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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5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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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캐나다·싱가포르처럼 공격적 투자… 국민연금, 자산배분 칸막이 규제 없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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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노후자금 1000조원을 굴리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미리 정의해 둔 자산군에 목표 비중 등을 부여하는 경직적인 현 자산 배분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한 작업에 착수한다. 캐나다연금투자(CPPI)·싱가포르투자청(GIC) 등 주요 글로벌 연기금이 선택한 ‘통합 포트폴리오 운용 체계(Total Portfolio Approach·TPA)’를 도입해 신규 자산 투자를 유연하게 하고 수익률을 극대화한다는 방침이다.

조선비즈

한 시민이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앞을 지나가고 있다.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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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정부와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최근 외국 TPA 도입 기관의 조직 구조와 단계별 TPA 수행 프로세스, 관련 부서의 업무 분장 등을 파악하는 내용의 연구 용역을 학계에 발주했다. TPA 도입 전후에 발생한 이슈와 대처 방안, TPA 도입 기관 전·현직자 인터뷰 등도 국민연금이 요구한 연구 용역의 일부다.

현재 국민연금은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가 모든 투자 관련 의사결정을 한다. 보건복지부 장관(위원장)을 포함해 총 20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기금위는 매년 전략적 자산배분(SAA)을 실시해 국내 주식, 해외 주식, 국내 채권, 해외 채권, 대체투자 등 미리 정의해 둔 자산군에 각각 5년 동안의 목표 비중, 허용 범위, 벤치마크(비교 지수) 등을 정한다.

문제는 SAA가 자산군 중심의 칸막이(silo) 형태로 이뤄지다 보니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시장 환경 변화에 맞춰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는 점이다. 또 경직적인 자산 배분 체계가 의사결정 기간을 늘리고 투자 집행을 늦췄을 뿐 아니라 유연한 신규 자산 도입도 방해했다.

이에 반해 TPA는 자산군을 위험 자산과 안전 자산으로 단순화한 기준포트폴리오를 도입하고, 이 기준포트폴리오 내에서 자산 배분의 유연성 제고와 투자 다변화를 추구하는 개념이다. 통상 채권은 부동산보다 안전한 자산으로 인식된다. 그러나 부실국 국채와 미국 뉴욕 맨해튼 한복판의 부동산을 비교한다면, 부동산이 더 안전한 자산일 수 있다. 이처럼 TPA를 도입하면 자산군의 표면적 형태에 집착하지 않으면서 유연하고 공격적인 투자가 가능해진다는 게 금융투자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지난 5월 복지부와 국민연금연구원이 서울 강남구 국민연금 서울남부지역본부에서 개최한 전문가 포럼에서도 TPA 도입의 시급성이 지적된 바 있다. 당시 발표자로 나선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실장과 신왕건 국민연금 상근전문위원 등은 “기준포트폴리오를 도입해 자산 운용의 유연성을 제고하고, 이를 바탕으로 TPA를 구축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국민연금도 전문가 조언을 받아들여 투자 의사결정 과정을 선진화하려는 것이다. 정부에 따르면 지난 10년(2013~2022년) CPPI의 평균 수익률은 10.01%다. 같은 기간 국민연금 수익률은 4.70%에 그친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TPA 도입으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최소화하고 기금 수익률을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전준범 기자(bbeo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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