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호 제주대 언론학 교수
논문서 대법원 판례 분석
원고 승소 사례는 2건 그쳐
“언론의 공적 감시 역할 인정”
검찰 수사가 부실하다는 취지의 의혹 보도와 관련한 소송에서 법원이 언론의 의혹 제기와 비판이 중요하다며 명예훼손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다수 판단한 것으로 분석됐다. 김경호 제주대 언론홍보학과 교수는 최근 한국언론법학회 학술지에 발표한 ‘언론 상대 고위공직자 명예훼손 소송 연구-대법원의 위법성 조각 판단 기준을 중심으로’라는 논문에서 이 같은 분석 결과를 내놨다.
김 교수는 2003~2021년 고위공직자가 원고인 명예훼손 소송 중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고 판결문이 공개된 13건의 판례를 분석했다. 대통령, 국무총리, 장관, 검사 등인 원고가 승소한 사례는 13건 중 2건에 그쳤다. 특히 원고가 검사인 5건의 소송은 모두 패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재경 당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등 BBK 특별수사팀 검사들이 2008년 주진우 시사인 기자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대법원은 주 기자의 손을 들어줬다. 주 기자는 ‘검찰이 BBK 투자자문 전 대표 김경준씨를 회유·협박했다’고 보도했다.
대법원은 “국민적 관심의 대상이 되면서도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의 수사에서 그 수사기관이 아니고서는 의혹의 진위를 가리는 것이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고, 국민의 의구심을 없애기에 아쉬움이 있었던 일이 없지 않았다”고 했다.
대법원은 이어 “검찰의 수사 내용이 국민적 관심 대상이면 그 수사과정의 적법성과 공정성도 엄정하고 철저하게 검증돼야 한다”면서 “수사과정에 대한 의혹 제기가 공적 존재의 명예보호라는 이름으로 쉽게 봉쇄돼서는 안 된다”고 했다.
같은 해 BBK 특별수사팀 검사들이 ‘검찰이 이명박 당시 대통령 후보에게 유리하게 짜맞추기 수사를 했다’고 주장한 정봉주 당시 대통합민주신당(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도 대법원은 원고 패소를 확정했다.
대법원은 “대통령 선거와 관련된 검찰의 직무집행의 적법성과 공정성에 관해 의혹을 제기하는 등 감시와 비판 기능은 그것이 악의적이거나 심히 경솔한 공격으로서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것이 아닌 한 쉽게 제한해서는 안 된다”고 판시했다.
김진환 전 검사장이 2012년 자신을 ‘삼성 떡값 검사’로 지목한 고 노회찬 전 정의당 의원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도 대법원은 원고 패소 판결했다. 대법원은 “검찰의 수사 내용이 국민적 관심 대상인 경우 공직자의 청렴성과 수사과정의 공정성은 엄정하고 철저하게 검증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법원이 공적 영역에 대한 언론의 감시견 역할의 중요성을 인정했다”며 “공직자의 공직 수행과 관련한 중요한 사항에 관해 어떤 의혹을 품을 만한 충분하고도 합리적인 이유가 있고 그 사항의 공개가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의혹 제기는 당연히 허용돼야 한다는 판단”이라고 밝혔다.
이보라 기자 purp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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