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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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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덤정치, 국민 설득 아닌 혐오와 막말의 언어"[21대 국회 징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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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 인터뷰]
"양대진영 극단화… 생각 다르면 '악' 규정"
"180석 민주당, 크게 얻은 만큼 크게 잃어"
"합의 노력 포기 땐, 어떤 철학도 갈등 초래"



편집자주

2020년 5월 개원한 21대 국회는 극단적 진영 대결의 장이었다. 여야는 국민 삶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기보다 상대방 공격을 통해 손쉽게 반사 이익을 누리려 했다. ‘나는 선이고 상대는 악’이란 독선은 입법 독주와 꼼수 탈당, 정치의 사법화 같은 제도 오남용으로 이어졌다. 철저한 원인 진단과 반성이 없다면 내년 4월 총선을 통해 구성될 22대 국회도 같은 잘못을 반복할 것이다. 이에 여야 중진ㆍ초선 의원들의 21대 국회 평가를 징비록(懲毖錄)으로 남긴다.



한국일보

오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 고영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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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을 설득하는 언어가 아니라 특정 소수만을 대변하는 강성 주장과 목소리가 막말과 혐오의 언어로 나오는 것이다."

오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1대 국회에서 극성을 부린 '팬덤정치'에 대해 이렇게 진단했다. 오 의원은 2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당장 공격의 대상이 된다고 하더라도 정치인이라면 국민의 대표로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방관 출신 1호' 의원인 그는 올 4월 "소방현장으로 돌아가겠다"고 일찌감치 불출마를 선언하며 내년 총선을 둘러싼 정치적 이해관계에서 한 발 물러선 상태다.

-정치상황이 지금과 달랐다면 불출마를 하지 않았을까.

"그렇지 않다. 불출마 이유는 매년 소방관 순직사고가 발생하는데, 동료들한테만 거기 들어가라고 하고 나는 여기 있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정치적 고려는 눈곱만큼도 없다. 다만 정치가 국민 눈높이에 맞는 모습이었다면 좀 더 편한 마음으로 떠날 수 있었을 것 같다. 정치인의 한 명으로서 그걸 바꾸지 못하고 떠나는 무책임에 대해 반성하고 국민들께 죄송한 마음을 갖고 있다."

-21대 의정활동을 자평하자면.

"애초 대변하고자 했던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여러 입법, 제도개선, 문화 이런 것들에 있어서 굉장히 많은 성과를 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일만 하기 위해 정치인이 된 게 아니다. 국민이 걸어주신 기대는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소방관에 대한 기대와 젊고 새로운 인물이 정치를 바꾸길 원하는 기대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 후자엔 충분히 부응하지 못해 아쉬움이 남고 죄송하다."
한국일보

더불어민주당 인재영입 5호인 오영환 전 소방관이 2020년 1월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영입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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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태' 당시 이른바 '초선 5적' 중 한 명에 포함되기도 했다.

"양대 정치 진영이 너무 극단화되면서 거기에 포함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분위기가 됐다. 유튜브나 특정 네트워크·커뮤니티에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 모여서 자기들만의 생각을 공유하고 그것에 어긋나는 사람들을 적으로, 악으로 규정해 발생하는 문제다. 책임 있는 정치인은 국민 눈높이에 맞는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고 노력했던 시작점이라고 생각한다."

-민주당 내 '팬덤정치'에 대한 우려가 많다.

"정치인은 극단적인 진영논리에 함몰된 유튜브·온라인 문화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정치 환경을 활용하고, 적극적으로 조장하는 정치인들이 나타나기 시작하면 거기서부터 팬덤정치가 시작된다. 국민을 설득하는 언어가 아니라 특정 소수만을 대변하는 강성 주장과 목소리가 막말과 혐오의 언어로 나오는 것이다."

-자신에 대한 비판이 두렵지 않나.

"지금 당장 공격 대상이 되고 비난을 받더라도 정치인은 국민의 대표로서 목소리를 내야 한다. 말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말하는 것, 행동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더 용기 내는 것이 김대중 전 대통령이 말씀하신 '행동하는 양심'의 함의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제야 불출마를 선언하고 당내 민주주의가 무너지는 걸 바라볼 수 없다는 마음에 내부적으로만 당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는데 진작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은 소신을 말했더라면 민주당이 더 지지를 받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한국일보

오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 고영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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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석' 민주당은 잘했다고 평가하나.

"크게 이긴 만큼 크게 잃었다고 생각한다. 180석을 가지고 대선을 치렀지만 결과적으로 당시 대통령 지지율에도 미치지 못한 성과로 정권을 넘기는 결과를 낳았다. 우리가 아무리 옳다고 생각하고 실제로 옳은 것이라 하더라도, 어떤 정책·입법을 추진할 때 합의하려는 노력을 포기하는 순간 그 어떤 좋은 정책·가치·철학도 오히려 사회갈등을 극대화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

-민주당의 독주에 대한 지적이 많았는데.

"21대 국회 원구성 당시, 양당 원내대표 간 상임위원장 의석 배분을 합의한 상황에서 국민의힘이 민주당에 '다 줘버려라' 하면서 독주 프레임을 씌웠다. 국민의힘 역시 100석 이상 의석을 가진 정당으로서 책임을 가지고 협치를 해야 하는데 오로지 정략적 이익을 위해 책임을 외면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국민의힘 역시 이렇게 양대 진영 갈등이 격화되고 국민들이 국회에 실망하게 된 것에 대한 책임이 있다."
한국일보

오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의원이 되기 전인 2019년 중앙119구조본부 수도권119특수구조대에서 항공구조구급대원으로 근무할 당시 모습. 유튜브 오영환TV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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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국회에선 그런 모습이 사라질까.

"21대 국회처럼 양대 진영만이 공고하게 살아남고, 그들에 의해서만 국회가 운영된다면 어느 쪽이 이기더라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절망적이다. 당장 눈앞의 정치적 이익, 상대 흠집내기, 정쟁 대신에 그간 정치권에서 충분히 논의되지 못했던 여러 가치와 철학, 소수 의견들을 논의할 수 있어야 오늘날 정치에 대한 실망과 비판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디서부터 바꿔야 할까.

"정치가 상대에 대한 배척과 혐오로 얼룩져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4년 동안 국회에 있으면서 여야가 협조하고 토론해 성과를 이뤄낸 경험도 많이 있었다. 그 부분이 국회를 떠나면서도 국회에 대한 존중과 존경을 가질 수 있는 이유다. 불출마 선언에서도 꼭 하고 싶었던 말이, 그럼에도 정치의 힘을 믿는다는 것이다. 이제 우리가 해야 할 행동은 우리가 지키지 못한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키는 것이다. 민주당이 작은 손해를 보더라도 국민께 감동을 드리고 긍정적 변화를 만들어내고, 더 큰 승리를 견인하는 길은 기득권을 포기하는 것이다. 4년 만에 다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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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우태경 기자 taek0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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