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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7 (토)

수당 줄 돈이 뚝…야근 못 하는 경찰 "순찰차 못 돌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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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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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이 수당으로 줄 예산이 떨어졌다며 초과근무 자제 방침을 내렸다. 일선 경찰들 사이에 치안 공백 우려와 함께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28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은 최근 '경찰청 근무혁신 강화 계획'을 전국 시·도경찰청과 부속기관에 전달했다. 연말까지 초과근무 신청과 자원 근무를 제한하는 내용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야외 집회·시위 대응이 증가하고 흉기 난동 범죄 등으로 특별치안활동이 늘어 수당 예산이 당초 예상보다 빨리 소진됐기 때문이다. 최근 부산경찰청 소속 한 경찰관이 초과 수당을 부정수급한 사례가 알려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일선 경찰들은 연말이 되면 치안 수요가 급증해 인원이 부족한데 초과근무까지 제한하면 유사시 제대로 대응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서울의 한 지구대 소속 A경감은 "사건 처리 인원이 부족할 때는 쉬는 순번인 다른 팀 인원까지 다 동원되곤 하는데 이렇게 근무하지 말라는 식으로 공문을 내리니 일선에서는 혼란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기도 한 경찰서에서 일하는 경찰관 B씨는 "근무를 더 해도 수당을 안 주면 지구대, 파출소가 제대로 안 돌아갈 것"이라며 "자원 근무로 빈자리를 채워줄 인원이 없으니 순찰차 한 대를 운영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서울 한 지구대에서 근무하는 C경사는 "초과근무가 갑자기 생기기도 하는데 이제 '수당을 받을 수 있을까' 생각해야 한다"며 "수당이라고 해봐야 주간에 시간당 1만1000원, 야간에 1만5000원 정도 나오는데 이마저도 일한 만큼 못 받을 수 있다니 걱정"이라고 말했다.

제한된 근무 시간을 넘기면 수당 대신 휴가로 적립하도록 했지만 휴가자가 생기면 결국 그 자리를 자원 근무로 채워야 하므로 악순환이 뻔하다고 일선 경찰들은 지적했다.

경기도에서 일하는 D경정은 "사건이 많고 인원이 부족한 지구대에서는 한 명이 휴가를 간다고 하면 다른 사람이 자원 근무를 해줘야 하는데 수당을 안 준다고 하면 누가 하려고 하겠나"며 "20년 넘게 경찰 생활을 하고 있지만 이런 일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서울 한 파출소 소속 경찰관 E씨는 "특히 연말에는 남은 휴가를 소진해야 해 휴가자와 자원 근무자가 많은 편"이라며 "이미 팀원들과 일정을 다 맞춰놨는데 갑작스러운 조치로 기존에 있는 휴가도 다 못 쓸 상황"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경찰청 관계자는 "경찰청은 연초부터 과도한 초과근무 절감을 위해 노력해왔다"며 "올해 치안 수요 증가로 초과근무 수당 집행이 조기에 이뤄져 부득이하게 이같은 조치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초과근무에 대해서는 비축한 예비분과 인건비 내 다른 재원을 활용해 수당을 지급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진솔 기자 pinetree@mt.co.kr 이병권 기자 bk223@mt.co.kr 김지성 기자 sorr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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