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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22 (목)

"검찰개혁 외치면서 재벌 사면 원하는 '개딸'...민주당 착시 불러온다" [김성환의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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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관후 건국대 상허교양대 교수 인터뷰]
'이기는 민주당, 어떻게 가능한가' 보고서 분석
가치지향에 따른 6개 유권자 그룹 분류 주목
보수와 진보, 중도로 나눈 이념 지형 의미 없어

편집자주

첨예한 이슈를 날카롭게 파고듭니다.
"검찰개혁을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부르짖는 사람들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면과 종합부동산세 완화를 요구한다."


언뜻 상상이 가지 않는 그림이지만 실제 조사를 통해 나온 결과다. 더불어민주당이 압승한 2020년 총선부터 국민의힘이 승리한 지난해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 다시 민주당이 승리한 지난달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까지, 기존의 삼분화된 이념적 분석틀로 설명이 어려운 결과가 이어지고 있다. 대구ㆍ경북과 호남 등 지역색이 강한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이미 성별과 연령, 지역 내에서도 다원화된 가치를 지향하는 유권자층이 혼재돼 있어서 이들을 하나로 묶는 데 분명한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의 새로고침위원회가 내놓은 ‘이기는 민주당 어떻게 가능한가’라는 보고서는 이런 현실을 반영한 새로운 유권자 지형 분석으로 주목을 받았다. 비단 민주당뿐 아니라 정치권 전체에 상당한 함의가 담긴 내용이 보고서에 포함돼 있다는 평가다. 위원회 간사였던 이관후 건국대 상허교양대 교수는 23일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반페미니즘을 주장하는 이대남이 검찰개혁을 원하고, 검찰개혁을 외친 개딸이 이재용 사면을 주장할 수 있다"면서 “이제 질문 몇 개로 보수와 진보를 판단하기 어려운 게 지금의 유권자 지형”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민주당 강성 지지층으로 꼽히면서 최근 당헌당규 개정으로 당내 영향력까지 확대된 소위 '개딸' 과 관련해 "해당 유권자들의 사회경제적 조건과 가치지향성이 일관되지 않아 민주당에 착시 현상을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로부터 새롭게 분류한 유권자 지형에 대한 자세한 얘기를 들어봤다.
한국일보

이관후 건국대 교수가 23일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예원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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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권자들을 새롭게 분류하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20대부터 40대까지 구성된 새로고침위원들 사이에서 '유권자들은 이미 변했는데 민주당이 너무 낡은 정당이 된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2002년 대선을 기점으로 지난해까지 20년간 유권자 지형이 분명 달라졌는데 아직도 선거 결과를 분석할 때 집토끼와 산토끼 얘기를 꺼내는 현실을 지적한 것이다. 보수와 진보, 중도로 나눠 ‘우리가 중도에서 얼마를 못 가져와서 졌다’는 식의 논의만 20년 넘게 하고 있는 현실을 뛰어넘어야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어떤 조사 방법을 적용했나.

“Q 방법론을 사용했다. 7개 분야 34개의 진술문을 제시하고 각각의 선호도를 5점 척도로 측정했다. 전국의 18세 이상 69세 이하 3,000명을 대상으로 했고, 이후 검증을 위해 12개 그룹, 102명을 대상으로 집단심층면접조사(FGI)를 진행했다.”

<‘Q 방법론’이란>

사람들의 주관성을 객관화해 분류하는 유형론이다. 주제문을 정한 후 그 주제와 관련된 진술문을 선정한 후, 데이터를 획득할 표본을 수집한다. 표본들로부터 Q-소팅(sorting)이라는 반응수집방법을 적용하고, 이를 분석해 결과를 해석한다. 황상민 전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가 정치인 분석에 주로 활용했다.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 재임 당시인 2015년 박 전 대통령을 '꼭두각시’라고 분석해 논란이 됐다. 하지만 이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벌어지면서 황 전 교수의 연구 결과는 재조명받았다.

-유권자 지형을 6개 그룹으로 나눴다.

“조사 특성상 그룹 형성이 안 될 수 있다는 위험 부담을 갖고 시작했다. 조사업체에서 처음 받은 온라인 조사 결과에는 6개 군집만 형성돼 있었다. 이를 학력과 소득, 거주지역, 성별, 연령으로 교차분석해 가설을 수정하고 보완하는 작업을 통해 6개 그룹의 정체성을 잡아냈다. 그렇게 파악한 정체성을 반영해 평등ㆍ평화, 능력주의 보수, 친환경ㆍ신성장, 반권위 포퓰리즘, 민생우선, 배타적 개혁우선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준석이 호출한 '쇳밥일지' 천현우의 친구들

한국일보

그래픽= 송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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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 과정에서 가장 눈에 띄는 그룹은.

“조사대상 중 10%를 차지했던 반권위 포퓰리즘 그룹이다. 지난 대선에서 이대남이라고 불리던 집단과 유사하다고 봤다. 대부분 20대부터 40대 남성으로 구성돼 있고 다른 성별이나 연령대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정치적으로 중도층과 무당층에 주로 포진해 있고, 비정규직에 주거가 불안하고 현금 복지를 원했다. 지방의 중소제조업 종사자가 상대적으로 많아서 위원회 내부에서는 ‘쇳밥일지’ 저자인 용접노동자 천현우의 친구들이라고 불렀다. 부산ㆍ울산ㆍ경남만 따로 뽑았더니 전국 평균보다 높게 나왔다.”

-지난 대선 당시 세대포위론을 내세운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연상된다.

“나머지 그룹과 달리 2017년 대선 때는 (이들이) 없었다. 하지만 지역에서는 이미 산업단지 기숙사에서 일하다가 주말이 되면 시내 중심가에 나와서 쇼핑하는 젊은 남성으로 많이들 알고 있더라. 어려운 환경에서 성장해 기름밥 먹으면서 나름 열심히 살지만, 세상이 자신들에게 아무 관심이 없다고 느끼던 사람들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뉴스를 보니 정장 입은 고학력 여성들이 유리천장 깨달라는 데 사회가 관심을 가져주니 화가 난 것이다. 누군가 같이 손가락질해 줄 사람이 필요했는데, 이준석이 이들을 호명한 셈이다.”

-보수로 분류될 것 같은데 스윙보터 그룹으로 이들을 분류했다.

“여성가족부 폐지를 강하게 원하는 데, 그다음 선호하는 리스트에 검찰 개혁이 있었다. 여성가족부 폐지를 반대하는 서울에 있는 대학 출신 여성들처럼 검찰도 강자와 기득권이라는 생각에 거부감을 드러냈다고 본다. 이들이 반페미 성향을 보이는 것은 결과지 원인이 아니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그런데 민주당은 평생을 소외당한 이들에게 손 한 번 잡아주지 않고 같이 '일베'라고 욕했다. 일베가 아니라 삶의 조건의 문제다. 미국 선벨트 백인 제조업 노동자들이 월스트리트 좌파가 된 민주당을 외면하고 도널드 트럼프를 지지한 이유와 비슷한 맥락이다. 그래도 이들은 사회경제적 기준에서는 하나의 집단으로 잡혔지만, 그런 공통점이 거의 보이지 않는 그룹도 있었다."

-어떤 그룹이 공통점을 찾기 어려운가.

“배타적 개혁 그룹이다. 이 집단에서는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게 검찰개혁이다. 그런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면을 원한다. 종합부동산세 완화를 요구하면서 난민들에 대해서는 배타적 입장을 견지한다. 정책적으로 보수적이면서 소득은 높다. 내부적으로 ‘개딸’과 ‘강남좌파’의 결합이 아닌가라는 얘기들이 나왔다.”

-이들은 민주당 지지층 아닌가.

“이들의 정체성에 대해 분석 작업에 참여한 한 내부 위원이 '열린민주당 분위기에 가깝다'는 얘기를 했다. (*2020년 총선 당시 정봉주 전 의원이 주도해 창당한 열린민주당은 지난해 1월 민주당과 합당했다. 김의겸 의원과 최강욱 전 의원이 열린민주당을 통해 비례대표로 배지를 달았다.) 이들은 자신이 한국에서 가장 진보적이라고 답했지만, 정책에 있어서는 보수적 답변을 선호했다. 사회경제적 조건과 가치 지향성이 일관되지 않기 때문에 민주당 입장에서는 착시를 불러올 수 있는 그룹이다.”

기후와 혁신 주제에서 다른 반응 보이는 그룹




한국일보

이관후(오른쪽) 건국대학교 교수가 23일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예원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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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경제적 조건과 가치 지향성이 일관적으로 나타난 그룹은.

“평등ㆍ평화 그룹하고 능력주의 보수 그룹이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전통적 지지층이다. 경인과 호남에 형성돼 있는 평등ㆍ평화 그룹보다 서울과 영남에 퍼져 있는 능력주의 보수 그룹의 소득이 상대적으로 높지만, 두 그룹에는 공통된 특징이 있었다. 각 그룹별로 10명 중 5명은 무조건 기존 지지 정당을 찍지만 나머지 4명은 하는 거 봐서 찍고, 나머지 한 명은 다른 당을 선택할 수 있다는 태도였다."

-이들 그룹이 차지하는 비율이 60%로 가장 많은데.

“ ‘하는 거 봐서 찍겠다’는 4명이 투표장에 가느냐 여부가 선거 결과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지지자들이, 소위 김무성 전 대표의 옥쇄파동을 겪은 2016년 총선에서 당시 새누리당 지지자들이 투표장을 찾지 않은 게 대표적이다. 지난달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도 17%포인트까지 격차가 벌어질 구도가 아니었다. 능력주의 보수 그룹에서 관망하는 4명의 유권자가 윤석열 정부와 후보자에 실망해 투표를 안 했다고 분석할 수 있다.”

-평등ㆍ평화 그룹은 진보적 가치에 일관적인 모습을 보이는가.

"진보적 가치를 지향하지만 기후대응과 혁신성장에 소극적이다. 전통 제조업에 종사하는 저소득층이 많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쉽게 말해서 기후위기 때문에 전기차가 등장하면 내연기관 하청업체에서 일하는 내 일자리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그룹은 한반도 평화나 복지국가 추구에 적극적이다. 기후나 혁신 문제에 있어서 이들과 대척점에 있는 그룹이 친환경ㆍ신성장 그룹이다.”

박정희 유산 걷어찬 박근혜

한국일보

박근혜(오른쪽) 전 대통령이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던 지난 2012년 2월 국회에서 고 박세일 국민생각 대표와 만나 대화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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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ㆍ신성장 그룹은 어떤 집단인가.

“50대 이상 중장년층 자영업자 비율이 높은 집단이다. 분석 과정에서 재구성해 본 이 그룹에서는 특히 여러 업종을 바꿔 장사를 한 경험 때문에 변화에 민감하다는 점이 특징으로 나타났다. 국가의 강력한 산업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복지를 위한 증세에도 긍정적이다. 애국심도 높고, 주말마다 자원봉사단체에서도 적극적으로 활동한다. 박정희 시대의 경제발전을 경험한 세대다. 연구개발(R&D) 투자가 국가 산업 발전에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세계 경제 흐름에 RE100 없이 대기업들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사실도 안다. 기후와 혁신을 중요한 가치로 생각하는 이유다."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전 대통령을 찍은 50대가 연상된다.

“고인이 된 박세일 교수가 이미 20년 전에 이 그룹을 봤다고 생각한다. 신자유주의 물결이 강하게 대한민국 사회에 몰아치는데 정치가 같이 시장주의 보수로 너무 빨리 가면 보수의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생각에, 공동체주의 보수 필요성을 주장했다고 본다. 그 후계자로 유승민 전 의원을 꼽을 수 있다.”

-유승민을 내친 박근혜가 박정희의 유산을 걷어찬 모양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유승민 전 의원을 내치지 않았다면 한국의 보수가 지금보다 더 좋아졌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능력을 중요시하는 시장주의 보수와 따뜻한 공동체 보수가 적절히 균형을 이뤄 건전한 보수로 나아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경쟁적 측면에서 진보도 더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갔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민생우선 그룹은 어떻게 붙게 됐나.

“노회찬 전 의원이 얘기한 6411번 버스 타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 중도층이나 무당층이 많은 반권위 포퓰리즘 그룹과 비슷한 특징을 보이지만 50대와 60대 독거 여성이 많다. 제조업에서 일할 수 없어서 빌딩 청소를 하거나 소규모 가게에서 일하는 사람이 많다. 하루하루 사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경제정책이나 외교 같은 굵직한 이슈에는 큰 관심은 없지만 민생 정책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삶을 사는 사람들이다."

민주당에 유리한 지형이지만 반사효과만 기대




한국일보

지난달 31일 시정 연설을 위해 서울 여의도 국회를 찾은 윤석열 대통령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가운데는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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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유권자 지형이 내년 총선을 앞둔 여야에 줄 수 있는 시사점은.

“능력주의 보수 그룹을 제외하고는 나머지 5개 그룹에서 윤석열 정부에 호감을 느낄 만한 점이 많지 않다. 유권자 지형만 보면 민주당이 유리한 국면이다. 문제는 행동이다. 기후와 혁신에 미온적인 평등ㆍ평화 그룹을 설득하고, 윤석열 정부에 마뜩잖은 친환경ㆍ신성장 그룹에 호소하고, 반권위 포퓰리즘 그룹과 민생우선 그룹을 챙기면 된다. 그런데 지금 분위기를 보면 윤석열 정부가 욕먹고 있으니까 우리는 특별한 공약을 내는 모험을 하지 말자는 식인 것 같다. 상대가 잘 못하니까 그 반사효과를 누리겠다는 생각인 것이다. 비호감 경쟁이라는 비판을 들었던 지난 대선을 정치권은 무겁게 받아들이고 반성했어야 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이관후 교수는
영국 런던대(UCL)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와 경남연구원에서 일했고, 현재는 건국대 상허교양대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국회에서 6년간 일했고, 행정안전부 장관정책보좌관과 국무총리 메시지비서관 등을 지내 이론은 물론 현장 경험까지 두루 갖춘 소장 학자로 꼽힌다. ‘한국 민주주의, 100년의 혁명’, ‘시민의 조건, 민주주의를 읽는 시간’ , '정치를 옹호함' 등의 책을 펴냈다.


김성환 논설위원 bluebir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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