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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7 (토)

혁신은 끝났다… 파국으로 치닫는 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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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혁신 대신 파국으로 향하는 모양새다. 당 지도부와 혁신위원회 간 알력 싸움이 격화된 것이다. 혁신위의 ‘중진 희생 권고’에도 지도부가 ‘공천관리위원회에서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자,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권고를 ‘안건’으로 올리고 자신을 공관위원장으로 추천하라고 압박에 나섰다. 김기현 대표는 이를 즉각 거절했다. 혁신위에서 제시한 ‘마지노선’인 12월 4일까지 결정은 평행선을 달릴 것으로 보이는 만큼, 국민의힘 쇄신은 사실상 끝난 것으로 보인다.

조선비즈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왼쪽)와 인요한 혁신위원장. 사진은 지난 17일 윤심 논란으로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전격 회동했을 때.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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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인 위원장의 ‘공관위원장 추천 요구’가 과도했다는 게 중론이다. 아무리 인 위원장이 “혁신위 요청이 받아들여진다면 공관위원장을 요청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는 추가 입장을 밝히면서 ‘자리 욕심’을 낸 게 아니라고 강조했지만, 당내 반응은 싸늘하다.

수도권의 한 초선 의원은 조선비즈와의 통화에서 “혁신위가 그동안 내놓았던 혁신안의 진정성까지 모두 의심할 지경에 이르렀다. 결국엔 공관위원장직을 노렸던 건가”라며 “따지자면 당 혁신을 하겠다고 왔으면서 느닷없이 공천과 관련된 핵심적인 사안들을 내놓기 시작했다. 당을 혼란스럽게 했다”고 비판했다.

영남권 중진 의원은 “인 위원장 입장에서는 본인들이 내놓은 혁신안들을 당 지도부가 관철해줬으면 하는 의지를 표하는 과정에서 한 발언이지 않나. 다만 너무 강력하게 하다 보니 이런 부작용이 나온 것”이라며 “열정도 좋지만 정치는 사람이 하는 일 아닌가. 우리 당이 직면한 상황을 넘어서 실정을 너무 모르고 한 말”이라고 했다.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도 BBS라디오에서 “(혁신위원장직은) 민감한 자리”라며 “(인 위원장) 본인의 순수한 의도가 있다고는 하지만, 너무 즉흥적으로 말한 것은 당내 큰 우려를 사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전날 국민의힘 혁신위원회는 오는 4일까지 ‘당 지도부·중진·친윤(친윤석열) 의원의 총선 불출마·험지 출마’ 권고안을 혁신위의 안건으로 의결했다. 현재 혁신위는 해당 안건에 대한 당 지도부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인 위원장은 내년 총선에서 서대문구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공관위원장 추천까지 제안한 상태다. 내년 총선과 관련된 혁신안을 발표할 때마다 ‘공관위에서 논의하겠다’는 당 지도부의 입장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이에 김기현 대표는 선을 확실히 그었다. 그는 “그동안 인 위원장이 공관위원장이 되기 위한 목표로 (혁신위에서) 활동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국회 상황이 매우 엄중한데 공관위원장직을 갖고 논란을 벌이는 건 적절치 못하다”며 “그동안 혁신위가 참 수고를 많이 하셨다. 당의 발전을 위해 나름대로 좋은 대안을 제시해준 것에 대해 감사드린다”고 했다. 사실상 인 위원장이 요구를 거절한 것에 이어 혁신위 활동 종료까지 시사한 것으로 읽힌다.

정치권 안팎에선 이번 파국으로 당 혁신·쇄신 작업은 끝났다고 본다. 그간 당 지도부와 혁신위가 갈등이 생기면 김 대표와 인 위원장이 공개적으로 만나 갈등 수습부터 나섰지만 이번에는 김 대표가 인 위원장의 요구에 즉각 선을 그었기 때문이다. 결국 혁신위에서 ‘마지노선’으로 제시한 12월 4일까지 혁신안을 당 지도부가 받아들일지 불투명하다.

당 관계자는 “혁신위에 아는 사람을 통해서 확인해보니 공관위원장 관련해서는 전혀 조율이 안 된 얘기였다. 혁신위 내부에서도 인 위원장 본인의 정치적 영달을 위해 그런 거였냐는 말도 나왔다”며 “혁신위원장이 혁신은 안 하고 공관위원장을 요구한다는 건 더 이상의 당 혁신은 없을 뿐더러, 혁신위가 마치 지도부 위에서 군림하려는 것으로밖에 안 보인다”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인 위원장이 정치적으로 고도의 전략을 펼친 것으로 보인다. ‘중진 희생 혁신안’을 받던지 아니면 공관위원장으로 추천하던지를 놓고 반드시 양자택일을 하도록 구도를 만들어 버린 것”이라며 “김 대표가 둘 중 하나를 선택하지 못해서 혁신위가 조기 해체 수순을 밟게 되면, 당 혁신·쇄신의 실패에 대한 책임을 김 대표가 고스란히 물어야 하는 딜레마에 처하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공관위원장 자리는 정치적으로 문외한인 외부 인사가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총선 현장에서는 ‘국회의장’급으로 정말 중요한 자리이기 때문”이라며 “혁신보다는 당 훼방에 방점을 찍지 않는 이상 그렇게 행동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민영빈 기자(0empt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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