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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음주운전 사고와 처벌

"음주측정할게요" 영장 없이 침실 들어간 경찰관…法 "위법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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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L]

머니투데이

/사진=뉴시스


음주운전자를 쫓던 경찰관이 영장 없이 운전자의 침실까지 진입한 탓에 운전자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21단독 정재용 판사는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혐의로 벌금형 약식명령을 받고 정식재판을 청구한 20대 남성 운전자 A씨에 대해 지난달 23일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10월25일 새벽 4시30분쯤 서울 관악구 주택가에서 술에 취한 채 오토바이를 약 3㎞ 운전한 혐의로 약식기소됐다. 당일 아침 6시20분쯤 측정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66%였다.

경찰은 사건 당일 새벽 3~4시쯤 소음신고를 받고 출동, 현장에 있던 A씨 일행에게 주의를 주고 철수했다. 하지만 '소음을 일으킨 일행 중 2명이 오토바이를 몰고 사라졌다'는 2번째 신고를 받자 추적에 나섰다.

출동 경찰관은 현장에 남아 있던 일행으로부터 A씨의 이름을 듣고 전산망으로 주소를 알아낸 뒤 A씨의 자택에 새벽 5~6시쯤 도착했다. A씨의 부친이 현관에서 실랑이하다 "알아서 하라"며 사라지자 경찰관들은 A씨의 방에 들어간 뒤 잠자던 A씨를 깨워 순찰차에서 음주측정을 실시했다.

이 같은 수사는 현행범 체포 없이 진행됐고, 경찰은 사건 전후 압수수색 영장을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영장이 필요한 상황인데도 경찰이 임의로 피의자를 수색한 뒤 혈중알코올농도 측정결과 등 증거를 위법하게 수집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경찰관들이 A씨를 찾기 위해 침실로 들어간 것은 형사소송법상 수색에 해당하고, 경찰관이라도 함부로 야간에 남의 주거에 거주자 동의나 강제수사 절차 없이 들어갈 순 없다"며 "A씨는 술에 취해 자고 있었으니 경찰관들은 명시적·묵시적 동의 없이 A씨의 방에 들어간 것이므로 적법한 임의수사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검찰은 A씨가 현행범이어서 경찰관들이 형사소송법의 예외조항에 따라 영장 없는 수색을 시행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경찰관들은 A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하지도 않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검찰은 지난 29일 항소했다.

성시호 기자 shsung@mt.co.kr 이승주 기자 gree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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