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표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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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원내지도부가 중대재해처벌법 유예기간 연장 검토에 착수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친(親) 기업 행보에 나선 것인데, 당내 이견이 적지 않아 진통이 예상된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23일 정책조정회의에서 내년부터 적용되는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유예에 대해 조건부 찬성 입장을 밝혔다. 홍 원내대표는 “세 가지 조건을 바탕으로 논의를 시작하겠다”며 ▶준비 소홀에 대한 정부의 사과 ▶산업 현장 안전 계획 마련 ▶2년 후엔 모든 기업에 적용 약속 등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안전 확보 의무를 소홀히 해 1명 이상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한 사업주에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제도로, 지난해부터 50인 이상 사업장에 시행해 왔다.
‘적용 유예 검토’ 발언은 민주당의 급진적인 이미지를 보완하는 동시에 중소기업ㆍ중도층 표심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홍 원내대표는 노란봉투법을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하기 전에도 여당에 일부 조항을 빼는 식으로 합의 처리하자는 의견도 제시했다고 한다. 민주당이 총선 1호 영입 인재를 ‘경제 전문가’로 민주당이 물색하는 상황에서, 기업인을 모셔오기 위한 밑 작업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민주당 의원총회가 열리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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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민주당 내부의 시각차가 적지 않은 상태다. 지난 21일 박주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와 소병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간사, 김한정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간사, 이수진 환경노동위원회 간사가 모여 논의했는데 이 자리에서도 이견이 나왔다고 한다. 김한정 의원은 “(중대재해처벌법은) 좋은 취지의 법안이지만, 경제가 안 좋은 상황에서는 중소기업의 요구를 긍정적으로 수용해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반면 이수진 의원은 “어렵게 통과한 법인데, 다짜고짜 정부 행보에 동조해선 안 된다”고 맞섰다고 한다.
국회 환노위 소속 민주당 의원은 “유예안도 국민의힘에서 발의한 상태이고, 총선 앞두고 윤석열 정부의 기조에 우리가 굳이 발맞춰줄 필요가 있느냐”며 “원내지도부가 추진하면 반대 메시지를 공개적으로 내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원내대표실 관계자는 “정부에서 일방적으로 유예를 시사하는 언급을 지속하고 있으니, 홍 원내대표가 합리적인 대안을 내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한편 국민의힘은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적용을 2026년까지 2년 추가 유예하는 개정안을 국회 법사위에 올려 12월 정기국회 중 처리하겠단 입장이다.
강보현 기자 kang.bo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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