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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이슈 국회의원 이모저모

조국 사태로 청년들 등 돌린 민주당, 이번엔 비하 현수막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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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온당’

‘정치는 모르겠고, 나는 잘살고 싶어’

‘경제는 모르지만 돈은 많고 싶어!’

‘혼자 살고 싶댔지 혼자 있고 싶댔나?’

더불어민주당이 최근 공개한 2023 새로운 민주당 캠페인 현수막 시안이다. 어투는 젊은층을 겨냥한 듯 보이지만 결국 정치, 경제 등 복잡한 문제보단 단지 돈을 많이 벌고 잘 살고 싶다는 게 청년 인식이라는 식이다. 젊은 유권자를 비하하는 내용으로 해석되면서 민주당은 여론의 거센 뭇매를 맞았다.

‘보수는 장년층, 진보는 청년층’이라는 공식은 진작에 무너진 상태다. 조국 사태 이후 민주당의 집토끼였던 청년층은 민주당을 등지기 시작했다. 내로남불 프레임에 갇힌 민주당에겐 좀처럼 돌파구 마련이 쉽지 않았다. 결국 잇따른 청년 정치인 영입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그마저도 당내 주류와 갈등을 빚으며 빛을 잃어갔다. 다가오는 총선을 앞둔 민주당 고민은 더 깊어지고 있다.

세계일보

더불어민주당이 17일 공개한 홍보 현수막 시안. 더불어민주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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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국회 등에 따르면 민주당은 지난 17일 ‘2023 새로운 민주당 캠페인 더민주 갤럭시 프로젝트’를 시작한다며 티저 현수막 4종을 공개했다. 해당 내용이 공개되자 20·30세대를 개인 이익에만 매몰된 이기적 집단으로 깎아내렸다는 비판이 속출했다. 같은 당의 김두관 의원마저 “청년 비하가 아니라 청년 능멸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논란 초기 민주당은 사과는커녕 변명하기에 급급한 태도를 보였다. 민주당 홍보위원장을 맡고 있는 한준호 의원은 지난 19일 “업체가 내놓은 문구를 당에서 조치해 준 것뿐 당직자나 당이 개입한 사안이 아니다”고 용역 업체에 책임을 돌렸다.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하자 조정식 민주당 사무총장은 “당에서 세심하게 살피지 못했다. 국민과 당원 여러분께 사과드린다”고 고개 숙였고 캠페인을 원점에서 재검토한다고 밝혔다.

이런 청년 비하 논란에 민주당이 내세운 것은 바로 3만원대 대중교통 무제한 이용권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3만원 청년패스’ 정책간담회에서 “청년들은 자기 수입이 그리 많지 않다. 이 몇만 원도 정말 큰돈이라고 생각한다”며 이 정책을 발표했다. 2030 표심이 내년 4월 총선의 격전지인 수도권 승부를 가를 수 있는 상황에서 20·30세대의 표심을 잡기 위한 궁여지책이다.

그렇다면 민주당이 청년들의 마음을 잡기 위해 야심 차게 영입한 청년정치인들은 어떨까. 민주당의 청년정치 문제는 당의 간판으로 내세울 얼굴을 뽑는다는 데 있다. 실제 청년들을 위한 공약이나 청년정치인을 키우기보단 인기몰이를 위해 그들을 영입하고, 기득권에 반대의 목소리를 낼 경우 가차 없이 내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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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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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대선 패배 이후 민주당이 공동비상대책위원장으로 영입한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의 경우를 보자. 당시 텔레그램 N번방 성폭력 사건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 그를 영입하면서 민주당은 2030 여성들의 정치 참여를 기대했다. 이에 그 역시 부푼 꿈을 안고 여의도에 입성했지만, 민주당 내 성폭력 논란과 지난 대선 패배의 원인으로 꼽힌 ‘팬덤정치’를 비판한 이후 586 정치인들로부터 미운털이 박혔다.

박 전 위원장은 지난 지방선거 전 민주당 선대위 합동회의에서 “국민의 신뢰 회복을 위해서라도 586세대 정치인 용퇴를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주의 정착을 시대적 사명으로 한 586세대 정치인들은 역할을 완수했기 때문에 아름다운 퇴장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구체적으로 지난 대선 당시 했던 약속대로 같은 지역구 4선 이상 의원들은 출마를 금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이는 민주당 내 기득권 세력인 586 정치인들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비공개회의에선 회의장 밖까지 소리가 들릴 정도로 고성이 오갔고, 윤호중 공동비상대책위원장과 전해철 의원, 박홍근 원내대표 등이 박 위원장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지난 2020년 21대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이 청년 정치인 영입으로 꺼낸 오영환 의원 경우도 별반 다르지 않다. 당시 31살 나이로 국회에 입성한 그는 입당 기자회견에서 청년으로서 조국 사태를 어떻게 보았느냐는 질문에 학부모들이 당시 관행적으로 해온 행위가 너무 지나치게 부풀려져 보도됐다며 민주당 주류 입장을 그대로 반복했다. 결국 진영 논리에 기대 상대를 악마화하기 정치인의 한 명으로서 아무것도 바꾸지 못했다며 다음 총선에서 불출마를 선언한 오 의원은 소방관으로 돌아가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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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전 법무부 장관(왼쪽)과 딸 조민씨.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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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는 역동적인 청년정치인들을 원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 국회는 거꾸로 나이만 들어가고 있다. 지난 20대 국회 기준으로 지역구 국회의원 당선인은 평균 55.7세다. 17대 50.8세, 18대 53.2세, 19대 54.5세, 20대 55.7세로 갈수록 고령화하고 있다. 국회 안팎에서는 “선거때만 필요한 청년정치”라는 비평이 나온다. 국민의힘의 한 3선 의원은 “이런 식으로 청년정치인들을 선거 때만 활용하다 ‘토사구팽’하는 정치적인 상황을 보면 국민의 국회에 대한 불신이 더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금까지 우리 정치는 청년정치인들로 인해 성장해 왔다. 1970년 신민당에서 40대 기수론을 들고나온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 등 수 많은 청년정치인이 현대사의 고비마다 등장해 변화를 이뤄왔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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