머지 7건은 불송치하는 게 말이 되나? 그럼 그 7건은 도대체 어디서 나온 동의서란 말인가?”라며 울분을 토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변수가 된 부분이 있다. 이 지역은 예전에 하던 사업이 구역 지정이 달라지면서 다른 사업으로 변경됐는데, 피의자 쪽은 기존 사업에 동의한 것도 지금 사업에 동의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주민들은 성북구청에 대해서도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할지를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청에서 공무집행방해죄로 해당 업체를 고발하지 않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성북구청 측은 “2022년 12월 29일 조합설립인가가 신청돼 동의서에 대해 유선으로 개별 확인 중 2023년 1월 3일 신청인 대표가 자진 취하했다”며 “이후 주민들이 종암경찰서에 수사를 요청해 서류 일체 이관 요청에 따라 임의 인계했다”고 설명했다.

“법 개정에도 여전히 같은 실체 판쳐”

종암동을 비롯해 서울 곳곳의 주택 밀집 구역에서 몇 해 전부터 ‘미등록 정비업체’가 돌아다니면서 온갖 편법 불법을 동원해 가로주택 사업을 추진해 왔다는 제보가 있었다.

특히 지난 4월 18일 소규모주택정비법 개정(10월 19일 시행)으로 ‘미등록’ 업체나 편법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자들에 대한 규정과 벌칙이 강화됐음에도, 여전히 기존 업체와 인물이 정체를 달리해 곳곳에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제보가 잇따랐다.

제보자들은 “불법행위가 드러난 업체가 계속해서 사업을 영위해도 되는 것인가? 관리 감독 책임이 있는 구청의 감시가 소홀한 것 아니냐”고 항의했다.

성북구청은 이같은 제보와 관련해 “해당 조합설립인가 접수 당시에는 정비업체 관련 등은 검토 사항이 아니었다”며 “올해 10월 19일 소규모주택법 제21조 개정에 따라, 가로주택정비사업 시행 시 등록된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 여부를 확인했다. 이와 함께 범죄 관련은 수사기관에서 다뤄야 할 사항으로 행정청에서 판단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한편, 소규모주택정비법 54조(감독 등)에 따르면, 국토교통부장관, 시·도지사, 시장·군수 및 자치구의 구청장은 정비사업의 원활한 시행을 위해 감독이 필요한 때에는 사업시행자ㆍ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ㆍ철거업자ㆍ설계자 및 시공자 등 업무를 하는 자에게 보고 또는 자료 제출을 명할 수 있으며 소속 공무원에게 그 업무에 관한 사항을 조사하게 할 수 있다.

또 법에 따른 명령·처분이나 사업시행계획서에 위반됐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사업의 적정한 시행을 위해 필요한 범위에서 사업시행계획인가 취소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으며, 관계 공무원 및 전문가로 구성된 점검반을 구성해 현장조사를 통하여 분쟁의 조정, 위법사항의 시정요구 등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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