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 대변인 격인 마쓰노 히로카즈(松野博一) 관방장관은 이날 오전 회견에서 한국 법원의 판결에 대한 질문을 받고 “국제법과 한·일 정부 간 합의에 명백하게 반하는 것”이라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마쓰노 관방장관은 그러면서 “한국이 적절한 조치를 강구하도록 계속해서 강하게 요구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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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민 대사 불러 항의했지만…“한일 협력 계속해야”
마쓰노 히로카즈 일본 관방장관. 교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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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소송 소식이 전해진 직후 외무성 사무차관은 지난 23일 윤덕민 주일대사를 불러 강하게 항의했다. 외무성은 이와는 별도로 입장문을 통해 “위안부 문제를 포함해 한일 간 재산·청구권 문제는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으로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는 종래 입장을 다시 강조했다.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서도 2015년 한일합의를 통해 ‘최종적이고 돌이킬 수 없는 해결’을 합의한 만큼 일본 정부 측에 배상 책임이 없다는 의미도 강조했다.
법원 판결에 대한 강한 ‘항의’는 이어졌지만 일본 정부는 “협력은 계속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마쓰노 관방장관은 이날 회견에서 한·일관계에 대한 영향을 묻자 앞선 강경한 어조와는 달리 “일·한 양국은 국제사회 과제 대처에 협력해야 할 중요한 이웃”이라고 언급했다. 북한이 탄도미사일 기술을 활용한 미사일을 발사를 반복하는 상황에서 한국과 일본, 미국과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설명도 보탰다. 그러면서 그는 “양국 정상의 리더십을 바탕으로 일·한 관계를 적극적으로 움직여왔다”며 “계속해서 다양한 면에서 노력해나가겠다”고 설명했다.
지난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유족의 일본 정부 상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 2심 선고 기일에서 이용수 할머니가 법원의 1심 각하 취소 판결을 받은 뒤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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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언론 “한국 사법리스크 재부각”
일본 언론들은 이번 위안부 항소심 판결에 대해 “한국 사법리스크가 재부각됐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마이니치신문은 “한·일 관계에 한국 사법 리스크가 다시 부각됐다”면서 “일본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윤석열 정권에 난제가 하나 늘었다”고 짚었다. 요미우리신문 역시 한·일관계가 개선되고 있지만, 양국의 마찰 원인을 만든 한국 사법부 리스크가 다시 부각됐다고 보도했다. 과거 한국 대법원의 징용공(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판결이 내려지면서, 양국 관계가 급랭했다는 의미다. 요미우리는 “윤석열 정부가 (징용공 문제) 해법을 발표하고 이행을 추진해 왔는데 이번 판결은 이런 움직임에 찬물을 끼얹는 판단이 됐다”고 우려했다. “역사 문제가 한국 사법부의 판단을 계기로 복잡해질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박경민 기자 |
일본 언론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장 직접적인 한·일관계 악영향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북핵 문제 등 당장 해결해야 하는 현안이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일본 NHK는 “한·일 관계에 큰 영향은 있지 않을 것”이라는 외무성 간부 발언을 전하면서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 등 안보환경을 배경으로 들었다.
아사히신문은 지난 2021년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내려진 또 다른 위안부 소송과 관련해 일본 정부가 '무대응'으로 지속하고 있는 점을 언급하며 “이번에도 같은 대응이 될 것”이라는 총리실 관계자의 발언을 전했다. 그러면서 가미카와 요코(上川陽子) 외상이 한·중·일 외교장관 회의를 위해 오는 25일 방한해 이 문제를 언급할 가능성을 전했다. “한국에 일본 정부의 원칙적 입장을 설명할 것으로 보이지만 지나친 자극은 피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아사히는 그러면서 징용공 배상 해결과 관련해 한일관계 협력과 교류가 확대되고 있어 “이번 판결은 (관계) 개선에 걸림돌이 안 된다”는 외무성 고위 관계자 발언을 소개하기도 했다.
도쿄=김현예 특파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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