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4 (일)

이슈 검찰과 법무부

[단독]도둑질한 노숙인 잡았더니 '실종 사망'…檢 덕에 복지혜택 누린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머니투데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연락이 닿지 않는 가족의 실종신고 때문에 수년간 '사망자'로 등재됐던 50대 노숙인이 검찰의 도움으로 신원 회복하고 복지 혜택을 다시 받을 수 있게 됐다. 검찰은 그가 연루된 점유이탈물 횡령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신원 이상을 확인하고 회복 절차를 밟았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공판부(부장검사 이재연)는 지난 21일 서울가정법원에 남성 A씨(53)에 대한 실종선고 취소 심판을 청구했다. 2017년 6월 본인에 대한 실종 선고가 인용된 뒤 '사망자'로 등재된 A씨에게 신원 회복의 길이 열린 것이다.

A씨는 3형제 중 막내로, 20대 후반부터 어머니와만 연락을 주고받았다. 일찍이 숨진 부친에 이어 2011년 모친이 사망한 뒤로는 남은 가족과 연락이 끊겼다. 2016년 1월 자녀를 두지 않은 큰형이 사망했고, 상속 과정에서 작은형 B씨가 상속 관계를 정리하기 위해 실종선고를 청구했다. 이듬해 6월 청구가 인용돼 A씨는 사망자로 등재됐다. '민법'에 따라 생사가 불분명해진 지 5년 지난 사람은 사망자로 간주한다.

A씨는 목수로 일하다가 사망자가 된 뒤 4대 보험 대상자에서 제외되는 등 문제가 생겨 일자리를 잃었다. 그는 최근 검찰 조사에서 "신원보증을 해줄 만한 사람이나 법률적 도움을 받을 곳이 없어 사망 상태를 방치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A씨는 실직한 뒤 서울 구로구 일대에서 노숙 생활을 했다. 그동안 기초생활수급, 의료급여, 주거지원 등 최소한의 사회·경제적 지원을 받지 못했다.

신원 회복 절차는 A씨가 올해 점유이탈물횡령 혐의로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진행됐다. 그는 지난 6월 노숙하던 거리 벤치에 놓인 다른 사람의 가방을 무단으로 가져간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은 뒤 지난 9월 검찰에 송치됐다. 검찰은 A씨에 대해 벌금 50만원에 해당하는 약식명령을 청구했다.

A씨는 조사 과정에서 본인이 '사망자' 신분이라고 언급해 검찰이 신원 확인에 나섰다. 검사는 민법에 따라 실종자가 생존한 사실이 증명될 경우 실종선고 취소 청구를 해야 한다. 관련 절차를 담당한 권인표 공판부 검사는 A씨로부터 생계 상황을 듣고 실종 상태가 해소됐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진술을 받았다. 이어 경찰청을 통해 A씨 수사 자료상 지문과 주민등록발급 신청서상 지문이 일치하는 점 등을 확인했다. 권 검사는 지난 11월 B씨를 상대로 실종선고 청구 경위를 청취한 뒤, 법원에 실종선고 취소 심판을 청구했다.

서울가정법원은 조만간 A씨의 실종선고 취소 청구를 인용할 것으로 보인다. 실무 관례에 따르면 법원은 실종선고 취소심판의 경우 사안의 시급성을 고려해 청구 열흘 전후로 결정을 내린다고 한다. 검찰은 A씨 실종 상태가 해소되면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의 협조를 받아 주거지원, 취업 교육 등을 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또 생계·의료 급여 지급이 가능해지도록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A씨에 대한 기초생활수급자 신청을 지원할 예정이다.

권 검사는 "당사자가 살아있음에도 사망자로 간주돼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었다는 점이 안타까웠다"며 "A씨가 신원을 회복하게 됐으니 유관기관 협조를 통해 법률이 허용하는 한에서 최대한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A씨 참여 없이 분배된 상속 재산이 재분배될 가능성도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A씨 입장에서는 본인 몫이 다른 가족에게 돌아간 셈"이라며 "개인 간 협의가 안 되면 민사 재판을 통해 내 몫을 돌려달라고 주장해볼 수 있다"고 했다.

정경훈 기자 straight@mt.co.kr 오석진 기자 5stone@mt.co.kr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