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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유가와 세계경제

하루 약 90만 배럴, ‘자발적’ 감산 OPEC+…효과 물음표에 유가는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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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非)OPEC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플러스(+)가 우여곡절 끝에 내년 하루 약 90만 배럴의 추가 감산에 합의했다. 하지만 예상보다 감산량이 적은 데다 자발적 감산으로 구속력이 떨어진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국제유가는 오히려 하락했다.



“내년 1~3월, 하루 220만 배럴 감산”



중앙일보

신재민 기자


지난달 30일(현지시간) OPEC 사무국은 “석유 시장의 안정과 균형을 지원하기 위해 OPEC+ 국가들이 하루 약 220만 배럴을 자발적으로 추가 감산한다고 발표했다”고 밝혔다. 이런 발표는 이날 열린 OPEC+ 장관회의 직후 나왔다.

이번에 발표한 감산안에는 올해 말 종료 예정이었던, 사우디아라비아(100만 배럴)와 러시아(30만 배럴)의 기존 감산 계획 연장이 포함됐다. 이 때문에 실질적으로 추가 감산량은 하루 약 90만 배럴에 그쳤다.

구체적으로 하루 감산량 기준 이라크(22만3000배럴)·UAE(16만3000배럴)·쿠웨이트(13만5000배럴)·카자흐스탄(8만2000배럴)·알제리(5만1000배럴)·오만(4만2000배럴) 순으로 많은 감산량에 합의했다. 러시아는 기존 하루 30만 배럴의 원유 수출 감축을 연장하고, 여기에 하루 20만 배럴의 석유제품 수출을 추가로 더 줄이기로 했다.

OPEC 사무국은 “자발적 감산은 내년 1월부터 3월 말까지이며, 이후 이러한 자발적 감산량은 시장 상황에 따라 점진적으로 반환될 예정”이라고 했다.



“자발적 감산, 지켜지지 않을 수도”



OPEC+가 감산안 합의엔 성공했지만, 규모는 예상치를 밑돌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은 내년 원유 수요 감소를 앞두고, OPEC+가 하루 100만 배럴 수준의 추가 감산을 진행할 수 있다고 보도했었다. 하지만 앙골라 등 아프리카 산유국들이 추가 감산에 반발하면서 지난달 26일 예정됐던 회의가 같은 달 30일로 미뤘졌다. 최종적으로 하루 90만 배럴 추가 감산에 합의했지만, 원래 예상했던 수준보다는 감산량이 적어졌다.

감산 방식도 OPEC+가 공식적으로 정하지 않고, 개별 국가들이 자발적으로 감산에 나서는 모양새를 취했다. 그만큼 구속력이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지오바니 스타우노보 UBS 애널리스트는 블룸버그 통신과 인터뷰에서 “이번 감산은 OPEC+ 합의 중 하나가 아닌 ‘자발적’ 감산으로 보인다”면서 “따라서 우려되는 점은 그 중 상당 부분이 서류상 서약에 불과할 수 있고, 시장에서 실제 감산 되는 양은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감산 실제 효과도 의문”



중앙일보

비엔나 OPEC 본사 외경. 연합뉴스=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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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전문가는 현재 산유국의 생산량을 고려하면 감산안을 계획대로 이행해도 실제 감산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김광래 삼성선물 수석연구원은 “이라크는 현재 지역 분쟁으로 이미 생산량이 하루 30만 배럴 이상 감소했고, 러시아가 약속한 하루 20만 배럴 감산은 생산량이 아닌 수출량 감축이며 이마저도 원유가 아닌 석유 제품이다”라며 “UAE는 내년부터 약속받은 하루 20만 배럴 생산 목표 상향을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실제는 ‘감산’이 아니다”고 했다. 다른 나라들도 이미 실제 생산량이 목표치보다 줄어 있어, 이번 감산 계획이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국제유가, 감산 발표에도 하락



이에 국제유가는 감산 발표 이후 오히려 떨어졌다. OPEC+ 감산안 발표 이후인 30일(현지 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내년 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선물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2.4% 하락한 배럴당 75.96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같은 날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내년 1월 인도 브렌트유 선물 가격도 전날 대비 2.4% 내린 80.86달러로 거래를 끝냈다.

OPEC+가 감산을 놓고 일부 균열을 노출한 만큼 향후 국제유가가 추가 상승하기 어렵다는 진단이 나온다. 오히려 내년 원유 수요 감소가 현실화 하면 국제유가 더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반면 일부 전문가는 이번 산유국들의 합의가 제대로 지켜진다면, 원유 공급 상황이 충분히 긴축적일 수 있다며, 감산안을 과소평가해서는 안된다고 보고 있다. 라드 알카디리 유라시아 그룹 에너지·기후·자원부문 상무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자발적’이라고 주장하는 삭감은 시장에 대한 심리적 영향을 다소 약화시키지만, 전체 삭감이 실현된다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한편, 외신 등에 따르면 남미의 대표적 산유국인 브라질이 OPEC+ 추가 가입을 요청받고 이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브라질이 실제 가입한다고 해도 이번 감산 합의에는 당장 참여하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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