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50인 미만’ 적용 유예가 민생? 이들은 목숨도 아닌가”

국회 생명안전포럼과 생명안전행동 등이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 중대재해처벌법 50인(억) 미만 적용유예 연장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민주노총 제공

산재 피해자 유족들과 정치권·시민사회가 ‘50인(억)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 연장’ 법안을 폐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회 생명안전포럼과 생명안전행동, 민주노총 등은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작은 사업장에서 일한다는 이유로 생명권·안전권을 차별하고 박탈하는 중대재해법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 유예 연장 개정안이 법사위에서 논의될 예정”이라며 “중대재해법 적용 유예 연장을 반대하고, 개정안 폐기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2018년 산재로 숨진 발전소 하청노동자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 방송계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고발하고 세상을 떠난 이한빛 PD의 아버지 이용관씨, 한익스프레스 화재참사 유족 김선애씨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중대재해법 50인(억) 미만 사업장 적용 유예 연장은 단순한 시기 연장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대기업은 노동부와 검찰의 봐주기 수사로, 작은 사업장은 적용 유예 연장으로 중대재해 처벌법을 통째로 사문화하고 무력화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지난 3일 법원이 ‘중대재해법 위헌법률 심판 제청’을 기각한 점, 최근 노동부가 발주한 조사에서 50인 미만 사업장 1442곳 중 81%가 이미 법 준수가 가능하거나 준비 중이며 적용 유예 연장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20%에 그쳤다는 점 등을 지적했다.

이들은 “경영계와 보수언론의 주장이 틀렸다는 것이 확인되자,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이제 50인(억)미만 사업장 적용을 민생으로 둔갑 시켜 개악에 앞장서고 있다”며 “노동부는 자체 발주한 실태조사는 발표하지도 않고, 경영계 조사만 내세워 적용 유예 연장 수용 입장을 국회에 제출했다”고 했다.

이어 “중대재해법은 노동자 시민의 71% 찬성으로 제정된 법이고, 2023년 지금도 82%는 법이 더 강화돼야 한다고 말한다”며 “중대재해의 80%가 발생하는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지난 10년간 죽어 나간 노동자가 1만245명이고 작년에만 707명이 죽었다. 이들의 목숨은 민생이 아니란 말인가”라고 했다.

정부·여당과 경영계는 중대재해법 50인(억) 미만 적용 유예 연장을 계속 추진해 왔다. 국민의힘은 애초 내년까지인 50인(억) 미만 사업장 중대재해법 적용 유예기간을 2년 더 연장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지난 21일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초청 간담회에서 “50인 미만 사업장의 중대재해법 적용을 2년 유예했는데 그동안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은 정부 책임이 크다”며 “준비 소홀에 대한 정부 사과를 전제로 유예기간 연장을 생각할 수 있다”고 했다.

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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