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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통화·외환시장 이모저모

주차비 짜증난다 했더니 "너 F야?"…요즘 핫한 AI비서의 수준 [트랜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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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이 지난달 AI 개인비서 앱 브랜드 에이닷(A.)을 통해 통화 녹음 서비스를 선보였습니다. 통화 녹음이 숙원이었던 아이폰 사용자들에게 무척 반가운 일이었죠. 출시 한 달이 지난 지금 이용자들 사이에선 '통화내용 요약'이 더 핫합니다. 그래서 직접 3주간 써봤습니다. 과연 에이닷으로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과연 얼마나 실용적인지 알아봤습니다.



모임 장소, 날짜 쉽고 정확하게 메모



점심시간 이동하며 동료에게 다음달 예정인 저녁 미팅 자리를 공유 받았는데요. 식당 이름, 날짜와 시간이 헷갈리더라고요. 에이닷이 어떻게 받아적었는지 살펴볼까요.

중앙일보

SKT AI 브랜드 에이닷 사용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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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 요약에는 통화 주제, 상세요약, 태그, 부분 재생 기능 등이 있습니다. 에이닷은 통화 주제를 ‘부민옥(식당) 예약하기’로 꽤 정확하게 잡았습니다. 부민옥이라는 다소 생소한 이름을 식당으로 인식한 게 신기했습니다. 통화 상세 요약에선 식당 예약, 예약 정보 확인 등이라고 정리를 해줬는데요. 통화의 흐름을 모두 파악하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캘린더에 저장하기 버튼을 누르면 바로 캘린더와 연동, 기록할 수 있어 편리했어요. 통화 끝나고 일정을 캘린더에 적는 걸 깜빡하는 일이 종종 있었는데 잊어버릴 일은 없겠더라고요.

이날 통화는 #예약 #맛집 #일상으로 분류됐는데요. 또 다른 예약 관련 통화가 있었는지, 혹시 제가 빼먹은 게 있는지 확인해봤습니다. 동생과 집에서 초밥을 시켜 먹기로 한 대화 내용이 뜨더라고요. 정확하게 식당을 예약한 내용은 아니었지만 음식을 주문하고 결정하는 과정을 예약으로 인식한 듯했습니다.



복잡하고 전문적인 회의 내용도 척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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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 AI 비서 에이닷 통화 내용 요약 실제 사용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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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닷이 길고 복잡한 비즈니스 회의 내용도 알아들을 수 있을지 궁금했습니다.

휴가로 불참한 회의 내용을 동료에게 전화로 물어봤습니다. 에이닷은 약 5분간의 통화내용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습니다. 회의 내용이 크게 두 가지였는데 이를 정확하게 나눠서 상세 요약하는 점이 눈에 띄었습니다. 내용을 파악해 #업무 태그를 알아서 넣은 것도 기특했습니다. 업무 관련 통화 내용만 따로 모아서 확인할 수 있겠네요.

통화 내용의 미묘한 분위기와 뉘앙스도 파악하고 있었는데요. 예를 들면 아파트 매매라는 동일한 주제로 가족과 두 번 이야기를 나눴는데 첫 번째 통화는 ‘부동산 계약 문제로 발생한 대화’, 두 번째는 ‘부동산 매매를 위한 대화’라고 정확히 분간했습니다.



내 마음을 읽는 에이닷, 너 F야?



감정적 교류도 읽어냈어요. 주차비 때문에 불만을 토로했던 상대방과의 대화는 '주차비 때문에 짜증 나는 일상'으로 제목을 지었고요, 어머니와의 통화는 '바쁜 일상 속에서의 어머니와의 통화'로, 퇴근길 버스에서 나눴던 친한 친구와의 수다는 '친구와 소개팅 논쟁'으로 요약했어요.

AI의 발전은 신기하기만 합니다. 그런데 과연 일상에서 어떤 식으로 활용할 수 있을까요. 에이닷 사용자들에게 직접 물어보니 비즈니스적인 대화를 할 때 가장 유용하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요즘엔 의사소통할 때 문자·카카오톡을 많이 사용합니다. 통화는 중요한 주제를 다룰 때, 미묘한 뉘앙스를 전하고 싶을 때, 혹은 긴급할 때 활용하죠. 통화한다는 것 자체가 중요한 일이 됐기에, 통화 기록 역시 중요해졌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정리된 내용을 보고 스케줄을 잡거나 영감을 정리하는 이들도 있었어요. 여자친구와 나눈 이야기를 추억하는 로맨틱한 사례도 있더군요.

음성 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공통적으로 나왔습니다. SK텔레콤에선 “통화 녹음 파일은 단말기에서만 생성이 되고, 앱 데이터 내에서만 저장이 된다”며 “통화 요약 역시 기계 통해서만 처리되고, 음성 파일과 변환된 텍스트 모두 서비스 제공한 이후 즉시 서버에서 삭제된다”고 강조했습니다.



글로벌 AI 기업으로 탈바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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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 AI 비서 앱 에이닷 서비스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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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닷은 출시 보름만에 사용자가 40만명이 넘었다고 하는데요. SK텔레콤은 에이닷에 스팸전화 차단 기능도 도입하는 등 서비스를 고도화할 계획입니다.

SK텔레콤이 AI 기술 개발·서비스에 적극적인 이유는 단순히 아이폰 사용자를 확보하기 위한 게 아니에요. 이미 십수 년 전부터 통신업은 성장 한계가 예견됐습니다. 인구 절벽으로 사용자들이 늘어날 기미는 없고, 그렇다고 요금제만 올릴 순 없으니 미래 성장 먹거리 발굴이 절실했죠.

SK텔레콤은 2028년까지 AI 사업 비중을 전체 매출의 30% 이상까지 올리고 전사 매출(현재 17조원)을 5년 안에 25조원까지 확대할 방침입니다. 유영상 대표는 지난 16일 열린 SK 테크 서밋 개회사에서 “모바일 혁명, 웹3, 메타버스 혁명 등이 있었는데 AI가 가장 임팩트 있다”면서 “SK텔레콤은 챗GPT가 나오기 전부터 AI에이닷과 AI 기술을 개발하고 있었다”고 밝히기도 했어요.

SK텔레콤의 전략은 두 가지입니다. 자체 경쟁력을 최대한 살리는 ‘자강’과 글로벌 기업들과의 ‘협업’ 투트랙을 고수한다고 합니다. 회사가 수십년간 축적해 온 양질의 데이터 등을 기반으로 통신사 특화 LLM(거대언어모델)을 개발하고, 동시에 도이치텔레콤과 앤트로픽, 메타 등 글로벌 AI 업체들과 협업해 다국어 거대언어모델을 함께 만들 계획입니다.

정세희 기자 jeong.sae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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