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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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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한국교회, 영적으로 탈진했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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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 기독교대한감리회 감독회장

“그리스도인 삶 특별하지 않다보니

안팎으로 비판-도전에 직면해”

동아일보

이철 기독교대한감리회 감독회장은 “종교가 사회 변화 속도를 못 쫓아가다 보니 여러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며 “해법은 우리가 진실한 신앙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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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한국 교회가 위기인 건 영적으로 탈진한 상황에 부닥쳐 있기 때문입니다.”

서울 종로구 기독교대한감리회에서 29일 만난 이철 기독교대한감리회 감독회장은 자리에 앉자마자 이 말부터 꺼냈다. 한국 교회가 외형적으로는 급성장했지만, 신앙을 가진 사람들의 삶이 교회를 다니지 않는 사람과 별 차이가 없어졌다는 것. 이 감독회장은 “그리스도인의 삶이 (일반인과 비교해) 특별하지 않다 보니 안팎으로 여러 가지 비판과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영적으로 탈진해 있다는 말이 구체적으로 무슨 뜻인지요.

“기독교인의 영성(靈性)은 한마디로 하면 사랑이고, 그 사랑은 섬김과 희생, 헌신입니다. 그것이 자신의 실제 삶에서 드러나야지요. 그런데 과거에 비해 이 부분이 많이 약해진 것이 사실입니다. 그리스도인의 삶이 신앙이 없는 사람과 비교해 별반 차이가 없다 보니 ‘교회 다닌다면서 뭐 특별한 것도 없네’라며 세상으로부터 이런저런 공격을, 심지어 비난까지 받고 있지요. 이 점은 종교를 가리지 않고 대체로 모두 비슷한 현상인 것 같습니다.”

―한국에 대형 교회가 많고, 사회봉사도 많이 하고 있는데 탈진 상태라니 좀 의외입니다.

“큰 교회는 많은데 대신 중소 교회, 작은 교회들이 건강하게 잘 자라지 못하는 것이 문제지요. 나라 경제가 대기업 몇 개만 있고 튼튼한 중소기업들이 없으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그런 경제 구조를 가진 나라를 건강하다고 보지 않는 것처럼 교회도 마찬가지입니다. 지역을 위해 희생하는 신자 100∼200명의 작은 교회들이 곳곳에서 뿌리내리고 활성화돼야 하는데 사람들이 대형 교회로 몰리다 보니….”

―종교를 가리지 않고 신도 감소 현상을 겪고 있는데, 해법이 있는지요.

“그게 참 어려운 문제인데…. 과거 어려웠을 때가 신앙심은 지금보다 더 뜨거웠지요. 지금은 여러 면에서 풍요로워지다 보니 사회적으로 영적인 갈증을 채우려는 마음은 많이 약해진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다시 못살던 때로 돌아갈 수도 없고…. 해법이 없다기보다는 사회가 급성장하는 속도를 종교가 쫓아가지 못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하지만 내면의 어떤 부족함을 채우고자 갈구하는 것은 인간의 본질이기에 우리도 그렇고 다른 종교도 곧 적절히 대응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곧 연말입니다.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서 빠져나왔지만, 여전히 경제, 사회적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게 ‘꼰대’ 같은 소리일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위기가 오거나 어렵고 힘든 상황이 닥쳤을 때 ‘이제 끝났다’며 사회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모두 위기감, 불안감을 필요 이상으로 키우지 않았으면 합니다. 상황을 무시하라는 게 아닙니다. 단지 너무 그 불안감에 매몰되다 보면 어려움을 극복해야겠다는 생각을 못 하게 됩니다. 부딪쳐 보면 충분히 이겨낼 수도 있는데 어려움이 너무 커 보여 엄두를 못 내는 것이죠. 위기와 어려움이 닥쳤을 때 정말 필요한 건 그걸 헤쳐 나가겠다는 마음과 용기 아니겠습니까.”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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