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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22 (목)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271] 공산당의 이권 카르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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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일러스트=이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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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가 넘는 기나긴 방죽도 개미구멍 하나 때문에 무너진다(千里之堤 潰於蟻穴)’는 내용의 경구가 있다. 아주 미세해서 잘 드러나지 않는 곳, 그래서 방심을 부르는 구석에서 큰 실패가 비롯한다는 뜻이다.

때론 개미구멍이란 뜻의 ‘의혈(蟻穴)’이라는 단어로 이 구절을 압축한다. 의미가 같은 단어는 굴뚝 틈을 가리키는 ‘돌극(突隙)’이다. ‘커다란 집채도 굴뚝 틈에서 샌 불꽃에 타버린다(百尺之室 以突隙之煙焚)’는 글귀에서 나왔다.

개미구멍과 굴뚝 틈에서 번지는 그런 큰 무너짐은 보통 붕궤(崩潰)로 적는다. 그러나 두 글자를 쓰는 중국인의 어감에는 차이가 있는 듯하다. 앞의 붕(崩)은 대개 산이나 땅이 무너지는 산붕지열(山崩地裂)이다. 산이 무너지고 땅이 갈라지니 세상의 종말을 가리키는 듯하다. 그에 비해 궤(潰)는 문드러짐이나 갈라짐에서 시작해 방죽처럼 큰 인공의 무엇이 무너지는 경우에 곧잘 사용한다. 궤멸(潰滅), 궤패(潰敗) 같은 단어가 익숙하다.

몇 년 전 나온 저서가 있다. 재미 중국 경제 전문가가 썼다. 제목이 ‘중국: 문드러지고 갈라지나 무너지지 않는다(中國: 潰而不崩)’다. 숱한 문제[潰]에도 불구하고 중국 공산당이 이끄는 체제가 잘 버티는[不崩] 현상을 분석했다.

책은 불균형 발전이 빈부 격차를 심각하게 불렀으며, 환경 파괴나 도덕 의식 하락 등 엄중한 사회문제도 초래했다고 지적한다. 그럼에도 각종 시스템을 장악한 공산당 지도부의 이권 카르텔이 아주 견고해 당분간 체제는 유지하리라고 본다.

책은 그로써 “중국은 강대국으로 일어서지 못하지만, 그렇다고 20~30년 안에 무너지지도 않는다”는 결론을 내린다. 중국인들 사이에 큰 반향을 일으킨 이 책을 한국어로 출판한다면 내용을 알기 쉽게 푼 이런 제목이 어울리겠다. ‘중국: 공산당이 다 독식하는 나라.’

[유광종 종로문화재단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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