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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4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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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사법농단’ 임종헌에 징역 7년 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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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관·재판 독립 침해 혐의…기소 5년 만에 1심 공판 종료

검 “법관에 의해 법 파괴돼…행정처가 사법부 부품 전락”

임 “공소장 곳곳에 신기루 난무” 최후진술에서 무죄 주장

경향신문

검찰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사진)에게 사법농단 사건의 책임을 물어 징역 7년을 선고해달라고 27일 법원에 요청했다. 임 전 차장은 검찰 주장이 ‘신기루’라며 무죄를 주장했다. 이 사건은 사법행정권의 범위·한계를 법원이 형사재판에서 판단하는 첫 사례이다.

검찰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36-1부(재판장 김현순) 심리로 열린 임 전 차장에 대한 결심공판에서 징역 7년을 구형했다. 2017년 3월 사법농단 사건이 처음 불거진 지 6년9개월, 2018년 11월 검찰이 임 전 차장을 기소한 지 5년 만에 1심 심리가 이날 마무리됐다.

임 전 차장은 법관과 재판 독립을 침해하는 위법·부당한 지시를 한 혐의로 기소됐다. 임 전 차장의 공소사실에는 박근혜 정부의 협조를 받을 목적으로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사건과 관련해 외교부가 의견서를 낼 수 있도록 참고인 의견서 제출 제도 도입을 검토시킨 혐의(직권남용)가 있다. 법원행정처 의견을 일선 재판부에 전달해 재판에 개입한 혐의,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원들이 상고법원 등 정책에 의견을 내자 연구회 와해를 지시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임 전 차장에게 유죄 판결을 선고해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법원행정처에서 근무하면서 사법부 이익 실현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며 “법원행정처 심의관들과 일선 재판부의 법관들이 사법부 이익 실현을 위한 부속품으로 전락했다”고 했다.

임 전 차장 측은 법원행정처 문건에 일부 법관 독립 침해로 보이는 내용이 기재돼 있을지라도 아이디어 차원일 뿐이고 실행되지 않아 무죄라고 주장했다. 또 국회 대응 차원에서 쟁점을 정리하거나, 법관들의 재판을 돕기 위해 참고자료로 활용했을 뿐이라 재판 개입은 아니라고 했다.

임 전 차장은 최후진술에서 “경위야 어떠하든 내게 가장 소중하고 모든 것이었던 사법부가 최근 10여년 동안 사법부의 비극이자 잔혹사라고 평가될 정도로 심각한 상처를 입게 된 상황에 대해 무한한 결과적 책임을 느낀다”고 말했다.

임 전 차장은 “변화무쌍한 사법행정과 대외업무를 수행하면서 당장 대책 수립이 필요한 상황이 아니더라도 발생 가능한 가상의 상황을 예측하고 복수의 시나리오와 대응방안을 선제적으로 검토해야 했다”며 “그런데 검찰은 이를 문제 삼아 여러 보고서에 대해 그 작성 자체가 위법하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소장 곳곳에 난무하는 신기루와 같은 허상과, 과도한 상상력에 기한 주관적 추단이 점철된 공소사실보다는 엄격한 형사법상의 증거법칙에 따라 증명되는 사안의 실체를 파악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판결을 내려달라”고 했다.

현재까지 2명의 전직 법관이 사법농단 사건으로 1·2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법원은 재판 개입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검찰은 “법관 독립의 헌법 가치를 중대하게 훼손한 피고인이 도리어 법관 독립을 근거로 자신의 죄 없음을 주장하는 역설적 상황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며 “법관에 의한 법 파괴가 일시적이고 예외적인 현상이었음이 판결로 분명히 입증되기를 앙망한다”고 했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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