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사법부 "위안부 피해자에 日 배상 책임"
日정부, 항의…"받아들일 수 없어"
기업 아닌 국가 대상…"강제집행 어려워"
"日 무대응 전략에 피해자 배상 요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2차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1심 패소(각하) 취소 판결을 받은 뒤 두 손을 꼭 쥐며 기뻐하고 있다.(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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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위안부 소송에 무대응을 일관하는 일본 정부의 손해배상은 어려울 것이란 해석을 내놓고 있다.
법무법인 리버티 김지진 대표 변호사는 “이른바 2차 위안부 소송으로 구분되는 이용수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손해배상 청구에 관해 서울고법이 일본 정부의 위자료 지급을 명령했다”며 “하지만 일본 정부가 자발적 배상에 나서지 않는 한 배상받을 길은 요원하다”고 설명했다.
지난 23일 서울고법 민사합의33부(재판장 구회근)는 이용수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유족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항소심에서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고 일본 정부가 위자료를 지급할 것을 명령했다.
1차 위안부 소송으로 불리는 배춘희 할머니 등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에서는 재판부가 지난 2021년 피해자에게 각 1억원을 지급하라고 했다. 이번 2차 소송에서는 할머니들 각자 2억원의 위자료가 인정됐다.
하지만 24일 일본 정부 대변인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정례 회견에서 “이번 판결은 매우 유감이며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을 이미 한국 측에 전달했다”며 “한국 정부가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계속해서 강하게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 변호사는 “일본이 받아들일 수 없다면 국내에 있는 일본 재산을 강제집행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 또한 쉽지 않다”며 “한국과 일본 간 외교적 관계가 극도로 악화될 수 있으며, 강제집행도 기업이 아닌 국가를 상대로 하기 때문에 일본의 협조 없이는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 1차 소송 승소 후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 재산 압류에 나섰지만 2021년 3월 재판부는 ‘국가면제’ 때문에 소송비용을 일본 정부로부터 추심할 수 없다고 했다. 국가면제 원칙이란 다른 국가 및 재산에 대해 동등한 주권국가라는 근거로 다른 국가에서의 사법관할권과 집행권을 면제해주는 것을 의미한다.
또 배상금 추심 소송에서 압류에 앞서 일본 정부가 재산 상태를 명시한 목록을 제출하도록 재판부는 재산 명시를 명령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소송 서류 송달을 거부했고, 1차 소송 피해자들은 1억원의 배상금도 받지 못했다.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경우 전범 기업인 미쓰비시중공업의 국내 특허권 등에 대한 압류 절차가 진행되기도 했으나 이는 국가가 아닌 기업을 상대로 한 소송이라 가능한 절차였다.
이에 대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일본의 자발적 이행을 촉구하면서 강제집행 등의 절차도 열어놓겠다고 했다.
민변 일본군 위안부 문제대응 TF 단장인 이상희 변호사는 “일본 기업에 대해 강제집행 절차를 진행하는데 아무런 문제는 없다”며 “그런데 저희 사건은 피고가 국가이다 보니 법리적으로 강제집행 절차에서 국가면제 법리가 또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판결이 국제사회가 반인륜 범죄에 대해 그 누구도 면책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라며 “강제집행 등의 절차에 대해서는 열어놓고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일본 정부의 자발적 사과와 의무 이행을 촉구하는데 이 판결을 충분히 활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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