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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시위와 파업

[fn사설] 의료 현실 안중에도 없이 총파업 들고나온 의료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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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4000명 증원 요구에 거센 반발
확고한 개혁의지로 의료계 설득을


파이낸셜뉴스

22일 서울 중구 컨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제18차 의료현안협의체 회의가 열리고 있다. 이날 정부의 의대 증원 수요 조사 발표 뒤 처음 정부와 대한의사협회가 의대정원 문제를 놓고 마주 앉았지만, 대립각만 세우다가 10분 만에 회의가 파행으로 끝났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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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의대들이 요구하는 정원 증원 숫자가 나오자 의료계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정부 발표 후 22일 처음으로 마련된 양자 대화는 의료계가 10분 만에 자리를 박차고 나가면서 파행으로 끝났다. 대한의사협회는 조사가 비논리적, 비과학적이라며 반발했다. 이대로 강행할 경우 총파업을 불사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인턴, 레지던트 등 전공의 단체도 정부가 독단적인 결정을 하면 좌시하지 않겠다고 날을 세웠다.

의료계 반대는 예상했던 바지만 지금은 증원 논의의 첫발을 뗀 시점에 불과하다. 논의가 진척되기도 전에 총파업 카드부터 꺼내는 의사단체에 대해 의사 부족으로 고통을 겪는 국민들이 어떤 시선으로 바라볼 것인지 의료계는 먼저 생각해야 한다. 저출산으로 의료과잉인 상황이어서 오히려 정원을 줄여야 한다는 황당한 주장을 하는 의사도 있다. 급한 환자가 진료를 받지 못해 생사의 갈림길에 놓이는 현실을 보고도 이러니 파렴치라는 말로도 부족하다. 의료계는 무작정 의사 수만 늘리면 의료비가 폭증할 수 있다는 주장도 한다. 설령 맞는 말이라고 해도 먼저 서로 머리를 맞대고 진지하게 논의를 하는 게 순서다.

의대 정원은 2006년부터 18년째 3058명에 묶여 있다. 의사 부족은 하루이틀 된 문제가 아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23일 내놓은 국가별 인구 대비 의사 밀도 수치를 봐도 우리 의료 수준은 선진국에 한참 못 미친다. 예산정책처 등에 따르면 지난해 인구 1만명당 의사 밀도로 따진 세계인재경쟁력지수(GTCI)에서 우리나라는 38.90점을 기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8곳 가운데 32위로 최하위권이었다. 앞서 2020년 순위는 36위로 꼴찌 수준이었다. 이날 국회에 제출된 자료를 보면 국립대병원과 적십자병원 등 공공의료기관의 의사 정원 대비 부족한 의사 수가 2427명에 이른다고 한다. 의사가 없어 발을 동동 구르는 지역 의료의 이런 현실을 보면 의대 정원의 과감한 확대와 의사 확보는 한시가 급한 문제다.

전국 40개 의과대학이 늘릴 수 있다고 보고한 증원 규모는 최소 2000명, 최대 4000명 선이다. 의협은 고양이에게 생선이 몇 마리 필요한 것인지 물은 것과 같다며 조사 자체를 폄하하지만, 증원 수요는 교육능력을 고려한 것일 게다. 먼저 추가로 필요한 의사 수를 정하고 다음으로 대학의 교육역량을 따지는 당연한 절차를 거치게 된다. 두 가지가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추가로 필요한 의사 수인데 4000명보다 적을 수도 있고 넘을 수도 있다.

정부는 확고한 원칙과 소신으로 의료계를 설득해 의료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의대 정원 확대뿐 아니라 수도권 쏠림, 무너진 필수 의료시설에 대한 개선책도 시급하다. 국민의힘 '지역 필수의료 혁신 태스크포스(TF)'도 23일 첫 회의를 갖고 필수 의료보험 수가 인상, 지방인재 배려 등에 대한 세부방안을 논의했다. 의료계도 대승적 태도로 대화에 임해주기 바란다. 소아과 오픈런, 응급실 뺑뺑이, 의료난민 등의 문제에 대한 인식을 같이한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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