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이 뛰었지만, 물가가 날면서 빛이 바랬다. 23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3분기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올해 3분기(7~9월)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503만3000원으로 나타났다. 1년 전보다 3.4% 늘었다. 소득에서 물가 상승 영향을 뺀 실질 소득은 0.2% 늘어나는 데 그쳤다.
실질 소득은 지난해 3분기(-2.8%), 4분기(-1.1%), 올해 1분기(0.0%), 2분기(-3.9%)에 걸쳐 뒷걸음 혹은 제자리걸음 했다. 이진석 통계청 가계수지동향과장은 “실질 소득이 고물가로 마이너스(-)였다가 최근 물가가 약간 둔화한 영향으로 플러스(+)로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김영옥 기자 |
소득보다 씀씀이 증가 폭이 더 컸다. 3분기 지출은 387만1000원으로 1년 전보다 4.0% 늘었다. 방역 완화에 따른 오락·문화(16.7%) 지출이 많이 증가했다. 전기·가스요금 등 냉·난방비를 포함한 주거·수도·광열(7.9%), 학원비 등 교육(7.0%), 먹거리 물가 상승을 반영한 식료품·비주류음료(6.0%), 버스·지하철·택시 등 교통(4.7%) 지출도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세금과 국민연금 같은 사회보험료, 이자비용 등 자동으로 빠져나가는 ‘비(非)소비지출’이 106만2000원으로 1년 전보다 4.3% 증가했다. 줄이기도 어려워 흔히 ‘숨만 쉬어도 나가는’ 지출로 불린다. 비소비지출에서 주목할 만한 항목은 이자비용(12만9000원)이다. 1년 전보다 24.2% 폭증해 비소비지출의 12.1%를 차지했다. 한국은행이 2021년 8월 이후 10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인상한 여파다(현재 3.5%). 한은은 30일 올해 마지막 기준금리를 결정할 금융통화위원회를 연다.
소득에서 비소비지출을 뺀 처분가능소득(실제 쓸 수 있는 돈)은 397만원이었다. 1년 전보다 3.1% 늘었다. 처분가능소득보다 소비 지출이 큰 적자 가구 비율(24.6%)은 같은 기간 0.7%포인트 줄었다. 소득통계 권위자인 김낙년 동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가뜩이나 고물가 상황에서 처분가능소득부터 늘지 않는다면 내수를 살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1분위(소득 하위 20%) 가구 월평균 소득은 112만2000원으로 나타났다. 1년 전보다 0.7% 줄었다. 5분위(소득 상위 20%) 가구 월평균 소득은 1084만3000원으로 같은 기간 4.1% 늘었다. 빈부 격차 수준을 나타내는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5.55배로 지난해 3분기(5.75배) 대비 완화했다.
지갑을 더 연 건 고소득층이었다. 5분위 가구는 오락·문화(28.7%), 교육(19.4%)에 지출하는 등 소비를 6.5% 늘렸다. 반면 1분위 가구는 가정용품·가사서비스(-19.7%), 교육(-13.9%) 등에서 허리띠를 졸라매는 등 소비를 0.7% 줄였다. ‘자녀 교육’을 두고 엇갈린 씀씀이가 빈부 격차를 잘 드러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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