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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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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여친 집 찾아가 6살 딸 보는 앞 살해한 30대, “사과받고 싶었다” 주장… 檢 “사과했지 않았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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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피해자는 사망하기 전 피고인에게 ‘미안하다’고 말을 했다는데 그때라도 (범행을) 멈췄으면 되지 않았느냐. 왜 다시 흉기로 찔렀느냐”… 피고인, 대답 못해

세계일보

지난 7월17일 인천 남동구 논현동의 한 아파트 복도에서 출근하던 옛 연인을 살해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A씨(30)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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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의 접근금지 명령을 어긴 채 전 여자친구의 집을 찾아가 6살 딸이 보는 앞에서 흉기로 잔인하게 살해한 30대 남성이 재판에서 ‘사과를 받으려고 찾아갔다가 범행하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21일 인천지법 형사15부(류호중 부장판사) 심리로 살인과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30)씨에 대한 4차 공판이 열렸다.

이날 A씨는 “(범행 당시) 피해자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듣고 싶어서 찾아갔다”며 “미안한 마음이 없다면 피해자를 해치고 저도 해칠 생각으로 흉기를 들고 갔다”고 말했다.

그는 “(연인 사이였던 피해자의 권유로) 피해자가 다니던 직장인 보험사로 이직했는데 입사한 지 반년 만에 헤어지게 됐다. 피해자는 입사 전후로 행동이 많이 달라졌다”면서 “피해자는 경제적인 타격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저 혼자 아무도 모르는 (부서로) 보내졌다. 저는 그만둘 경우 빚만 지게 되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검사가 “피해자는 사망하기 전 피고인에게 ‘미안하다’고 말을 했다는데 그때라도 (범행을) 멈췄으면 되지 않았느냐. 왜 다시 흉기로 찔렀느냐 ‘미안하다’는 말을 듣는 게 목적이었던 게 맞느냐”고 지적하자 A씨는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피해자 B(37)씨는 앞서 피해자의 이름과 얼굴을 공개해가면서까지 A씨에 대한 엄벌을 촉구해왔다.

이날 재판에서 B씨의 사촌 언니는 “피고인은 본인이 회사에서 피해를 봤다고 하는데 오히려 동생(피해자)은 (피고인이) 이동하는 부서에 ‘잘 부탁드린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자신을 스토킹 한 것만 제외하면 괜찮고, 엉뚱한 질문을 할 수도 있지만 잘 답변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고 했다.

B씨의 동생은 “저희 조카(피해자의 딸)는 눈 앞에서 엄마가 흉기에 찔리는 장면을 목격했다. 엄마와 마지막 인사도 못 한 6살 아이는 평생을 잔혹했던 그날을 기억하며 트라우마와 상처를 안고 살아가야 한다”며 눈물을 흘렸다.

그러면서 “조카는 세상에서 본인을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자 위험으로부터 보호해주던 엄마를 잃었다. 엄마가 보고 싶다며 울다가 어른들이 걱정할까 슬픔도 참는 조카를 보는 저희 가족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참담한 마음”이라고 울먹였다.

그는 또 A씨의 범행을 막으려다가 다친 어머니 C씨에 대해서도 “딸의 다급한 ‘살려 달라’는 소리를 듣고 속옷 차림으로 문을 열고 나가 맨손으로 흉기를 막았으나 문을 열고 나온 손녀를 지키기 위해 손을 놓아야 했다. 딸이 살해당하는 장면을 목격한 저희 엄마의 피해는 무엇으로 보상받아야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A씨는 지난 7월17일 오전 5시54분쯤 인천시 남동구 논현동의 한 아파트 복도에서 전 여자친구 30대 여성 B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범행 당시 A씨는 미리 흉기를 준비하고 B씨 집에 찾아가 주변에서 기다렸고, 출근하려던 B씨를 발견하자 대화를 요구했다. 이에 공포를 느낀 B씨가 “이제 와서 무슨 말을 하느냐”며 “살려 달라”고 소리치자 A씨는 숨겨둔 흉기를 꺼내 B씨의 가슴과 등 쪽을 찔러 살해했다.

이후 B씨의 어머니인 C씨(60대)가 “딸이 흉기에 찔렸다”며 112에 신고했고, 출동한 경찰과 소방당국은 아파트 엘리베이터 앞에 쓰러져 있던 A씨와 B씨를 발견해 병원으로 이송했다.

범행 후 자해를 시도해 의식불명 상태였던 A씨는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았고, 심정지 상태로 이송된 B씨는 결국 숨졌다. 범행을 말리던 C씨도 A씨가 휘두른 흉기에 양손을 다쳤다.

엄마를 눈 앞에서 떠나 보내야 했던 어린 딸은 정신적 충격으로 인해 심리치료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범행 당시 A씨는 인천지법으로부터 B씨에 대한 접근금지 명령을 받은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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