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관광객 교류·서구식 주거형태
과거보다 같이 살 환경 만들어져
1970년대 이후 자취를 감췄다고 믿어왔던 빈대가 최근 기승을 부리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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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전문가는 우리나라에 빈대는 최소 10년 전부터 꾸준히 발견돼 왔다고 입을 모은다. 인식되지만 않았을 뿐, 빈대는 우리와 함께 살아왔다는 것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최근 빈대가 화제가 되기 전부터 빈대가 있었다는 글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한 누리꾼은 2013년에 “지난해 유럽여행을 다녀왔는데 유스호스텔에 묵었다. 다음해 2월부터 온 가족이 빈대에 엄청나게 물리기 시작하더니 온 가족의 피부가 초토화 될 정도로 물렸더라. 훈증 요법으로 두 차례나 소독을 했지만 지금까지도 물리고 있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빈대를 방제해 온 업체 역시 우리나라엔 빈대가 10년 이상 전부터 있었다고 했다. 특히 해외여행을 자주 다니는 부촌을 중심으로 빈대 방역이 이뤄졌다고 했다. 2010년부터 빈대 방역을 전문으로 해왔다는 강남클린방역 신창선(63) 대표는 “10년 전에는 해외여행을 다녀오면 호텔에서 빈대를 묻혀오는 경우가 많았다”며 “10년 전에는 가정집 위주였다면 지금은 외국인 근로자 등 외국인이 많이 들어오면서 고시원, 찜질방 수면실 등에서 많이 발견된다”고 했다.
2008년 질병청은 주간건강과 질병에서 ‘빈대의 발생사례와 방제’라는 리포트를 내놓은 바 있다. 이에 따르면 과거 우리나라에서 만연했던 빈대는 1960년대 새마을 운동에 의한 환경 개선과 1970년대 살충제, 특히 DDT(디클로로디페닐트리클로로에탄)의 사용으로 인해 급격히 감소했으며, 이후 지속적인 주거 내부환경 개선으로 근절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2006년 9월, 경기도의 한 집단수용소에서 빈대가 발생되는 일이 벌어졌고, 2007년 12월 서울에서는 미국에 거주하다 귀국한 30세 여성이 빈대에 물린 사례가 보고됐다. 2008년 부산시에서도 빈대가 발견됐다.
우리나라에서 다시 빈대가 화제가 된 것은 올해 10월 인천의 한 사우나와 대구의 한 대학 신축 기숙사에서 빈대가 발견되면서다.
최근 유입되는 빈대는 주로 반날개빈대라고 한다. 반날개빈대는 주로 열대와 아열대 지방에 분포하는 빈대로, 지금까지 빈대 방제에 써 온 피레스로이드계 살충제 내성도 확인됐다. 엄훈식 한국방역협회 선임연구원은 “우리나라에는 일반 빈대와 반날개빈대 두 종이 발견되고 있는데 최근 보고되는 종은 주로 반날개빈대이며, 해외에서 유입된 것이라고 추정된다”며 “최근 유럽, 미국 등 전 세계적으로 빈대가 증가 추세에 있기 때문에 그 흐름을 우리나라라고 비켜나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양영철 을지대 보건환경안전학과 교수는 “최근 2주간 수도권에 출몰한 빈대를 확인해보니 100%가 반날개빈대였다”며 “처음에는 반날개빈대가 5~10% 정도만 발견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완전히 역전이 돼 버린 상황”이라고 했다.
전문가는 앞으로 빈대와 함께 살아 가야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엄훈식 한국방역협회 선임연구원은 “과거에도 빈대는 적은 수였지만 우리와 같이 살아왔다”면서 “바퀴벌레나 모기처럼 빈대도 생활해충이 됐고 앞으로도 같이 살아가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양영철 을지대 보건환경안전학과 교수는 “외국 관광객의 교류, 외국 근로자의 유입 등이 늘고, 침대 등을 사용하는 등 서구식 주거 형태로 바뀌면서 과거보다 같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더 잘 만들어졌다”며 “안정적인 서식처가 만들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박지영 기자
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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