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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7 (토)

카카오 조광조? 내부총질?…카카오 김정호는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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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감사 통해 적발된 내부실태 SNS에 폭로한 김정호 카카오 CA 경영지원 총괄

네이버 창업 공신이자 카카오 초기 투자자…김범수와 30년 인연

내부 카르텔과 전면전 선언, 개혁가 자처 해석도

뉴시스

김정호 카카오 CA협의체 경영지원총괄(사진=브라이언임팩트)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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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최은수 기자 = "카카오 조선의 조광조?"

경영진 구속과 창업자 검찰수사 등 대외 악재로 위기를 맞고 있는 카카오가 깊은 내홍에 휘말렸다. 김정호 카카오 CA협의체 경영총괄이 내부 실태를 적나라하게 폭로하면서다. 그는 김범수 창업자가 위기 해결사로 영입한 인물이다. 그는 어쩌다 '내부총질'에 나섰을까.

김범수 창업자 회사 선배에서 카카오 구원투수로 오기까지


김정호 총괄은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와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와 함께 국내 인터넷 산업을 일군 벤처 1세대 주역이다. 1999년 이해진 창업자가 네이버컴(현 네이버)을 설립했을 때 서비스본부 이사를 맡았고, 2000년 네이버와 김범수 창업자가 설립한 한게임이 합병해 NHN을 만들 때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고 전해진다. 이전 김 창업자의 삼성SDS 입사 선배이기도 하다.

김정호 총괄은 2001년 NHN에서 엔터테인먼트 본부장, 2004년 부사장(COO) 등을 거쳐 NHN 한게임 대표를 맡았다. 김범수 창업자가 먼저 2008년 NHN을 떠나 카카오 전신인 아이위랩을 설립했고, 김정호 총괄도 4년 뒤 NHN을 나와 2012년 '베어베터'를 창업하며 사회공헌 사업에 매진한다. 발달 장애인들이 만든 명함, 쿠키, 원두커피, 화환 등을 기업에 납품하는 사회적 기업이다.

소속은 달라졌지만 김범수 창업자와 김정호 총괄의 인연은 여전히 끈끈했다. 김범수 창업자는 김정호 총괄이 중증장애인 시설 확충에 30억원을 지원해달라는 요청에 보다 많은 100억원을 쾌척하면서 화제를 모았다.

김정호 총괄 또한 김범수 창업자가 카카오를 창업할 때 투자금을 선뜻 내주는 등 두터운 의리를 자랑했다. 김 총괄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범수 창업자가 카카오 창업을 할 때 5억원을 투자하며 같이 잘 되기를 응원하며 밀어주었고 엄청난 성공을 했고 10년 후 그 결실을 받았다“고 언급했다.

김정호 총괄의 사회복지 사업에 대한 진심이 통해서일까. 김범수 창업자는 지난해 5월부터 자신의 재산 절반을 들여 설립한 사회공헌재단 브라이언임팩트 이사장을 맡겼다. 김 총괄은 무보수로 김 창업자의 부탁을 수락했다.

그랬던 그가 올해 9월 카카오 구원투수로 경영 현안에 직접 뛰어들었다. 카카오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은 CA협의체(공동체얼라이언먼트센터) 경영지원 총괄로 선임된 것. SM엔터테인먼트 인수과정에서 주가 시세조정 의혹이 나오고 고위 재무담당 임원의 법인카드 결제 남용 문제로 모럴헤저드 논란이 제기되는 등 위기 징후가 시작될 때다. 김범수 창업자는 김정호 총괄에게 도움의 손길을 요청했다.

당시 상황을 김 총괄은 자신의 SNS에 이렇게 술회했다. 그는 넉달 전 카카오 김범수 창업자와 저녁을 하던 중 어려운 부탁을 들었다고 한다. 카카오 전체에 대해 인사와 감사 측면에서 한번 제대로 조사를 하고 잘못된 부분은 과감하게 고쳐 달라는 주문이었다. 그것도 C레벨 인사도 포함됐다고 한다. 두차례 거절했지만 계속된 요구에 끝내 승낙했다고 했다.

이후 SM엔터테인먼트 사태로 현 경영진들이 구속되고 김범수 창업자도 검찰수사를 받는 등 카카오가 창립 이래 사상 최대 위기를 맞자 김범수 창업자는 외부 감사조직 '준법과신뢰위원회'를 발족했다. 김 창업자가 전권을 부여해 위원회 결정을 적극 수용하겠다고 약속한 독립기구로, 내부 인사로는 유일하게 김정호 총괄을 준법과신뢰위원회 위원으로 투입하기도 했다. 그만큼 김범수 창업자가 '구원투수'로 김 총괄에 대한 신임이 두텁다는 방증이다.

뉴시스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SM엔터테인먼트 주가 시세 조종 의혹과 관련해 23일 서울 금융감독원으로 출석하고 있다. 2023.10.23. kkssmm99@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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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왜 전권을 부여받고도 내부총질에 나섰을까


그래서 선뜻 이해할 수 없다. 내부 감사와 사실상 C레벨 인사권까지 있었던 그는 왜 하필 자신의 SNS를 통해 카카오 내부의 치부를 낱낱이 공개했을까. 지난 28일 김정호 총괄이 카카오 직원 업무보고를 받던 중 고성과 함께 '개XXX"라는 욕설 갑질을 했다는 언론 보도가 이어졌다. 그 이전에 그를 겨냥한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블라인드)에 관련 의혹들이 쏟아졌다고 한다.

지난 22일 오후 성남 카카오 판교 아지트에서 열린 내부 조직 회의 중 제주 부지 개발 사업과 관련된 회의에서 해당 임원이 결재나 합의 없이 외주업체를 선정하겠다는 사실에 분노해 문제의 욕설을 했고, 곧바로 담당 직원에게 여러 차례 사과했다는 게 김 총괄 해명이다.

그러나 이 내용이 블라인드에 오르고 언론보도 되는 과정에 대해 김 총괄은 자신이 추진하는 개혁안에 대한 카카오 기득권의 저항으로 받아들인 듯 하다. 그는 이런 사태를 예견했듯이 두번이나 김범수 창업자의 (경영총괄직) 부탁을 거절한 이유를 내부 카르텔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SNS에 ”내부 문제를 해결하다 보면 기존 기득권(특히 각종 카르텔)의 엄청난 저항에 부딪칠 것이고 음해와 투서, 트집잡기 등이 이어질 것“이라고 적시했다. 자신이 카카오로부터 직책에 따른 보상을 전혀 받지 않기로 했던 것도 트집잡기의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했다.

그래서인지 그의 SNS 폭로 글에는 적개심이 깔려있다. 가령 이런 식이다. "담당 직원이 30명도 안되는 관리부서 실장급이 더 경력이 많은 시스템이나 개발부서장 연봉의 2.5배나 된다." "직원들 휴양 시설은 1년에 2박도 못 갈 정도로 열악한 반면 임원은 20억원이 넘는 초고가 골프장 법인회원권을 갖고 있다." "100여명의 대표이사는 골프 회원권도 없는데 특정부서만 한달에 12번, KPGA 투어 프로수준으로 골프 친다." “700억~800억 원이나 되는 공사업체를 담당 임원이 결재·합의도 없이 주장하는데 모두 가만히 있다." 적나라하면서도 편가르기식이다. 파장은 컸다. 직원들은 동요했고 일부 임원은 김 총괄이 일방적으로 명예를 훼손했다고 반발했다.

그의 폭로전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먼저 외부 여론을 등에 업고 경영 쇄신안을 밀어 붙이겠다는 의지가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김 총괄이 전날 올린 페이스북 게시물에는 #조광조 해시태그가 달렸다. 조광조는 조선시대에서 손 꼽히는 개혁가로 평가된다. 스스로 내부 개혁가를 자처한 셈이다. 하지만 카카오 대외 위기 상황에 직면한 상황에서 전권을 위임받은 리더가 내부 갈등만 유발한다는 불편한 시각도 공존한다.

관심은 그의 이틀 연속 이어진 내부 실태 폭로가 김범수 창업자와 사전 교감했는지의 여부다. 김 총괄은 SNS에서 김범수 창업자가 자신에게 카카오 감사를 부탁하면서 경영진 혹은 측근에 편중된 보상, 불투명한 업무 프로세스, 견제 없는 특정 부서의 독주, 특이한 문화와 만연한 불신과 냉소, 휴양시설·보육시설 문제, 골프장 회원권과 법인카드·대외협력비 문제, IDC·공연장 등 대형 건설 프로젝트의 끝없는 비리 제보 문제, 제주도 본사 부지의 불투명한 활용 등을 말했다고 한다. 이런 산적한 문제를 카카오 내부적으로 해결할 수 없었고 외부 적임자에 맡길 수밖에 없었다는 것. 이에 대한 연장선으로 놓고 볼때 김정호 총괄의 외부 여론전 역시 김범수 창업자의 의중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 총괄의 외부 폭로는 29일 오후 준법과신뢰위원회 김소영 위원장의 중재로 일단 멈췄다. 그의 폭로전이 카카오 경영쇄신에 불을 당기는 기폭제가 될 지, 불난 집에 붓는 기름이 될 지 귀추가 주목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escho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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