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가스 등 공공요금 인상 효과 지속…물가상승률 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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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것은 고금리·고물가의 영향이 계속돼 내수 회복 속도가 종전 예상보다 더딜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은은 또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 인상의 여파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며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상향 조정했다.
한은은 만약 지정학적 갈등이 불거지면 내년 성장률이 1%대로 내려서고, 물가 상승률은 3%에 육박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고물가와 경기침체가 함께 덮치는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의미다.
한은은 30일 수정 경제전망에서 내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지난 8월 전망치(2.2%)보다 0.1%포인트 하향한 2.1%로 발표했다. 올해 성장률은 종전대로 1.4%를 유지했다.
한은은 “국내 경기가 하반기 들어 수출을 중심으로 개선되면서 올해 연간 성장률은 당초 예상에 부합할 것”이라며 “내년에도 수출·설비투자를 중심으로 개선 흐름이 이어지겠으나 내수 회복의 동력(모멘텀)이 약화해 지난 전망치를 밑돌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한은은 2024년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11월(2.3%) 이후 올해 2월 2.4%, 5월 2.3%, 8월 2.2% 등으로 수정해왔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우리 교역 대상인 미국과 중국 성장률을 높게 예측해 우리 수출도 더 나아질 것으로 본 것 같다”고 말했다.
경제전망을 부문별로 보면 내년 내수 부진을 반영해 민간소비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2%에서 1.9%로 조정했다. 상품수출은 3.1%에서 3.3%로, 설비투자는 4.0%에서 4.1%로 소폭 상향했다.
최창호 한은 조사국장은 “올해 4분기부터 정보기술(IT) 경기가 회복되고 있는데 회복 속도가 당초 예상보다 빠르다”면서 “그래서 내년 수출·설비투자 전망치는 상향 조정하고, 민간소비는 고금리·고물가의 영향이 좀 더 이어질 것으로 예상해 하향 조정했다”고 말했다.
내년 경상수지 전망은 종전 460억달러에서 490억달러로 변경했다. 한은은 “올해 하반기 중 경상수지는 수입 감소세가 지속되고 수출이 개선되면서 상반기보다 흑자 규모가 상당폭 확대됐다”며 “내년에도 글로벌 교역 회복 등에 힘입어 흑자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3.5%에서 3.6%로, 내년 전망치를 2.4%에서 2.6%로 올렸다. 식료품·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올해 3.4%에서 3.5%로, 내년은 2.1%에서 2.3%로 조정했다.
한은은 지정학적 갈등이 다시 심화해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고 이것이 다른 품목의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경우, 내년 성장률이 1%대 후반(1.9%)으로 낮아지고 물가 상승률은 2.8%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반도체 등 글로벌 제조업 경기가 빠르게 반등한다면 수출과 투자의 회복 흐름이 강화되면서 내년 성장률이 2%대 초중반(2.3%)으로, 물가 상승률은 2%대 중후반(2.8%)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했다.
최희진 기자 dai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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