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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7 (토)

고개 푹 숙이고 '침통'…부산이 못 넘은 오일머니 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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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2035년 차기 엑스포 재도전 검토

머니투데이

29일 새벽 부산 동구 부산시민회관 대극장에 모인 시민들이 2030세계박람회 유치에 실패하자 아쉬움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23.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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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여러분이 그동안에 지원해주신 것에 대해서 성원에 충분히 응답하지 못해서 대단히 죄송하고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한덕수 국무총리)

사우디아라비아 119표 대 한국 29표.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는 90표차로 사우디에게 돌아갔다. 우리 정부는 이번 엑스포 유치전에서 국제사회에 약속한 협력프로그램을 그대로 이행하는 한편, 부산시는 2035년 엑스포 유치 재도전을 검토하기로 했다.

28일(현지시간) 투표 결과 발표 후 총회가 열린 프랑스 파리 '팔레 데 콩그레'에서 한덕수 국무총리를 필두로 한 정부 대표단은 고개를 숙였다. 한 총리와 동행한 최태원 엑스포 유치 민간위원장(SK그룹 회장)은 유치 실패에 침통한 표정으로 말을 아꼈다.

경쟁국 사우디 '오일머니'의 벽을 넘기엔 역부족이었다는 분석이다. 엑스포 유치 자문교수인 김이태 부산대 교수는 결과 발표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의 패배 요인에 대해 "사우디아라비아의 왕권 강화 등 국내 정치 어젠다가 엑스포 유치를 위한 역대급 물량공세로 이어졌다"며 이같이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사우디는 저개발국에 천문학적 개발차관과 원조기금에 대한 지원을 약속했고 저개발국의 몰표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투표한 국가들이 2025 오사카-간사이 엑스포 개최 등 관례상 대륙별 안배를 고려한 것도 패인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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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국무총리(왼쪽 첫번째)를 포함한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대표단이 28일 오후(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BIE(국제박람회기구) 총회에 참석한 뒤 입장발표를 준비 중이다. /사진=최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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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달리 사우디 측은 투표 결과 즉시 환호를 지르고 얼싸안는 등 축제 분위기였다. 그러나 발표 직전까진 한국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만큼 사우디 측에서도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특히 이탈리아는 조르자 멜로니 총리가 총회에 불참하는 등 투표 전부터 패색이 짙었던 것과 달리 결전의 날까지 한국은 최선을 다했다. 이날 총회가 열리는 프랑스 파리 외곽 '팔레 데 콩그레' 주변은 부산 홍보차량과 부산시민 응원단으로 가득 찼다.

한복에 두루마기, 갓, 족두리를 쓴 시민 응원단은 노래 '오 샹젤리제'를 개사한 "유치를 위하여 다함께 외쳐라 2030 부산월드엑스포"를 연신 불렀다. 일부 외신이 응원 열기를 카메라에 담았을 정도다.

거리 한복판에선 선글라스에 갓을 쓴 외국인 홍보단이 부산시 마스코트 '부기'와 함께 부산 지지를 호소했다. 총회장으로 향하는 도로 양쪽은 부산엑스포 유치 광고가 나오는 차량용 전광판이 이어졌다. '선거 캠페인'의 방식을 차용했다는 설명이다.

프레젠테이션(PT) 발표가 가까워질수록 사우디의 견제도 심해졌다. 총회장 로비에 오찬을 마친 BIE 회원국 대표단이 입장할 때마다 각 국 관계자들이 '부산'과 '리야드'를 힘껏 외치는 등 신경전이 치열했다. 각국 대표들에게 '인사 먼저하기' 경쟁은 물론, 사우디 측은 한국 측과 인사한 대표단을 즉시 데리고 나가기도 했다.

기업들도 막판까지 최선을 다했다.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 랩핑을 한 택시 100대가 파리 시내를 운행했다. LG전자와 LG에너지솔루션이 부산엑스포 유치를 홍보하기 위해 마련한 랩핑 버스와 현대차가 아이오닉6와 기아 EV6로 특별 제작한 아트카 10대도 파리 시내 곳곳을 누볐다.

2030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한 시민대표단이 2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부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최민경 기자

한편 정부는 이번 엑스포 성사여부와 무관하게 유치 과정에서 약속한 국제협력프로그램을 차질없이 실행할 방침이다. 글로벌 외교 네트워크 역시 대한민국의 국익과 경제를 받치는 국가자산으로 계속 관리·발전시켜 나갈 방침이다. 유치위 관계자는 "과거에도 주요 국제 대회와 행사는 여러차례 재도전 끝에 성사된 경우가 많고 장기적으로 보면 그러한 시도과정 자체가 외교의 지평을 넓혀왔다"고 했다.

부산시 역시 다음 엑스포인 2035년 행사에 재도전을 검토하기로 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부산 시민들의 꿈이 무산돼 마음이 무겁다"면서도 "인류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한 부산의 도전은 계속되고 우리의 땀과 눈물과 노력과 열정을 기억하고 도전하는 한 반드시 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파리(프랑스)=최민경 기자 eyes0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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