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사회서비스원(서사원)의 어린이집 위수탁 종료 계획 철회를 요구하며 무기한 파업을 벌인 서사원 노조 보육교사들이 파업을 잠시 중단하고 보육 현장으로 복귀했다.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을 떠난 지 16일 만이다.
그러나 서사원의 어린이집을 이용 중인 학부모들은 여전히 불안하기만 하다. 보육교사들이 현장에 복귀하며 던진 일성 때문이다. 노조는 현장에 복귀하면서도 "다음 투쟁을 준비하기 위한 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숨 고르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언제든 다시 파업을 시작할 수 있다는 뜻이다.
노조 측은 "일반적 국공립어린이집 교사라면 파업 투쟁에 나서는 일은 꿈도 꾸지 못한다"며 파업에 참여하지 못할 만큼 영유아 보육 기관의 현실이 열악하다고 주장했다. 지금까지 국공립어린이집 교사들이 파업에 나서지 못한 이유가 보육 교직원의 낮은 권리 때문이었나? 어떤 상황에서도 아이들을 방치하고 돌봄 현장을 떠날 수 없다는 사명감 때문 아니었을까?
전무후무한 어린이집 파업을 겪으며 다시 한번 서사원의 설립 배경과 존재 이유를 생각한다. 서사원은 민간에서 하기 어려워 손사래를 치는, 그래서 외면받기 일쑤인 이들의 돌봄을 위해 2019년 출범했다. 돌봄의 사각지대에 촘촘한 맞춤형 돌봄을 제공한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출범 4년째인 현재까지 서사원은 존재 이유를 제대로 입증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민간이 맡기 어려워 서사원이 제공한 돌봄 서비스 사례는 20% 남짓이다. 서사원이 제공하는 직접 서비스 시간도 민간과 크게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평균에 못 미쳤다. 결국 서사원의 고비용 저효율 구조는 100억원의 예산 삭감과 경영평가 최하점이라는 결과로 돌아왔다.
존립의 위기 앞에 서사원은 존재 가치를 증명해야 했다. 시민의 혈세가 지원되는 기관인 서사원이 왜 필요한지 시민들에게 답해야 했다. 이를 위해 서사원은 공공돌봄을 충실히 하기 위해 지난 9월 혁신 계획을 마련했다.
그러나 어렵게 첫발을 뗀 서사원의 혁신은 또다시 노조의 조직 논리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보육의 공공성을 주장하는 어린이집 파업은 오히려 보육 공백과 학부모들의 우려를 키우고 서사원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분명한 것은 서사원의 어린이집 위수탁계약이 종료되어도 어린이집이 문을 닫거나 보육의 질이 떨어지는 일은 없다는 사실이다. 수탁이 종료되면 자치구에서 새로운 수탁업체를 선정하면서 국공립어린이집의 보육 품질이 유지될 수 있도록 조건을 명시한다. 서사원보다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관도 충분히 있을 수 있다. 서사원 어린이집의 운영 가치인 선도적 공공돌봄 기관이라는 자긍심과 책임감은 공공어린이집 생태계 속에서 계승되고 유지될 수 있다는 말이다.
서울시 내 1800여개의 국공립어린이집 중 0.3%인 6개의 어린이집을 서사원이 운영 중이다. 서사원의 어린이집 수탁 종료를 공공돌봄 포기라고 말할 수는 없다.
공공돌봄의 거시적 전진을 위해 전향적 합의와 양보는 필수다.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서사원의 합리적이고 지속 가능한 운영을 위해 조직 구성원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혁신안 이행에 힘을 모아야 한다. 이러한 혁신을 추진하는 과정에 시민의 불편함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은 서사원이 당연히 갖춰야 할 덕목이다.
정희영 숭실사이버대학교 스포츠재활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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