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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7 (토)

[르포] “암흑 속 미로를 청각에 의존해 탈출”… 인디게임 축제 ‘버닝비버 2023’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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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일게이트가 주관하는 ‘버닝비버 2023’이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1일 개막했다. /변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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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전 인디게임·컬처 페스티벌 ‘버닝비버 2023′이 열린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90여개의 부스 중 한 곳을 찾아가니 게임을 체험해보려는 사람들이 PC에 검은 화면을 띄워놓고 안대와 헤드폰을 낀 채 손가락만 조용히 움직이고 있었다. 이 게임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암흑 속 미로를 시각이 아닌 청각에 의존해 탈출하는 ‘플로리스 다크니스’다. 플로리스 다크니스를 개발한 올드아이스(OLDICE)의 박재형 대표는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했는데 내 콘텐츠를 시각이 불편한 분들께도 보여드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이용자 피드백을 현장에서 생생하게 들을 수 있을 것 같아 버닝비버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동대문디자인플라자는 평일 오전 이른 시간임에도 관람객들로 북적였다. 버닝비버는 스마일게이트가 지난해 처음 개최한 인디게임 축제로, 올해 2회째이지만 부산 인디커넥트 페스티벌(BIC)과 함께 국내 인디게임 페스티벌의 양대 산맥으로 발돋움했다. 올해 슬로건은 ‘비버월드에 뛰어들다(Jump Into Beaver World)’로 창작자 및 종사자, 대중이 함께 인디게임을 향유하자는 의미를 담았다. 특히 자기 몸의 수백 배에 달하는 댐을 짓는 ‘자연의 건축가’ 비버를 게임 개발에 몰두하는 창작자들에 비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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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닝비버 2023에서 올드아이스(OLDICE)의 '플로리스 다크니스'를 체험하는 관람객들. 플로리스 다크니스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암흑 속 미로를 시각이 아닌 청각에만 의존해 탈출하는 게임이다./변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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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DDP에서 원더포션이 개발한 ‘산나비’ 부스 앞은 게임 체험과 더불어 굿즈를 구입하려는 관람객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한 관람객은 굿즈를 구매한 뒤 유승현 원더포션 대표에게 사인을 요청하기도 했다. 유 대표는 “관람객들이 이렇게 많이 몰릴 줄 몰랐다”며 “게임을 개발하는데 스토리나 사운드를 소홀히 한 부분이 없다. 유저들 몰입을 위해 애쓴 결과 사랑을 많이 받게 돼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산나비 속 캐릭터로 코스프레를 하고 온 중학생 김모씨(15)는 “현장학습을 신청하고 의정부에서 오전 9시에 출발해서 왔다”며 “다른 게임은 안하고 오직 산나비만 한다. 버닝비버도 산나비 때문에 왔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를 주관한 스마일게이트 퓨처랩은 스마일게이트의 각종 공익 사업을 수행하는 조직이다. 퓨처랩은 크게 2가지 방향의 일을 하고 있는데 하나는 청소년들이 창의성을 발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 다른 하나는 청년 창업을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인디 게임 지원의 경우 스마일게이트가 그룹 차원에서 꾸준히 진행해 왔는데, 퓨처랩이 작년부터 직접 페스티벌을 주관하게 됐다. 인디 게임사들 입장에서는 게임을 개발해도 홍보할 수 있는 수단이 적어 흥행하기가 쉽지 않은데 이런 페스티벌에 참여하면 게임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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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닝비버 2023'에서 게임 '산나비' 부스 앞에 관람객들이 모여있다./변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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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행사에 퍼즐 어드벤처 ‘모노웨이브’를 출품한 스튜디오BBB는 서강대 아트&테크놀로지학과 재학생 7명이 모인 그룹이다. 임권영 스튜디오BBB 대표는 “같은 학과 3, 4학년 선후배들이 작년쯤 의기투합해서 지난 5월부터 본격적으로 개발을 시작했다”며 “구성원들은 게임 회사에 취업하고 싶기도 하고 남아서 계속 게임을 개발하고 싶기도 하고 향후 진로를 다양하게 생각하고 있다. 모노웨이브는 데모 버전으로 출시된 상황인데 버닝비버에서 직접 게임 체험한 분들의 피드백을 들을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올해 스마일게이트는 페스티벌 자체를 하나의 게임으로 즐길 수 있도록 ‘비버월드로의 모험’이라는 세계관을 도입했다. 현장에서 관람객들이 다양한 이벤트에 참여해 전용 재화를 획득하고 굿즈 아이템으로 교환하는 식이다. 작년에는 3일간 8000명이 방문한 것으로 집계됐는데, 올해 행사 규모는 작년보다 확대돼 90여개의 전시 부스와 12개의 게임 프로토타입을 시연하는 기획 전시 등이 마련됐다.

스마일게이트는 버닝비버를 지속성 있는 창작자 플랫폼으로 성장시키기 위해 7월부터 ▲비버들의 밤 ▲비버잼 ▲비버살롱 ▲비버콘 등 관련 부대 프로그램을 매월 진행해왔다. 인플루언서들과 함께하는 게임 시연회, 사인회, 토크쇼 등 다양한 무대 이벤트도 행사 기간 동안 매일 오후 1시에 진행된다. 1일에는 ‘김나성과 함께 하는 게임 리뷰 맛집’이, 2일에 ‘실시간 인디게임 배틀 with 여까’와 ‘케인과 함께하는 게임 리뷰 맛집’ 이벤트가 진행된다. 마지막인 3일에는 남도형 성우의 토크쇼가 열린다.

행사 기간 동안 일반 관람이 종료된 저녁 시간에는 ‘비버들의 밤’ 네트워킹 행사를 열어 버닝비버에 참가한 창작자들이 만찬과 함께 서로의 전시작을 시연하고 피드백을 주고받는 소통의 시간을 갖는다. 3일 오후 5시에 개최하는 ‘비버피처드 2.0′에서는 창작자들이 응원하고 싶은 게임을 선정해 상을 수여한다. 스마일게이트 관계자는 “창작자들과 인디게임 개발하는 분들을 응원하기 위해 앞으로도 매년 좋은 행사를 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변지희 기자(zh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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