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2.23 (금)

이슈 오늘의 사건·사고

조계종 ‘실세’ 자승스님 입적… 화재 현장에서 시신 발견, 불교계 충격

댓글 3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을 두 차례 연임하고 종단 내 최고 실세로 알려진 자승스님이 29일 경기 안성 죽산면 칠장사 화재로 입적했다. 세수 69세. 법랍 44년.

30일 조계종 등에 따르면 자승스님은 전날 칠장사 요사채(승려들이 거처하는 장소)에서 발생한 화재를 진압하던 소방대원에 의해서 법구가 발견됐다. 조계종 총무원장을 지내고 서울 도심 대형 사찰 봉은사의 회주(큰스님)로 활동 중인 자승스님의 갑작스러운 입적에 종단은 큰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세계일보

자승스님이 지난 3월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상월결사 인도순례 회향식에서 회향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자승스님은 당일 칠장사를 방문해 요사체에서 머문 것으로 알려졌고, 오후 6시 50분쯤 요사체에 불이 났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소방당국은 소방관 등 60여명을 파견하고 펌프차 등 장비 18대를 동원해 약 3시간 만인 오후 9시 40분쯤 불을 진화했다. 이 과정에서 시신 한 구가 발견됐다.

화재가 진화되기 전부터 자승 스님이 입적했다는 소문이 교계에 나돌았다. 조계종은 이날 화재와 관련해 자승스님이 입적했다고 밤 11시쯤 공식 확인했다.

불이 날 당시 요사채에 자승스님을 포함해 4명이 함께 있었다는 일각의 보도에 관해 조계종은 “(폐쇄회로TV를) 확인한 결과 사실과 다르며, 자승스님께서 혼자 입적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다만, 경찰 관계자는 “수사 절차상 정확한 신원 확인을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시신을 보내 자승 스님이 기존에 사용하신 물건과 DNA를 대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소방 당국은 현장 감식 등을 통해 자세한 화재 원인을 조사할 방침이다. 경찰은 초저녁인 오후 7시 무렵에 발생한 화재에 자승 전 총무원장이 피신하지 못했거나 스스로 입적을 선택했을 가능성 등을 두루 고려해 사건 경위를 수사 중이다.

종단 안팎에서는 자승스님이 경찰을 향해 “검시할 필요 없다. 제가 스스로 인연을 달리할 뿐이다. CCTV에 다 녹화돼 있으니 번거롭게 하지 마시길 부탁한다”는 내용의 메모를 남겼다는 이야기가 함께 메모 사진이 나돌았다.

이와 관련, 종단 관계자는 개인적인 견해를 전제로 “필체가 비슷한 것 같다”고 전했다.

1954년 강원도 춘천에서 태어난 자승스님은 1972년 해인사에서 지관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1974년 범어사에서 석암스님을 계사로 구족계를 받았다. 제30대 조계종 총무원장 정대스님의 상좌도 지냈다. 동화사, 봉암사 선원 등에서 안거 수행하고 수원 포교당, 삼막사, 연주암 주지 등을 역임했다. 1986년부터는 총무원 교무국장으로 종단 일을 시작했다. 이후 총무원 재무부장, 총무부장 등을 지내고 조계종 중앙종회의원을 4선 했다. 이 당시 1994년 개혁종단 설립 후 분열된 불교계를 하나로 묶은 역할을 한 인물이란 평과 함께 유력한 차기 총무원장 후보로 떠올랐다.

결국 2009년 55세에 역대 최고 지지율로 조계종 33대 총무원장으로 선출됐으며 2013년에는 연임에 성공했다. 1994년 종단 개혁 후 연임한 총무원장은 자승스님이 유일하다. 1962년 통합종단조계종 출범 이후까지 거슬러도 청담·의현스님이 총무원장을 연임했지만, 임기를 모두 채운 건 자승스님뿐으로 전해졌다. 총무원장 재임 중 스님 노후를 위한 수행연금 지원, 스님 사후 사유재산을 종단에 귀속시키는 종법개정, 주지인사고과제 도입, 승가교육진흥위원회 발족, 한국불교수행법 대중화, 해외특별교구 설립 등을 추진했다. 베트남 고엽제 피해자, 동남아 국가의 저소득계층 지원 등 사회 활동도 펼쳤다.

세계일보

29일 저녁 자승스님이 입적한 경기 안성시 죽산면 칠장사에 발생한 화재 현장.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제공


퇴임 후 2021년에는 학교법인 동국대 건학위원회의 고문이자 총재를 맡아 조계종 내 가장 큰 권력 두 개를 모두 잡은 ‘조계종 실세’라는 평을 받고 있다. 2022년에는 상월결사를 만들고 부처의 말씀을 널리 퍼뜨리는 전법 활동에 매진해왔다. 총무원장 퇴직 후에도 왕성하게 활동하며 조계종 실세로 꼽혔다.

자승스님의 갑작스러운 입적 소식에 조계종은 물론 불교계 안팎에서 당혹스러움과 함께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자승스님은 최근까지도 강한 포교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계종 기관지인 불교신문에 따르면 그는 지난 27일 불교계 언론사와 만난 자리에서 다음 순례 계획에 관한 질문에 “이제 걷기 수행은 각자 알아서 하면 될 것 같다. 앞으로 내가 주관하는 순례는 없을 것 같다”면서도 “나는 대학생 전법에 10년간 모든 열정을 쏟아부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조계종 내부에선 한때 자승스님이 화재현장에서 입적했다는 얘기가 나돌자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칠장사 화재 현장에서 승려 시신이 발견됐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자승스님의 최측근이 부랴부랴 현장으로 향하면서 총무원 주요 부서 관계자들이 야간에 소집되는 등 긴박한 상황이 펼쳐졌다.

전직 총무원장의 입적이라서 장례는 조계종 종단장으로 치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조계종은 “공식 부고는 조계종 총무원과 재적 교구본사인 용주사와 상의하여 30일 오전 중으로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