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한은 금통위 기준금리 동결 전망
향후 최대 변수는 미국 금리인하 시점
美물가·경기 불확실성 커 예측 힘들어
국제유가 하락은 금리인하 요인될수도
가계부채·재정지출 확대, 고금리 뒷받침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당분간 기준금리를 현재 연 3.5%에서 동결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한은 금리결정에서 앞으로 가장 큰 변수는 미국 통화정책 방향이라고 봤다. 사실상 금리인상 행진을 멈춘 미국이 언제 금리인하에 돌입하느냐에 따라 한국의 인하 시점도 결정될 것이란 설명이다. 이외에도 국제유가 등 물가와 국내 가계부채, 선거도 통화정책 방향을 가늠하기 힘들게 하는 요인으로 꼽혔다.
기준금리 핵심 변수…'국제유가→美 통화정책'
아시아경제가 27일 국내외 증권사 애널리스트, 경제연구소 이코노미스트 등 2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가장 많은 전문가는 앞으로 한은 통화정책의 핵심 변수(중복답변)로 미국 통화정책(11명)을 언급했다. 이어 소비자물가(9명)와 국제유가(8명), 가계부채(6명)가 뒤를 이었다. 미국 대선과 부동산 시장, 경제성장률, 총선을 꼽은 전문가도 있었다.
지난 10월 금통위 회의를 앞두고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같은 질문에 국제유가가 9명으로 가장 많았고, 미국 통화정책이 7명으로 뒤를 이었다. 당시 이스라엘-하마스 간 전쟁이 터지고 국제유가가 배럴당 90달러대로 치솟으면서 유가 리스크가 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유가가 다시 배럴당 70~80달러대로 내려가면서 유가보다는 미국 상황을 언급한 전문가가 더 많아진 것으로 해석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美 금리 시점에 주목…한국 통화정책도 영향
전문가들은 내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언제 금리를 낮추느냐에 따라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도 결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부터 금리를 동결하며 사실상 인상 행진을 멈춘 Fed가 어느 시점에 금리인하에 돌입할 것인지는 전세계 중앙은행과 시장의 핵심 관심사다.
우선 시장에서는 내년 2~3분기를 유력하게 보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현재 시장은 Fed가 내년 6월 FOMC에서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가능성을 43%로 보고 있다. 한국의 통화정책이 사실상 미국에 독립적이지 않은 것을 고려하면 이 시점에나 한은도 금리인하를 검토할 수 있을 전망이다. 오석태 SG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금리 인하 여부와 시점이 내년 한은 금리 인하 여부, 시점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한미 간 정책금리 역전폭(2%포인트)을 감안하면 미 Fed의 금리인하 시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시장이 내년 미국 금리인하를 예상하는 이유는 물가 상승세가 잦아들고 경기 둔화 우려가 나오기 때문이다. 미국의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3.2%로 9월(3.7%)에 비해 낮아졌고, 경제를 뒷받침하는 소매판매 역시 전월보다 0.1% 줄었다.
다만 내년 Fed의 금리인하를 기대하기는 이르다는 지적도 많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이달 초 국제통화기금(IMF)이 주최한 콘퍼런스에서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하락했지만 여전히 목표치인 2%를 훨씬 웃돌고 있다"며 "통화정책을 더 긴축적으로 바꾸는 게 적절하다면 주저하지 않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기조를 고려하면 다음달 FOMC에서 파월 의장이 다시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성향을 보이며 시장 분위기가 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 미국보다 먼저 금리인하 나설 가능성은
미국의 금리인하 시점도 중요하지만 미국에 앞서 한은이 금리인하에 나설 수 있느냐도 관심사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금리인하 단행 시 한국의 통화정책 여력이 확보되면서 내수 부진에 따른 금리 인하가 단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도 "한국이 미국보다 먼저 금리를 인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내년 중 미국이 금리를 낮출 것이란 분위기만 확실히 형성되면 한은이 국내 경기 회복이나 금융안정 등을 고려해 먼저 금리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아구스틴 카르스텐스 국제결제은행(BIS) 사무총장은 지난 24일 한은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은 질문에 "한은은 자율성을 보장받는 기관"이라며 "충분히 미국의 상황에 구애받지 않고 통화정책을 운용할 수 있는 여력이 있다"고 말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여전히 불안한 중동…국제유가 흐름도 촉각
최근 국제유가가 배럴당 70~80달러대로 내려가긴 했으나 여전히 국제유가는 전세계 물가 상승률에 큰 영향을 주는 요소로, 통화정책의 핵심 변수다. 윤석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은 "10월 소비자물가가 예상을 상회해 반등세를 보였고, 지난 금통위에서도 이창용 총재가 중동 리스크 등으로 인해 물가 목표 달성 지연을 우려한 바 있다"며 "여전히 고물가에 대한 경계심이 큰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당장은 유가가 크게 치솟기 힘들 것이란 의견이 많다. 세계 경기가 좋지 않은 만큼 원유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작고, 이미 미국의 원유 재고도 많이 늘어난 상황이어서 산유국 감산이 지속되기도 어렵다. 그동안 감산으로 유가를 높게 유지해온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非)OPEC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 플러스도 가격 방어를 위한 산유국 간 생산량 조정에 합의하지 못하고 있다.
국제유가 하락은 물가 부담을 낮춰 기준금리 인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과도한 가계부채 증가세와 정부 재정지출은 고금리 유지 요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100%를 넘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거시경제를 관리하는 한은이 금리인하에 나서기 어렵게 하는 요소다. 금리를 낮춰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부채가 더 늘면 금융안정은 물로 소비와 성장률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이외에 내년 미국 대선과 한국 총선도 주요 변수다. 선거를 앞두고 각국 정부가 재정지출을 늘리면 물가상승률이 자극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미국 대선 전 확장적 재정 가능성이 향후 통화정책에 중요하다면서 "올해 미국 성장률 상향과 미 국채 발행에 재정의 기여도가 높았다는 것을 고려하면 내년 1월 임시예산안 종료 후 재정 정책 관련 합의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8월1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의 이스트룸에서 열린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1주년 기념행사에서 지지자와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연설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